LS전선이 1,500억 원을 투자해 국내 첫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 호주에서 원료를 들여와 베트남에서 금속으로 가공하고 한국에서 자석으로 완성하는, 중국을 거치지 않는 공급망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코리아모션웍스에 1,500억 출자…구미가 유력 후보지

LS전선은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고 희토류 영구자석 사업 진출을 위해 코리아모션웍스에 1,500억 원을 출자하기로 의결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출자 방식은 코리아모션웍스 보통주 1억5,000만 주를 취득하는 것으로, 출자 후 LS전선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코리아모션웍스는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지난 9월 새로 설립된 법인이다. 출자금은 10월부터 12월까지 나눠 납입되며, 주식 취득 예정일은 12월 31일이다. 생산시설이 들어설 곳으로는 경북 구미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내에 전기차·로봇용 등을 포함한 대규모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을 짓는 것은 LS전선이 처음이다.

호주 원료 → 베트남 금속화 → 한국 자석화, 비중국 밸류체인 완성

이번 투자의 핵심은 단순한 공장 신설이 아니라,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를 비(非)중국 루트로 구축한다는 데 있다.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가 희토류 원료를 공급하면, LS전선 계열사인 LS에코에너지가 베트남 호찌민 생산법인(LSCV)에서 이를 사마륨 금속으로 가공하고, LS전선이 국내 공장에서 이 금속을 영구자석으로 만드는 3단계 구조다. 라이너스는 중국 밖에서 희토류를 분리해 상업 생산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으로 꼽힌다. LS전선과 라이너스는 이미 지난 7월 각각 3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상호 인수하며 협력 관계를 맺은 바 있는데, 이번 투자는 그 협력이 실제 생산 단계로 이어지는 첫 사업화 사례다. 베트남 생산시설은 연간 약 240t 규모로, 이를 통해 연간 700~1,000t의 방산용 사마륨-코발트(SmCo) 영구자석을 만들 수 있는 물량이 확보되며, 오는 12월 시험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美 조달 규제 대응과 'AI 로봇' 시장을 동시에 겨냥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 하나는 규제 리스크다. 미국 국방부 조달 규정은 2027년 1월부터 사마륨-코발트와 네오디뮴-철-붕소 영구자석에 대해, 중국 등 지정 국가에서 채굴·생산된 원료 단계부터 완성품까지 공급망 전반으로 조달 제한 범위를 확대한다. 희토류 영구자석을 쓰는 방산·전기차 기업들이 비중국 공급망을 미리 확보해둬야 하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수요 측면이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 구동모터, 풍력발전기, 로봇, 방산 장비 등 광범위한 분야에 쓰이는데, 특히 AI 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규 LS전선 글로벌경영총괄 대표이사 사장은 한국희토류산업협회 초대 회장도 겸임하고 있는데, 그는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이 첨단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美 버지니아 공장도 별도로 검토 중

LS전선의 희토류 사업 확장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를 후보지로 놓고 현지에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을 짓는 방안도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구미(한국)와 체서피크(미국) 두 곳에 생산거점을 두고, 각 지역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LS전선은 이미 올해 3월 정관에 '영구자석을 포함한 희토류 소재 및 응용제품의 제조·가공·판매업'과 '로봇·AI 및 첨단산업 관련 소재·부품·시스템 및 응용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해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