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습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2조5,972억원이나 사들이면서 다시 반도체로 돈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는데요.
그런데 이번 주에는 삼성전자를 무려 3조2,175억원 순매도했습니다.
5거래일 연속 매도까지 이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일주일 천하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9월 한 달 전체 흐름입니다.
외국인은 9월 코스피에서 20조3,050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그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 빠져나간 금액만 17조1,950억원입니다.
계산하면
17조1,950억원 ÷ 20조3,050억원 × 100 = 약 84.7%
입니다.
즉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가운데 약 85%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이제 한국 반도체 자체를 떠나고 있는 걸까요?
10월 첫째 주 순매수와 순매도 종목을 같이 놓고 보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집니다.
10월 첫째 주 외국인 순매수 1위는 또 우리금융지주
이번 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우리금융지주였습니다.
순매수 금액은 5,996억원입니다.
우리금융지주는 9월 첫째 주에도 3,982억원 순매수로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던 종목입니다.
한 달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온 셈입니다.
그런데 이번 우리금융지주 순매수는 조금 특별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포스코의 블록딜 때문입니다.
10월 1일 장 시작 전에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지주 2,028만 주, 지분 약 2.7%를 전량 블록딜로 매각했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약 1,913만 주였습니다.
계산하면
1,913만 주 ÷ 2,028만 주 × 100 = 약 94.3%
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블록딜 물량 대부분을 외국인이 가져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블록딜 물량과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상당히 비슷한 만큼, 상당 부분이 외국인 계정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우리금융지주 순매수 1위는 단순한 장내 매수라기보다 블록딜 영향이 크게 반영된 결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진짜 눈에 띄는 건 반도체 소부장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순매수 1위보다 그 아래 종목들이 더 흥미롭습니다.
외국인은 한미반도체를 659억원, 주성엔지니어링을 644억원, 심텍을 624억원 순매수했습니다.
제주반도체도 481억원, SFA반도체는 479억원, 고영은 444억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공통점이 보입니다.
대부분 반도체 장비와 부품, 이른바 소부장 종목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반도체주는 대규모로 팔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반도체 장비·부품 기업은 오히려 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외국인 수급을 단순히 “반도체에서 돈이 다 빠져나갔다”고 보기에는 조금 애매합니다.
대형주는 줄이면서 일부 중소형 반도체주로 이동하는 흐름도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순매도는 사실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집중
반대로 외국인 순매도 종목을 보면 분위기가 훨씬 선명합니다.
순매도 1위는 SK하이닉스였습니다.
금액은 무려 4조3,692억원입니다.
2위는 삼성전자로 3조2,175억원, 3위 삼성전자우는 5,792억원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이 세 종목만 합쳐보겠습니다.
4조3,692억원 + 3조2,175억원 + 5,792억원 = 8조1,659억원
이번 주 전체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8조4,209억원이었습니다.
비중을 계산하면
8조1,659억원 ÷ 8조4,209억원 × 100 = 약 97.0%
입니다.
즉 이번 주 외국인 전체 순매도의 약 97%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세 종목에 몰렸습니다.
나머지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모두 합쳐도 순매도 규모는 약 2,550억원에 불과한 셈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 전체를 대대적으로 팔았다기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줄였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SK하이닉스 외국인 보유율도 크게 내려왔다
문제는 매도 규모뿐만이 아닙니다.
외국인 보유율도 눈에 띄게 내려왔습니다.
10월 2일 기준 SK하이닉스 외국인 보유율은 49.77%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단순히 며칠 차익실현을 한 정도라면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주에 걸쳐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지고 보유 비중까지 내려오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외국인이 단순히 단기 수익을 실현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 대형 반도체 비중 자체를 줄이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8조 순매도, 생각보다 덜 무서운 이유
솔직히 “외국인 8조원 순매도”라는 숫자만 보면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전체 순매도의 97%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 세 종목에 몰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미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 심텍, 제주반도체, SFA반도체, 고영 같은 반도체 소부장주는 오히려 순매수했습니다.
즉 반도체 업종 전체에서 외국인 자금이 완전히 빠져나가는 그림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형주에서 비중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반도체 종목으로 자금을 옮기는 움직임도 일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만 보면 외국인이 한국 반도체를 완전히 버렸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도 어렵다
다만 완전히 안심할 상황도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여러 주 동안 대규모 매도가 이어졌다는 점은 분명 부담입니다.
특히 누적 순매도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면 단순한 종목 교체만으로 모든 흐름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도체 소부장을 일부 매수했다고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비중과 시가총액 규모는 훨씬 큽니다.
결국 대형 반도체주의 외국인 비중을 계속 줄이고 있다면 한국 반도체 전체에 대한 노출을 일부 축소하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외국인이 반도체를 버렸다” 또는 “단순히 종목만 갈아탔다” 둘 중 하나로 단정하기보다는 다음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결국 실적이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이익 전망입니다.
두 회사는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큽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 AI 메모리 수요가 계속 강한지, HBM과 범용 메모리 가격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중요합니다.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돈다면 외국인 매도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실적이나 향후 전망이 기대보다 약하다면 외국인 비중 축소가 더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외국인 순매수 순위 1위 종목만 보는 것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보유율 변화를 같이 확인하는 편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이번 주 외국인 수급만 보면 상당히 극단적입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세 종목에서만 8조1,659억원을 팔았습니다.
전체 순매도의 약 97%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한미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 심텍, 제주반도체 같은 반도체 소부장주는 순매수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흐름을 단순하게 “외국인이 한국 반도체를 버렸다”고 정리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대형 반도체주는 줄이고 일부 소부장주는 담는 선택적 매매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이어지는 대규모 매도와 외국인 보유율 하락은 분명 체크해야 할 신호입니다.
결국 앞으로 방향을 결정할 것은 실적입니다.
두 회사의 실적과 이익 전망이 시장 기대를 충족하는지, 그리고 이후 외국인 보유율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지금은 외국인 순매수 순위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외국인 자금이 다시 돌아오는지를 보는 시점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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