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동안 이더리움은 약 70%에 달하는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하며 비트코인의 성과를 앞질렀습니다. 하지만 내부의 주문 장부 깊이, 즉 유동성 측면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일일 시장 깊이의 최소 60% 수준을 유지했던 이더리움의 유동성이 2026년 3분기에는 비트코인의 35~45% 수준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매수 호가 잔량이 약 2,900만 달러, 매도 호가 잔량이 37만 달러 수준으로 작년보다 50% 가량 탄탄해진 반면, 이더리움은 각 거래소당 1,300만에서 1,400만 달러 수준에 그쳤죠. 대형 국채 매수나 파생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현물 가격은 밀어 올렸지만, 중앙화 거래소의 지정가 주문은 얇아진 상태라는 분석입니다.

이런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에 아주 익숙한 인물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20년 12월 리플(Ripple)을 상대로 XRP 소송을 제기했던 전직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의 새로운 AI 전담 부서인 슈퍼 인텔리전스 포스(SIF)를 이끌 수장으로 제이 클레이튼을 임명했습니다. 이 소식은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알려졌고 월스트리트 저널의 단독 보도로 구체화되었죠. XRP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과거의 살벌했던 규제 악몽이 스칠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다행히도 그 법적 리스크는 이미 과거의 일입니다.

제이 클레이튼은 현재 미 정보기관 18곳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직도 계속 수행하면서 이번 백악관 AI 책임자 역할도 함께 맡게 되었습니다. 부위원장으로는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인 앤드류 퍼거슨(Andrew Ferguson)과 펜타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에밀 마이켈(Emil Michael)이 합류했고, 이 조직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비서실장인 수지 와일스(Susie Wiles)에게 직접 보고하게 됩니다. 이들이 부여받은 임무는 아주 빠듯한데요. 행정명령을 통해 슈퍼 인텔리전스, 즉 'SI'로 재브랜드화된 AI의 위험과 기회, 그리고 연방 정부의 책무를 담은 보고서를 120일 안에 제출해야 합니다.

클레이튼은 "가장 먼저 앞서가지 못할 위험이 크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인텔 방식의 투자 모델을 차용해 미국 정부가 오픈AI나 앤트로픽의 지분을 직접 소유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죠.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슈퍼 인텔리전스 기업이라고 부른 것과 일맥상통하며, 현 행정부가 이 용어를 얼마나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과거 SEC 위원장 시절에 클레이튼은 리플 소송을 포함해 약 57건의 암호화폐 관련 집행 조사를 지휘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그 단계를 한참 지나왔습니다. 토레스 판사는 2차 시장 판매에서 XRP가 증권이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고, 항소 건들도 2025년에 공동 기각되었습니다. 이어 2026년 3월에는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공동 해석을 통해 XRP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상품으로 다루기로 했죠. 따라서 제이 클레이튼이라는 이름이 과거의 기억을 소환할지언정, 현재 법적인 리스크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암호화폐와 AI를 함께 지켜보는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바로 이 백악관 조직이 내놓을 120일짜리 보고서입니다. 이 포스토의 헌장에는 과도한 규제를 피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지나친 사전 승인 규제가 미국의 AI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던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 전 AI 차장의 기조와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120일 보고서에 담길 에이전틱 시스템, 스테이블코인 결제, 이중 용도 기술 등에 대한 언급은 암호화폐와 AI의 융합 생태계에 직접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두 분야의 교차점은 이미 현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리플 원장(XRPL)에서는 x402 AI 에이전트 결제가 이미 1,000만 건을 넘어섰고, 주로 XRP나 RLUSD로 추론 및 데이터 서비스 대금이 결제되고 있습니다. 일일 거래량도 60만 건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이와 동시에 기관의 움직임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에버노스(Evernorth)는 주주들의 94% 압도적인 찬성으로 4억 7,300만 달러 규모의 XRP 트래저리 합병을 성사시켰고 나스닥에 XRPN이라는 티커로 상장될 예정입니다. XRP는 현재 1.50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면서 ETF 자금 유입과 온체인 계정 증가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제이 클레이튼의 이번 임명이 당장 펀더멘털을 뒤흔드는 변화는 아니겠지만, 이들이 120일 뒤에 내놓을 보고서의 톤이 규제 중심일지 아니면 혁신 허용 중심일지에 따라 앞으로 AI 네이티브 암호화폐 인프라의 운명이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