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다 보면 참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10% 오른 종목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하면서 금방 팔아버리는데,


정작 -30%가 된 종목은  

“본전만 오면 바로 판다”면서 몇 달, 심하면 몇 년씩 들고 있기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주식은 작은 수익에 팔아버리고, 상황이 나빠진 주식은 오히려 더 오래 붙잡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행동은 일부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에 아예 이름까지 붙여놨습니다.


바로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입니다.


경제학자 허시 셰프린과 메이어 스탯먼은 1985년 논문에서 투자자들이 수익이 난 자산은 너무 빨리 팔고, 손실이 난 자산은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는 경향을 체계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요?









수익 난 주식은 왜 빨리 팔고 싶을까?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한 주식이 1,100만원이 됐다고 해보겠습니다.


계좌에 +100만원이 찍히는 순간부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 들고 있다가 다시 떨어지면 어떡하지?”


아직 매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100만원은 실제로 확정된 돈이 아니라 평가이익입니다.


그런데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내 돈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니 어렵게 생긴 수익을 다시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지고, 결국 매도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이런 심리는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이익이 난 상황에서는 위험을 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반대로 손실 상황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려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수익은 지키고 싶고, 손실은 되돌리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손실 난 주식은 왜 그렇게 못 팔까?


이번에는 반대로 1,000만원을 투자했는데 700만원이 됐다고 해보겠습니다.


여기서 팔면?


-300만원 손실이 확정됩니다.


그런데 팔지 않고 계속 들고 있으면 아직은 ‘평가손실’입니다.


그래서 머릿속에서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오르지 않을까?”


“본전까지만 오면 진짜 바로 팔아야지.”


아마 투자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일 겁니다.


“우리 카카오도 언젠가는 6만원 다시 오지 않을까…?”


문제는 이때부터입니다.


투자 판단의 기준이 기업의 실적이나 미래 전망이 아니라 ‘내가 얼마에 샀는가’로 바뀌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내가 얼마에 샀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내가 10만원에 산 주식이 7만원이 됐다고 해서 주가가 다시 10만원까지 올라와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는 계속 10만원을 바라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심리가 작용합니다.


손절하는 순간  

“내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그래서 손실을 확정하는 결정을 계속 미루게 됩니다.









다른 투자자들도 정말 이럴까?


이건 단순한 느낌이 아닙니다.


1998년 경제학자 테런스 오딘(Terrance Odean)은 미국 할인증권사의 약 1만 개 계좌에서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발생한 실제 거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수익 상태에 있던 주식을 실제로 매도한 비율인 PGR은 14.8%, 손실 상태에 있던 주식을 매도한 비율인 PLR은 9.8%로 나타났습니다.


계산해보면,


14.8 ÷ 9.8 ≈ 1.51


즉 투자자들은 손실 난 주식보다 수익 난 주식을 약 1.5배 더 쉽게 매도한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투자자들이 이미 팔아버린 수익 종목들이 이후에도 계속 보유하고 있던 손실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보이는 모습도 관찰됐습니다.


즉,


“오른 주식은 이제 떨어질 것 같아서 팔고, 떨어진 주식은 다시 오를 것 같아서 들고 있었다”


라고 단순하게 설명하기도 어려웠다는 뜻입니다.


결국 투자 판단보다 심리가 상당히 강하게 개입하고 있었던 겁니다.








처분효과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


처분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잠시 매수가를 잊어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해보는 겁니다.


“내가 이 주식을 오늘 처음 본다면, 현재 가격에 다시 살 것인가?”


대답이 ‘예’라면 계속 보유할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 처음 봤다면 절대 안 살 것 같은데, 본전 때문에 들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투자 판단보다 감정이 앞서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본전만 오면 무조건 판다.”


그렇게 몇 달을 기다렸는데 정말 본전이 옵니다.


그런데 막상 본전이 되면 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 분위기 좋은데… 조금 더 오르지 않을까?”


결국 못 팝니다.


저 역시 말은 쉽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주식을 사놓고 계좌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뒤 10년 후에 열어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까요.








결국 주식 매도는 숫자보다 감정의 문제다


주식시장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다.”


저는 이 말이 투자자의 심리를 꽤 잘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이 나면 사라질까 무섭고, 손실이 나면 확정하기 싫습니다.


그래서 좋은 종목은 작은 수익에 보내버리고, 정작 좋지 않은 종목은 본전을 기다리며 오래 붙잡는 상황이 생기곤 합니다.


결국 계좌에서 가장 위험한 숫자는  

-20%, -30%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숫자는 바로 ‘내 매수가’일 수 있습니다.


주가는 내가 산 가격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산 가격으로 다시 돌아와줘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얼마에 샀는가”가 아니라, 지금 이 가격에서도 이 주식을 계속 보유할 이유가 있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