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주는 이제 끝난 거 아니야?”
최근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서도 꽤 자주 듣습니다.
한동안 계약 소식만 나와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던 종목들이 요즘은 좋은 뉴스가 나와도 예전만큼 반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보면 더 그렇습니다.
실적은 사상 최대 수준인데 주가는 고점에서 크게 내려왔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방산 사이클이 끝난 걸까요?
아니면 시장이 방산주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진 걸까요?
이번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기준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 왜 혼자 답답해 보일까?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증시에서 가장 강하게 오른 종목들을 보면 전력기기, 반도체 장비, 방산주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표적인 장기 상승 종목이었습니다.
2월 12일 종가 113만1,000원을 기준으로 5년 상승률을 계산하면 약 2,464%에 달합니다.
유상증자 등을 반영하면 5년 전 주가는 4만 원대 수준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5년 전 1억 원을 투자했다면 2월 기준 약 25억 원 수준까지 불어난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에는 102만1,0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2월과 비교하면 약 10% 하락한 수준입니다.
고점이었던 171만3,000원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약 40%에 달합니다.
5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엄청난 수익률이지만, 올해 고점 부근에서 진입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회사가 못 벌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인데 왜 주가는 못 갈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분기 실적은 상당히 강했습니다.
매출은 9조2,9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조3,655억 원으로 58.5% 늘었습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긴 것은 회사 역사상 처음입니다.
지상방산 수주잔고도 38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9월에는 크로아티아와 천무 18문 공급 계약까지 추가됐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나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시장이 이제 단순한 수주 금액만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몇 조 원 수주”라는 뉴스 자체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재료였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그 수주가 실제 매출로 언제 잡히는지, 선수금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마진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따집니다.
쉽게 말하면 시장이 이제 계약서보다 손익계산서를 더 보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호재가 너무 많이 알려진 상태에서는 새로운 계약 하나만으로 주가를 계속 끌어올리기도 어렵습니다.
저 역시 방산주가 한창 강할 때 계약 뉴스가 나온 다음 날 따라 들어가면 이미 늦어 있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시장이 먼저 기대를 반영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방산이 끝난 게 아니라 기준이 바뀐 것 아닐까?
방산 업종이 끝났다고 보는 쪽도 이유는 있습니다.
고점 대비 주가 하락폭이 상당하고, 외국인 매도도 이어졌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일부 완화되는 움직임도 방산주 투자심리를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수주잔고가 커질수록 생산설비와 운전자금이 먼저 필요합니다.
38조 원이라는 수주잔고가 무조건 좋은 숫자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방산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분명합니다.
중동과 유럽을 중심으로 국방비 확대 흐름은 계속되고 있고, 무기 수요 역시 단기간에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계약 시점이 늦춰질 수는 있어도 구조적인 수요 자체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후자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방산주가 끝난 게 아니라 “계약 뉴스만 보고 사는 시대”가 끝난 겁니다.
2분기 영업이익이 1조3,655억 원까지 나왔는데도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시장은 이제 다음 계약보다 다음 분기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25배가 23배가 된 것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볼 때 저는 세 가지 숫자를 같이 봅니다.
5년 약 25배 상승.
2월 이후 약 10% 하락.
그리고 2분기 사상 최대 실적.
이 세 가지를 같이 놓고 보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회사가 갑자기 못 벌게 된 게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미래 기대가 주가에 너무 빠르게 반영됐던 겁니다.
고점 대비 40% 하락했다는 숫자만 보면 무섭습니다.
하지만 5년 전에 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25배가 23배 정도로 줄어든 수준입니다.
체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가장 힘든 사람은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 고점 근처에서 새롭게 진입한 투자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주가 하락폭만 보고 “싸졌다”고 판단하기보다 실적이 계속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수주잔고 38조 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벌 돈이라고만 보면 좋아 보이지만, 반대로 보면 앞으로 만들어야 할 물량입니다.
생산하려면 공장도 필요하고, 인력도 필요하고, 자금도 먼저 들어갑니다.
이익은 나중에 잡힙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볼 때 계약 뉴스보다 다음 실적을 더 중요하게 볼 생각입니다.
특히 다음 분기에도 영업이익 1조 원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대형 해외 계약의 선수금이 실제 현금흐름으로 들어오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게 계속 확인된다면 방산 성장 스토리는 아직 살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주는 계속 늘어나는데 현금흐름과 이익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한 번 더 기다려야겠죠.
결국 지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중요한 질문은
“방산주가 끝났나?”가 아니라
“이미 높아진 기대만큼 실적이 계속 따라올 수 있나?”
이쪽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방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제 시장은 계약 소식보다 숫자를 확인하고 움직이는 단계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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