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 삼성전자는 하루 종일 오르내리다가 결국 전날과 같은 가격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그날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1조7천억 원 넘게 팔았는데요.
반대로 그 물량 상당 부분을 받아간 쪽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던 기업들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시누이에게 카톡이 하나 왔습니다.
결혼 전부터 삼성전자를 조금씩 모아온 사람인데 평소에는 먼저 주가 이야기를 꺼내는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날은 이렇게 묻더군요.
“삼성전자 자사주 다 샀다며. 그럼 연휴 끝나고는 누가 사?”
듣고 보니 꽤 현실적인 질문이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주식을 사주던 회사가 빠지면 수급이 약해지는 건 아닐까.
그래서 삼성전자가 실제로 계획한 물량을 다 샀는지, 평균적으로 얼마에 샀는지, 그리고 자사주 매입이 끝난 다음에는 무엇을 봐야 하는지 숫자부터 하나씩 확인해봤습니다.
10월 2일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 기준 삼성전자 종가는 27만6,000원으로 보합이었고, 개인은 코스피에서 1조7,205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정말 다 끝났을까?
결론부터 보면 주식 수 기준으로는 계획한 물량을 모두 채웠습니다.
삼성전자는 8월 24일부터 자사주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10월 1일까지 약 5,380만 주를 매입했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물량은 5,328만5,968주였는데요.
계획보다 조금 더 매입하면서 주식 수 기준 매입률은 약 100.96%가 됐습니다.
쉽게 말해 예정했던 물량은 다 샀다는 뜻입니다.
원래 매입 기한은 11월까지였는데 예상보다 상당히 빠르게 물량을 채운 셈이죠.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부 보도에서는 주식 수 기준 매입은 끝났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추가 매입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남은 금액이나 정확한 종료 시점도 매체마다 조금씩 다르게 언급되고 있고요.
그래서 현재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하나입니다.
적어도 계획했던 주식 수만큼은 이미 샀다는 것입니다.
기사마다 숫자가 조금씩 달라 직접 공시 자료까지 확인해봤지만, 명확하게 확인되는 부분도 여기까지였습니다.
14조 원 넘게 쓴 삼성전자, 평균 얼마에 샀을까?
10월 1일까지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금액은 14조1,565억 원입니다.
이 금액을 매입한 5,380만 주로 단순하게 나눠보면 주당 평균 매입가격은 약 26만3천 원 정도가 나옵니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14조1,565억 원 ÷ 5,380만 주 ≈ 26만3천 원
수수료 등은 제외한 단순 계산입니다.
10월 2일 삼성전자 종가는 27만6,000원이었습니다.
회사 평균 매입가격보다 약 5% 높은 수준입니다.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던 8월 24일 종가는 25만7,000원이었으니, 매입이 진행되는 동안 주가는 약 7% 오른 셈입니다.
오랫동안 삼성전자를 들고 있던 투자자라면 여기서 조금 씁쓸할 수도 있습니다.
52주 최고가가 37만4,500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부근에서 매수한 투자자라면 아직도 손실 폭이 상당합니다.
회사는 평균 26만 원대에 샀는데 나는 훨씬 높은 가격에 샀다고 생각하면 괜히 억울한 마음도 들 수 있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 숫자를 보고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가 50일 가까이 꾸준히 매수했는데도 주가 상승폭은 약 7%였습니다.
그렇다면 자사주 매입이 끝난다고 해서 그동안의 상승분 이상으로 주가가 갑자기 무너져야 할 이유도 크지 않다는 겁니다.
매일 사주던 회사가 빠지면 누가 살까?
자사주 매입이 끝난 뒤 가장 먼저 나오는 걱정은 역시 수급입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면 시장에서는 기타법인 매수로 잡힙니다.
10월 2일 코스피에서 기타법인은 1조4,830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반면 개인은 1조7,205억 원을 순매도했고요.
결과적으로 개인이 던진 물량 상당 부분을 기업들이 받아준 하루였던 셈입니다.
9월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규모는 더 커집니다.
외국인과 개인이 주식을 파는 동안 기타법인이 상당한 규모의 물량을 받아냈다는 집계가 나왔습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 역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회사의 매수 영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 매수가 끝난 다음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을 마치면 그만큼의 꾸준한 매수 주체가 당장 사라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나 기관이 다시 강하게 들어오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 수급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연휴 직후에는 주가가 생각보다 출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수급 문제만 보고 방향을 판단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봅니다.
결국 더 중요한 건 3분기 실적
자사주 매입보다 더 중요한 일정이 바로 3분기 실적입니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은 10월 8일 전후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결국 영업이익이 어느 정도 나오느냐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실적 전망치가 한 차례 낮아진 상태입니다.
즉, 한 달 전보다 시장의 기대치 자체가 내려와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웬만큼 좋은 실적을 내도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대치가 미리 낮아진 상태라면 실제 실적이 예상 수준만 충족해도 시장 반응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휴 이후 삼성전자 주가를 볼 때는 자사주 매입 종료보다 실적 숫자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사주 매입은 수급에 영향을 주지만 결국 주가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건 회사가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느냐이기 때문입니다.
주주환원도 자사주 매입이 끝났다고 해서 함께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배당을 비롯한 다른 주주환원 정책도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Lucy's insights — 자사주보다 실적을 먼저 본다
저는 이번에는 자사주 매입 종료보다 실적 쪽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14조 원 넘게 자사주를 사들이는 동안 주가는 매입 첫날보다 약 7% 상승했습니다.
현재 주가도 회사의 평균 매입가격과 아주 큰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자사주 매입이 끝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가의 바닥이 갑자기 무너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다음 실적입니다.
시장의 실적 눈높이도 이미 한 차례 낮아진 상태입니다.
연휴가 끝난 뒤 며칠 동안은 자사주 매입 종료에 따른 수급 변화 때문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방향은 결국 실제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과 비교해 어느 정도 나오느냐가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오랫동안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자사주 매입 소식에 기대가 커질 때도 있고, 반대로 매입 종료 소식에 괜히 불안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주가의 방향을 결정했던 건 결국 실적이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휴 동안 굳이 먼저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삼성전자를 오래 보유하고 있다면 연휴 직후 하루 이틀의 움직임만 보고 급하게 판단하기보다 실적을 확인한 뒤 결정하는 쪽이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새롭게 매수하려는 경우에도 실적을 먼저 확인하고 한 번에 들어가기보다 나눠서 접근하는 방법이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요.
다만 실적 발표 하루에 모든 방향을 걸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건 피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결국 자사주 매입이 끝났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얼마나 더 잘 벌 수 있느냐.”
연휴 이후 시장이 다시 열리면 저는 수급보다 먼저 그 숫자를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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