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ETF를 보다 보면 기준금리만큼 자주 확인하게 되는 숫자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입니다.
평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이 숫자는 주식과 부동산, 대출까지 우리 돈과 꽤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장중 5.342%까지 치솟으며 200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고, 한국 10년물 국채금리도 1년 사이 147.9bp 상승하며 주요 12개국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미 국채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건 단순히 채권 투자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출금리, 기업 자금조달 비용, 부동산 시장, 주식 가치평가까지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국채금리는 왜 이렇게 빠르게 오르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한국은 왜 미국보다 더 크게 오른 걸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10년물 5% 돌파, 얼마나 오른 걸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6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4%대 중반이었던 금리가 이제는 5%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6월 1일에는 4.47%였고, 7월 말에는 4.74%까지 올랐습니다.
9월 10일에는 4.96%까지 올라왔고, 10월 1일 장중에는 5.34%를 기록했습니다.
짧은 기간 안에 시장의 금리 기준선이 한 단계 더 높아진 셈입니다.
여기서 꼭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국채 가격과 국채금리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채권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같은 이자를 주는 채권을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되니 새로 사는 투자자의 수익률은 올라갑니다.
그래서 채권 가격이 내려갈수록 국채금리는 올라갑니다.
특히 미국 10년물은 중요합니다.
회사채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그리고 주식시장 가치평가에도 많이 쓰이는 기준금리이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 10년물 금리 상승은 단순히 채권시장 안에서 숫자 하나가 오르는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할인율 자체가 높아지는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빠르게 오른 걸까요?
미국 국채금리 왜 오를까?
첫 번째 이유는 유가 상승과 물가 부담입니다.
국제유가가 다시 높은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브렌트유는 10월 1일 배럴당 102.3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운송비와 생산비가 올라갈 수 있고, 결국 소비자 가격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연준도 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어려워집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장기금리를 더 높게 요구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입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계속 커지면서 정부는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굳이 낮은 금리로 살 이유가 줄어듭니다.
더 많은 국채를 소화하려면 결국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정부가 돈을 더 많이 빌릴수록 금리 부담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세 번째는 AI 투자 경쟁입니다.
이 부분은 조금 의외일 수 있습니다.
아마존, 알파벳, 메타, 오라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와 데이터센터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쓰면서 회사채 발행도 늘리고 있습니다.
정부도 돈이 필요하고, 빅테크 기업도 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국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경쟁이 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금 수요가 많아지면 돈의 가격인 금리 역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즉, 최근 장기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유가와 물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국채 발행 확대, AI 투자에 따른 기업 자금 수요가 동시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보다 더 많이 오른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입니다.
한국 10년물은 왜 더 올랐을까?
10월 1일 한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439%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 2.960%와 비교하면 무려 147.9bp 상승한 수준입니다.
1bp는 0.01%포인트이므로 147.9bp는 1.479%포인트 상승했다는 뜻입니다.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4.439% - 2.960% = 1.479%포인트
즉, 147.9bp 상승입니다.
한국의 상승폭은 미국보다도 35.1bp 컸습니다.
최근 1년 동안 한국은 +147.9bp, 일본은 +144.8bp, 프랑스는 +139.9bp, 이탈리아는 +116.0bp, 미국은 +112.8bp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21.5bp로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한국의 금리가 더 크게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먼저 미국 장기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한국 채권시장은 미국 금리 움직임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여기에 국내 기준금리 상승과 추경 등에 따른 국고채 공급 증가까지 겹쳤습니다.
결국 해외 금리 상승과 국내 채권 공급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셈입니다.
국채 공급이 너무 많아지면 시장에서는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정부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10월 국고채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5조 원 줄이고, 3조5,000억 원 규모의 바이백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바이백은 정부가 이미 발행된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시장에 풀린 채권 물량을 줄여 공급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10월 2일 한국 10년물 금리는 4.365%로 7.1bp 하락했습니다.
이 흐름만 봐도 장기금리에서 채권 공급이 얼마나 중요한 변수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채금리가 오르면 내 돈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국채금리 오르면 대출에는 어떤 영향?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대출입니다.
장기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돈을 조달하는 비용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을 더 비싸게 조달해야 하니 주택담보대출이나 각종 장기대출 금리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채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이 돈을 빌리는 비용이 커집니다.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신규 투자나 채용을 줄일 수 있고, 기업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국채금리 오르면 부동산에는 어떤 영향?
부동산 시장도 금리와 매우 밀접합니다.
주택은 대부분 대출을 끼고 매수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같은 집을 사더라도 매달 갚아야 할 금액이 늘어나면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매력이 줄어들면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국채금리가 오른다고 무조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별 공급과 수요, 정책, 소득 수준 같은 변수도 함께 봐야 합니다.
다만 금리가 높은 환경이 부동산 시장에는 분명 부담 요인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국채금리 오르면 주식은 어떻게 될까?
주식시장에서도 국채금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입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 국채에서 연 5%가 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면 투자자는 굳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경쟁 상대의 매력이 높아지는 셈입니다.
특히 성장주와 기술주는 장기금리 상승에 더 민감합니다.
이들 기업은 현재 이익보다 앞으로 벌어들일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올라가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계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높아집니다.
같은 미래 실적이라도 현재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국채금리가 급등할 때 나스닥이나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국채금리 상승이 곧바로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기업 실적이나 AI 투자 기대가 강하다면 증시가 버틸 수 있습니다.
결국 금리 하나만 보고 주가 방향을 단정하기보다는 기업 이익과 성장 기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 고용은 꺾였다
최근에는 장기금리 상승 흐름을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는 변수도 나왔습니다.
미국 9월 비농업 고용이 전월보다 2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실업률은 4.2%까지 올라갔습니다.
고용이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상승 부담이 일부 줄어들었습니다.
경기가 둔화되면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고용은 약해지고 있는데 유가와 물가 부담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경기는 둔화되는데 물가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연준 입장에서도 선택이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세 가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국제유가입니다.
유가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미국 물가지표입니다.
CPI와 PCE가 다시 올라가는지, 아니면 계속 둔화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고용과 연준의 금리 결정입니다.
고용 둔화가 계속될 경우 연준이 정책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세 가지가 향후 미국 장기금리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5.3%냐 5.5%냐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3%에서 5.5%까지 갈지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최근 장기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하나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가와 물가, 미국의 재정적자, 국채 발행 증가, AI 투자에 따른 자금 수요까지 여러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 고용처럼 경기 둔화 신호가 강해지면 금리 방향도 빠르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 하나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금리를 움직이는 원인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주식이나 ETF에 투자하고 있다면 지수 움직임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물가, 고용 흐름까지 같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성장주나 기술주 비중이 높다면 미국 10년물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체크해야 할 핵심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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