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비만치료제입니다.


예전에는 비만치료제를 단순히 ‘살을 빼는 약’ 정도로 보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GLP-1 계열 치료제가 비만을 넘어 심혈관 질환, 수면무호흡증,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등으로 치료 영역을 빠르게 넓히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ETF로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집계 기준으로 국내 상장 주요 비만치료제 테마 ETF의 합산 순자산총액은 최근 3,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헬스케어 ETF 가운데서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중심에는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와 미국의 일라이릴리가 있습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두 기업은 매출 성장뿐 아니라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의 관심까지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 배경부터 국내 대표 ETF인 KODEX와 TIGER의 차이, 그리고 연금저축과 IRP를 활용한 투자 방법까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릴리와 노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점하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장 큰 이유는 GLP-1 계열 치료제의 체중 감량 효과입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약 15%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했다면, 이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임상 3상에서 20%를 웃도는 체중 감량률을 보여주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현재 시장은 사실상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양강 체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시장 전망도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4년 약 300억 달러에서 2030년 1,3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5조 원 이상까지 성장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약 6년 만에 시장이 4배 이상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약이 안 팔리는 것’이 아니라 ‘팔 약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수요는 이미 충분한데 생산시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생산능력 확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노보노디스크의 모회사는 글로벌 CDMO 기업 카탈란트를 약 165억 달러에 인수했고, 일라이릴리 역시 미국 인디애나주 생산기지에 약 53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습니다.


결국 생산시설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어지면 지금까지 공급 부족 때문에 놓쳤던 매출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비만치료제 ETF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다이어트 유행’이 아니라 생산능력과 실적 성장까지 함께 보는 이유입니다.









KODEX vs TIGER, 비슷해 보여도 전략은 다르다


국내에서 비만치료제 ETF를 찾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상품이 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입니다.


두 ETF 모두 핵심은 같습니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비중을 크게 가져가면서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따라가는 구조입니다.


두 기업의 합산 비중도 대략 45~50% 수준으로 상당히 높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나머지 절반을 어떤 기업으로 채우느냐입니다.


KODEX는 상대적으로 임상 단계가 앞서 있는 바이오텍 기업을 적극적으로 편입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바이킹 테라퓨틱스나 질랜드 파마처럼 차세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의 비중을 가져가면서, 신약 개발 성공에 따른 추가 상승 여력을 노리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다음 릴리와 노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조금 더 베팅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TIGER는 상대적으로 대형 제약사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편입니다.


로슈, 암젠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함께 담으면서 특정 바이오기업의 임상 결과에 따라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위험을 줄이는 전략입니다.


정리하면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신약 개발 성공에 따른 높은 주가 상승 가능성을 노린다면 KODEX 쪽이 더 공격적인 성격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변동성을 조금 낮추면서 글로벌 대형 제약사까지 함께 분산 투자하고 싶다면 TIGER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어느 ETF가 무조건 더 좋다기보다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내 대표 비만치료제 ETF,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두 ETF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비교해보겠습니다.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는 iSelect 글로벌 비만치료제TOP2 Plus 지수를 추종합니다. 순자산총액은 약 1,650억 원 수준이며 총보수는 연 0.45%입니다.


포트폴리오에서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를 각각 약 25%씩 담아 두 종목의 합산 비중이 약 50% 수준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비중에는 바이킹 테라퓨틱스처럼 임상 단계에 있는 바이오텍 기업들이 포함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 기업의 주가 상승까지 함께 노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는 Mirae Asset Global Obesity TOP2 지수를 추종합니다.


순자산총액은 약 1,420억 원 수준이며 총보수는 KODEX와 동일한 연 0.45%입니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비중은 각각 약 24% 수준으로, 두 기업을 합치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48%를 차지합니다.


다만 나머지 종목 구성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TIGER는 로슈와 암젠처럼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비중을 함께 가져가는 형태입니다.


이 때문에 중소형 바이오텍의 임상 결과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율 측면에서는 두 ETF 모두 원·달러 환율 변화의 영향을 받는 환노출형 상품입니다.


원화 가치가 약해지고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환율이 수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ETF 수익률에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연금계좌 활용 측면에서도 두 상품 모두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에 상장된 ETF이기 때문에 연금저축이나 IRP 같은 연금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일라이릴리나 노보노디스크 주식을 직접 매수하는 방식은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에서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미국 주식 직접투자는 ETF 운용보수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기업에 투자금이 집중되는 만큼 개별 기업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KODEX와 TIGER 같은 ETF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뿐 아니라 다른 비만치료제 관련 기업까지 함께 투자하기 때문에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일라이릴리나 노보노디스크 한 기업에 대한 확신이 매우 높다면 직접투자가 더 단순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만치료제 산업 전체의 성장에 투자하고 싶거나 연금계좌를 활용하고 싶다면 국내 상장 ETF가 더 편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IRP에서 투자하면 달라지는 점


비만치료제 ETF를 장기 투자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일반 주식계좌뿐 아니라 연금계좌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세금입니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주식형 ETF를 일반계좌에서 투자하면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대해 과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연금저축이나 IRP 같은 연금계좌에서는 계좌 안에서 발생한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대해 바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재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과세이연 효과’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계좌에서는 수익이 발생할 때 세금이 빠져나갈 수 있지만, 연금계좌에서는 그 금액까지 계속 투자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장기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차이가 복리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향후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조건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연금소득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다만 IRP나 퇴직연금 계좌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만치료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비만치료제라는 테마가 아무리 성장성이 높더라도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집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연금계좌에서는 비만치료제 ETF를 전체 자산의 ‘성장형 위성 자산’ 정도로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유행일까, 구조적 성장일까?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단순한 유행과 장기적인 산업 변화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비만치료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장기 성장주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단순한 다이어트 열풍 정도로 치부하기에도 시장 변화가 상당히 큽니다.


비만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만성질환 가운데 하나로 다뤄지고 있으며, 관련 치료제는 체중 감량을 넘어 다양한 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제약사들의 투자 규모와 임상 파이프라인 역시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첫째, 비만치료제 시장이 예상대로 계속 성장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 둘째,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현재의 시장 지배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 셋째, 차세대 비만치료제 기업 가운데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는지도 꾸준히 확인해야 합니다.







단기 주가만 보면 매일 답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시장 규모, 생산능력, 임상 데이터, 기업 실적을 함께 보면 조금 더 긴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비만치료제 ETF 역시 단순히 최근 많이 오른 테마 ETF로 접근하기보다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올랐느냐’보다 앞으로도 성장할 근거가 남아 있느냐입니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정말 100조 원을 넘어 170조 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한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경쟁은 아직 초반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