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을 이끄는 5대 주요 무기의 누적 수출액이 65조원을 넘어섰다. 남북 분단 이후 무기 국산화를 위해 1970년대 태동한 방위산업(1.0 시대)이 2020년대 들어 주요 수출 주도산업(2.0 시대)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올 들어 국내 방산업체들은 폭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여 곳의 공장에서 동시다발적인 증설 전쟁에 들어갔다. K방산이 국산화와 수출 단계를 넘어 글로벌 방산 생태계의 허브로 도약하는 ‘3.0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 육해공 전방위 수출영토 확장
지난 17일 찾은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 지구 반대편 태평양 바다에서는 건조를 마친 상륙지원함 두 척이 막바지 전력설비 점검을 받고 있었다. HD현대중공업의 기술 지원으로 태어난 ‘침보테함’과 ‘탈랄라함’이다. 조만간 페루 해군에 인도될 이 군함은 철판 절단부터 배관 조립, 케이블 연결까지 100% 현지에서 제작됐다.
(3) 방산 허브 도약 위한 3대 조건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5/0005338305?date=20261002
한국 방위산업이 ‘연간 수출 300억 달러(약 41조 원) 시대’를 열기 위해 뛰고 있다. 이를 위해선 공동 무기 개발과 현지 생산, 부품 공급, 유지·보수·정비(MRO)까지 영역을 넓혀 글로벌 방산 생태계의 허브로 거듭나는 이른바 ‘K방산 3.0 시대’로 도약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핵심 시장을 선점하고, 인공지능(AI)·무인화에 특화한 ‘초격차 무기’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방산 관련 제도를 수출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방산 3.0 시대의 대전환: 글로벌 방위산업 생태계 허브 도약을 위한 전략적 분석과 전망
서론: K방산 3.0의 정의와 '골든타임'의 도래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안보 환경 속에서 1970년대 소총과 탄약 등 기본 병기를 국산화하며 태동한 '1.0 시대'를 거쳐, 2020년대 들어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 첨단 무기체계를 앞세워 국가 주요 수출 주도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2.0 시대'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2022년 사상 최초로 방산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한국 방위산업은 단순한 완제품 무기 공급국이라는 지위를 넘어 자유 진영 국가들의 핵심 방위산업 생태계 허브로 도약하는 'K방산 3.0 시대'로의 중대한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026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집중 조명한 바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방위산업 지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촉발된 전 세계적인 재무장 수요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 등 방산 전문가들은 과거 재래식 무기 감축을 주도했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통적인 유럽 방산 강국들이 자국의 생산능력을 완전히 확충하고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복귀하기까지 향후 약 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3년은 대한민국이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확고히 진입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골든타임(Critical Time)'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골든타임을 돌파하기 위해 한국 방산업계는 단순 수출 방식을 탈피하여 공동 무기 개발, 현지 생산, 부품 공급망 편입, 그리고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구축 등을 포괄하는 전방위적 생태계 확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최근 3개월 이내의 최신 수주 및 제도 개편 동향을 바탕으로 K방산 3.0의 핵심 동인인 '증설 전쟁', '육해공 수출 영토 확장', 그리고 '방산 허브 도약을 위한 3대 조건'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전략을 전망한다.
1. '증설 전쟁'과 수출 주도형 대량생산 체제 구축
방산 빅6의 인프라 투자와 권역별 클러스터 고도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글로벌 안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주요 방산업계는 유례없는 규모의 '증설 전쟁'에 돌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 D&A,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을 포함한 국내 방산 빅6 기업의 국내 시설 투자 규모는 2024년 4조 386억 원 수준에서 2026년 현재 7조 4,926억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85%라는 경이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국 20여 곳에 달하는 신규 공장, 연구개발(R&D) 센터, 그리고 첨단 시험설비의 동시다발적 확충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과거 한국군이 요구하는 제한된 소요 물량만을 소화하던 내수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의 동시다발적인 주문을 신속하게 소화할 수 있는 '수출형 대량생산 체제'로의 완벽한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인프라 확장은 권역별로 특화된 산업 클러스터의 형성으로 이어지며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을 중심으로 전차, 자주포, 파워팩(엔진 및 변속기) 등 지상무기 체계의 글로벌 생산 중추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반면 과거 가전 산업의 중심지였던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는 LIG D&A과 한화시스템 등을 필두로 유도무기, 레이더, 방산 전장(전자장치) 특화 제조 거점으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또한 경남 사천은 우주항공청 개청과 연계하여 KAI 중심의 항공우주 거점으로 진화 중이며, 울산과 경남 거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양대 축으로 삼아 최첨단 해양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북 전주 및 새만금 지역은 탄소섬유 등 첨단 방산 소재 산업의 뼈대를 구축하며 밸류체인의 최전방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집적화는 K-방산의 가장 큰 경쟁력인 '공급망 안정성'과 '신속한 납기'의 원천이 된다. 전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다수 국가의 공장과 국경을 거쳐야 하는 유럽의 파편화된 방산 분업 체계와 달리, 한국은 핵심 부품부터 최종 조립까지 좁은 국토 내에서 유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완결형 밸류체인을 갖춤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납기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수주잔고 급증과 거시경제적 낙수효과
선제적인 생산 인프라 투자의 기저에는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는 압도적인 수주잔고가 자리하고 있다. 지상 무기체계를 주도하는 현대로템은 방산 및 철도 부문을 합쳐 창사 이래 최초로 30조 4,000억 원의 수주잔고를 돌파했으며, 이 중 방산 부문 수주잔고만 24조 5,781억 원에 이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2026년 상반기 기준 지상 방산 부문 수주잔고가 38조 3,000억 원에 달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증명했다. 정밀 타격 체계를 주도하는 LIG D&A또한 중동 지역의 대규모 방공망 수출을 바탕으로 26조 원 규모의 탄탄한 수주잔고를 확보하여 장기적인 매출 성장 가시성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주요 4대 방산 업체의 2026년 연간 합산 매출은 약 370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에 도달하며 과거 5년 대비 4배 이상 팽창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방위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은 개별 기업의 이익 창출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강력한 낙수효과를 유발하는 거시경제적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2026년 4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방산 수출은 일반 제조업을 압도하는 경제적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위의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방위산업은 기계, 전자, 소재, 정보통신기술(ICT) 등 국가 첨단산업 역량이 총결집된 대형 조립산업으로서, 전·후방 연관 효과가 극대화되는 특성을 지닌다. 특히 유발된 고용 인원 중 정규직 비중이 92%에 달한다는 점은 방위산업이 저성장 기조에 진입한 대한민국 경제에서 거의 유일하게 고품질의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하는 '성장 엔진'이자 '고용 저장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2. 육해공 전방위 수출 영토 확장과 현지화 전략의 진화
과거 폴란드 등 동유럽 일부 국가와 중동에 국한되었던 K-방산의 수출 영토는 현재 미국, 서유럽,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남미로 전방위적인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완성품 무기를 컨테이너에 실어 보내는 1차원적 무역을 넘어, 현지 생산(Localization) 체계 구축, 기술이전, 전문 인력 양성, 그리고 수십 년간 이어지는 후속 군수지원(MRO)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는 고도화된 외교·산업 융합 전략의 결과물이다.
지상 무기체계의 동유럽 기반 강화 및 신규 거점 확보
한국 지상 무기의 핵심인 K2 전차, K9 자주포, 그리고 K239 천무 다연장로켓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사실상의 '서방 표준 무기체계'로 격상되고 있다.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2026년 하반기에 연이어 가시화된 폴란드 및 크로아티아와의 대형 계약이다.
폴란드 군비청과 현대로템은 약 8조 9,800억 원(약 65억 달러) 규모의 K2 전차 2차 실행계약을 체결하며 단일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 계약에 따라 공급되는 총 180대의 전차 중 116대는 한국에서 생산된 완제품(K2GF) 형태로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조기 인도되어 폴란드군의 전력 공백을 신속히 메우게 된다. 실제로 2026년 8월, 2차 계약의 초도 물량 28대가 폴란드 현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하며 한국 방산 특유의 신뢰성 높은 납기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러나 이번 계약의 진정한 핵심은 나머지 64대에 있다. 이 물량은 폴란드 군의 특수한 운용 환경을 반영한 K2PL 모델로서, 현대로템의 기술 이전을 바탕으로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인 부마르-와벤디(Bumar-Labedy) 공장에서 직접 생산된다. 현대로템은 11개 분야 99개 핵심 구성품에 대한 정비 기술을 폴란드에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폴란드를 단순한 무기 수입국에서 벗어나,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K-방산의 거점 생산 기지이자 창정비 허브로 격상시키는 전략적 가치사슬의 재편을 의미한다.
다연장로켓 분야에서도 승전보가 이어졌다. 2026년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크로아티아 국방부와 4억 1,000만 유로(약 6,400억 원) 규모의 K239 '천무' 발사대 18문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천무는 기존 구소련제 다연장로켓(사거리 20km 수준)을 대체할 강력한 화력 투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크로아티아는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에 이어 천무를 도입하는 네 번째 유럽 국가가 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중시하는 나토 군사 교리 하에서 천무가 유럽 포병 전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동의 대공 방어 벨트 구축과 중남미 해양 시장 개척
중동 지역에서는 LIG D&A의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 '천궁-II(M-SAM)'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4조 원대),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4조 원대)에 이어, 2024년 9월 이라크와 약 3조 7,000억 원(8개 포대)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중동 3개국을 아우르는 누적 12조 6,000억 원 규모의 거대한 'K-방공망 벨트'를 구축했다. 천궁-II의 폭발적인 수요는 최근 중동 지역의 실전 분쟁에서 이란의 탄도 미사일을 상대로 90%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요격 성공률을 입증한 데 기인한다. 더욱이 천궁-II는 경쟁 모델인 미국의 패트리엇(PAC-3) 대비 도입 비용이 약 4분의 1에 불과하여,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는 중동 국가들에게 극강의 예산 효율성(가성비)을 제공한다. 이러한 실전 성능 검증을 바탕으로 UAE 측이 긴급 유도탄 증파를 요청함에 따라 한국군 예비탄 일부를 선제적으로 전용하여 공급하는 등, 동맹 수준의 굳건한 국방 협력이 전개되고 있다.
중남미 시장에서는 함정 현지 건조를 내세운 'K-조선 패키지' 전략이 강력한 돌파구가 되었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페루 해군과 수상함 4척을 현지에서 건조하는 기념비적인 계약을 맺었다. 이 사업은 단순 선박 수출이 아니라 한국의 건조 기술과 설계 도면을 제공하여 페루 국영 시마(SIMA)조선소에서 100% 현지 인력으로 군함을 생산하는 방식을 취한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연말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1,500톤급 잠수함의 현지 공동 건조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페루 해군의 중장기 현대화 프로젝트(호위함 6척, 원해경비함 4척 등 총 14척 수상함 및 잠수함 확대)를 고려할 때 향후 후속 물량을 포함한 총 수주 규모는 최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미국과 유럽 조선업체들의 독무대였던 중남미 시장에서, 기술 이전과 대규모 현지 일자리 창출(약 3만 3,000개 추산)을 매개로 해당 국가의 산업 생태계 자체를 육성해 주는 한국식 파트너십 모델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결과다.
미국 시장 진출의 전략적 전환: 무기 수출과 MRO 시장의 병행
세계 최대이자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미국 방산 시장 공략은 K방산 3.0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티어(Top-Tier)로 인정받기 위한 최종 관문이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유도무기 분야에서 나타났다. LIG D&A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 개발한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Poniard)'은 2024년 7월 환태평양군사훈련(RIMPAC) 기간 중 실시된 미 국방부 주관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실사격에서 6발 모두를 완벽하게 표적에 명중시켰다. 이는 국산 유도무기 사상 최초로 미군의 까다로운 FCT 성능 평가를 통과한 쾌거로, 향후 미 해군 무인수상정 탑재 등 대규모 수출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LIG D&A는 2026년 창사 50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 현지법인 'LIG Defense U.S.'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현지 마케팅과 국방 조달망 진입에 착수했다.
해양 분야에서는 무기 완제품 수출보다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진출이 미국의 견고한 보호무역주의를 우회하는 전략적 틈새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양대 조선사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7월 미 해군 함정 MRO 입찰의 필수 전제조건인 함정정비협약(MSRA) 자격을 나란히 취득했다. 이후 2026년 기준 한화오션이 7건, HD현대중공업이 3건의 미 해군 및 캐나다 군수지원함 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빠르게 실적을 쌓고 있다. 특히 2026년 9월 말, 한화오션이 캐나다 해군의 5,200톤급 호위함을 부산 백운포 부두로 입항시켜 정비 사업을 수행한 것은 MRO 대상국이 미 해군을 넘어 동맹국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한화오션은 미국 내 조선업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인수를 완료하고 첨단 공법을 이식하는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필리조선소와 한화디펜스USA는 미 해군 미사일방어청의 다목적선박(MRIV) 개념설계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단순 수리를 넘어 선박 설계와 신규 건조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노후화된 자국 내 수리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극심한 함정 가동률 저하를 겪고 있는 미 해군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동시에, 한국의 우수한 건조 역량으로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겠다는 이른바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구상과 완벽하게 부합하며 강력한 한미 국방 산업 동맹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3. 방산 허브 도약을 위한 3대 전략 조건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한 안보 전문가들과 한국경제신문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K-방산이 향후 3년의 '골든타임'을 최대한 활용하여 글로벌 방산 생태계의 영구적인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유럽의 팽창하는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하고 핵심 시장의 공급망을 선점해야 하며, 둘째, 인공지능(AI)과 무인화가 결합된 초격차 무기를 선제적으로 상용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방산 관련 법과 제도를 '내수용'에서 '수출 및 현지 맞춤형'으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
조건 1: 유럽의 방산 보호주의(EDIP) 극복과 공급망 현지화 선점
현재 K-방산이 직면한 가장 큰 구조적 위협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팽창하고 있는 강력한 방산 블록화 현상이다. 2025년 12월 전격 채택된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15억 유로(약 2조 2,00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역내 방산 생산 기반을 재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장 치명적인 무역 장벽은 EU 재정이 연계된 공동 조달 무기체계의 경우 비(非) EU 혹은 비유럽경제지역(EEA) 국가의 부품 비중을 35% 이내로 엄격히 제한한다는 조항이다. 나아가 EU는 2035년까지 유럽산 무기 구매 비중을 전체의 6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명문화했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명료하다. K-방산이 그간 동유럽 시장을 장악하는 데 가장 큰 무기로 활용했던 '가성비'와 '신속한 완제품 납기'의 전략적 유효기간이 점차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자체의 생산 인프라와 공급망이 완전히 복원되는 향후 3~5년 뒤에는 한국 공장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직수출하는 방식으로는 유럽 시장의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실상의 '철옹성'이 구축될 수 있다.
이러한 EDIP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국내 방산업계는 '단순 수출'에서 '조인트 벤처 설립 및 현지 공동생산'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축을 급선회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현대로템의 폴란드 K2PL 현지 생산 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6년 초 루마니아에 착공한 장갑차 기술센터는 현지 부품 조달률 8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매국의 노동력을 고용하고 현지 중소기업의 부품 밸류체인을 한국산 무기에 적극적으로 융합함으로써, 한국의 플랫폼을 '유럽 현지에서 생산된 유럽산 무기'로 포장하여 EDIP의 보조금 혜택 및 역내 조달 조건을 충족시키는 우회 전략이다. 결국 "현지 공장이 없으면 수주도 없다"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글로벌 생산 거점의 신속한 구축 속도가 향후 유럽 무대 생존의 척도가 될 것이다.
조건 2: 초격차 확보를 위한 미래 무기 고도화 (자동화 및 유무인 복합)
미래 전장은 인구 구조의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부족'이라는 전 세계적인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운용 인력을 최소화하면서도 타격력과 생존성을 극대화한 '초격차 무기'의 선제적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상 무기의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6년 6월 파리 유로사토리(Eurosatory) 방산전시회에서 전면에 내세운 차세대 자주포 K9A2가 그 대표적인 예다. K9A2는 포탄의 적재, 이송, 장전, 격발에 이르는 전 과정을 로봇 공학을 통해 완전 자동화한 무인 포탑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기존 K9 대비 운용 필수 인원을 5명에서 3명으로 대폭 감축하면서도, 1분당 급속 발사 속도는 6발에서 9발로 무려 1.5배나 향상시켰다. 적은 병력으로 장기간 고강도의 화력 투사를 유지해야 하는 유럽군(특히 주력 자주포 AS90을 교체해야 하는 영국의 차세대 자주포 획득 사업인 MFP 등)의 현실적인 고민을 정확히 겨냥한 자동화 솔루션이다.
전차 분야에서는 드론 등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는 생존성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방위사업청은 2026년 8월, 총 3조 4,480억 원을 투입하는 K2 전차 성능개량(PIP) 사업을 의결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치명적인 위협으로 부상한 소형 자폭 드론(FPV)과 대전차 미사일을 탐지하고 공중에서 직접 타격하여 무력화하는 '한국형 능동파괴체계(KAPS, Hard-kill)'와 전파 교란을 위한 드론 재머(Jammer), 그리고 승무원이 차체 내부에서 안전하게 외부 위협을 타격할 수 있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가 통합 탑재된다. 이러한 다층 방호 체계는 K2 전차를 현대전의 복합 위협으로부터 생존 가능한 가장 진보된 지상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8년부터 전력화되는 K2 전차 4차 양산 물량 150대에는 국내 방산업체 SNT다이내믹스가 20여 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1,500마력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파워팩(엔진+변속기)의 완전한 100% 국산화가 실현되었음을 의미한다. 과거 K2 전차는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독일제 변속기를 사용한 탓에, 중동 등 지정학적 민감 국가로 수출을 추진할 때마다 독일 정부의 엄격한 수출 승인(EL) 통제와 간섭을 받아야 하는 뼈아픈 한계가 있었다. 독자적인 국산 파워팩의 탑재는 타국의 정치적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K-방산의 자율적이고 공격적인 글로벌 세일즈를 보장하는 결정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한화는 2028년까지 차세대 미사일 '천무 3.0'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는 발사관에서 쏘아 올려진 미사일에 탑재된 자폭 드론이 목표 상공 부근에서 분리된 후, 스스로 80km를 배회하며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표적을 탐지하고 자폭 타격을 수행하는 혁신적인 유무인 복합체계(MUM-T)의 결정체다.
이러한 무인 복합체계의 '두뇌'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소버린 AI(Sovereign AI)' 확보 프로젝트도 본궤도에 올랐다. 2026년 9월,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한국형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한 '국방 특화 AI 모델' 구축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외부 인터넷과 완전히 분리된 군사 폐쇄망 내부에서도 안전하게 구동할 수 있는 독자적인 '설치형 AI' 환경을 구현하여 최고 수준의 군사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전장의 빅데이터 분석, 상황 인식, 자율 무기체계 지휘 통제에 이르는 전 과정을 AI가 보조하는 지능형 국방 체계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방위사업청은 '국방첨단전력법' 제정을 추진하여, 장기간의 행정 절차가 소요되던 기존 획득 방식 대신 민간의 혁신적 IT 기술을 짧은 주기로 신속하게 도입하고 실증하는 '애자일(Agile)' 방식의 획득 절차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조건 3: 수출 중심의 산업 제도 대전환과 지속 가능성 확보
K방산 3.0이 일시적인 지정학적 호황에 기대지 않고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수출 강국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무기체계의 하드웨어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금융 지원, 법률 정비, 그리고 기술 보호 체계의 유기적인 융합이 필수적이다.
최우선 과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방산 거래의 특성을 지원할 수출금융(G2G 대출 및 보증) 역량의 확충이다. 이를 위해 2024년 2월,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증액하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방산 대출 한도 병목 현상에 큰 숨통이 트였다. 나아가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상반기 내 '전략수출금융기금' 신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금은 대규모 수출 혜택을 받은 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류 받아 기금으로 조성하고, 이를 중소 협력업체의 R&D 및 기술 육성에 재투자하여 산업 생태계 전체의 체급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다89. 이를 통해 프랑스나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의 장기·저금리 맞춤형 패키지 대출을 구매국에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상향시킬 수 있다.
둘째,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위한 규제 완화와 기술 보호 체계의 확립이다. 방위산업은 최초의 무기 인도 이후 최장 30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부품 공급과 유지·보수·정비(MRO)가 전체 수명 주기 가치의 약 70%를 차지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에 정부는 방위사업법 시행령을 전격 개정하여 2026년 7월 1일부로 기 수출된 방산물자의 정비용 수리 부속에 대한 수출허가 면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로써 방산업체들은 불필요한 행정 소요 없이 해외 운용군에 신속하게 수리 부속을 적기 공급할 수 있게 되어 무기 체계의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K-방산의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팽창하는 수출 물량만큼 급증하는 해외 기술 유출 위협을 통제하기 위한 사이버 안보 장벽도 대폭 강화되고 있다. 적성국이나 제3국이 수출된 한국산 무기체계를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하거나 무단 분해하려 시도할 경우, 핵심 하드웨어와 내부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구동을 차단하고 데이터를 삭제하는 '안티탬퍼링(Anti-Tampering, 무단변조 방지)' 기술 개발 및 적용이 전면 의무화되었다. 아울러 방위산업기술 보호법 개정(2026년 하반기 시행)을 통해 기술의 해외 무단 유출 시 법정 최고형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및 65억 원 이하 벌금으로 대폭 상향하였으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안 인프라 투자가 취약한 중소 하도급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정부 주도의 맞춤형 방산 사이버 방어망(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지원 사업이 전방위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시사점>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단순 완제품 수출국을 넘어 자유 진영의 핵심 생태계 허브로 도약하는 'K방산 3.0' 시대의 중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인 재무장 수요가 확대하는 가운데, 전통적 방산 강국인 유럽이 생산 능력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남은 향후 3년은 한국이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결정적 '골든타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방산업계의 선제적 대응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국내 방산 빅6 기업의 시설 투자 규모는 2024년 4조 원대에서 2026년 현재 7조 4,926억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급증하며 '증설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이는 우리 방산의 체질이 다품종 소량생산이던 내수용에서 벗어나 글로벌 주문을 신속히 소화하는 수출 주도형 대량생산 체제로 완벽히 탈바꿈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방산 수출은 제조업 평균을 웃도는 46조 4,000억 원의 막대한 생산유발효과를 내고 있으며, 창출된 10만여 개의 일자리 중 92%가 정규직일 만큼 저성장 시대 국가 경제의 강력한 '성장 엔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시장 다변화와 질적 고도화 성과 또한 눈부십니다.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와의 K2PL 전차 현지 생산 계약을 비롯해 크로아티아의 '천무' 도입, 중동 3개국을 아우르는 12조 원 규모의 '천궁-II' 방공망 벨트 구축 등은 K-방산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나아가 세계 최대이자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미국 시장에서 유도로켓 '비궁'이 성능 평가를 뚫어내고, 우리 조선업계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및 현지 조선소 인수에 성공하며 한미 국방 산업 동맹의 새로운 토대를 구축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낙관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가장 큰 위협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팽창하는 강력한 방산 보호주의(EDIP)입니다. 공동 조달 시 비유럽산 부품 비중을 엄격히 제한하고 유럽산 무기 구매 비중을 65%까지 끌어올리려는 EU의 노골적인 역내 우선주의 속에서, 과거 우리 방산의 주특기였던 '가성비와 빠른 납기' 모델은 3~5년 뒤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민관이 합심해 차원이 다른 전략을 펴야 합니다. 첫째, 조인트 벤처 설립 등 현지 공동생산 체계를 신속히 구축해 강력한 무역 장벽을 우회해야 합니다. 둘째, 완전 자동화 무인 포탑을 적용한 K9A2 자주포,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100% 국산화 1,500마력 전차 파워팩, 폐쇄망 내 최고 보안을 유지하는 '국방 소버린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체계(MUM-T) 등 압도적인 미래 초격차 기술을 선점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의 전폭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방산의 특성을 고려해 '전략수출금융기금' 신설 등 선진국 수준의 맞춤형 수출 금융 지원(현재 입법절차가 진행중)을 서둘러야 합니다. 또한, 무기 수출을 첨단 핵심 광물 확보 등과 연계하는 '자원 연계형 전략 외교'의 플랫폼으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기술 무단 유출을 막지하기 위한 역공학 방지 기술인 안티탬퍼링 기술 적용을 의무화하고, 중소·벤처기업을 단단한 하부 밸류체인으로 육성하는 방산 혁신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야 합니다.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초일류 미래는 기업의 혁신적 초격차 기술과 촘촘한 국가적 원팀 지원이 결합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