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9월 17일 토허구역 내 세입자를 낀 주택을 산 무주택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기한을 원래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12월 31일까지 1년 더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8.3 세제개편안에 따라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기 위한 후속 조치 성격이고, 관련 시행령 개정안은 18일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애초 이 유예 제도는 올해 2월 다주택자의 신속한 매도를 지원하려고 도입됐는데, 매도 유도라는 원래 취지와 별개로 신청 기한을 계속 연장해야 할 만큼 시장 여건이 바뀐 셈이다.
인정범위 확대
이번 발표에서 더 눈여겨볼 부분은 유예 인정 범위 자체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세입자와 맺은 임대차 계약의 남은 기간까지만 입주를 미룰 수 있었는데, 이제는 계약을 한 차례 갱신하면 그 갱신계약 기간까지 유예로 인정받는다.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시행일인 10월 1일 기준 2년 뒤인 2028년 9월 30일까지 입주하면 되고, 갱신계약을 맺으면 2029년 말까지 최장 3년 3개월간 입주를 미룰 수 있다.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쓴 세입자라도 집주인과 합의만 되면 추가로 갱신계약을 인정해준다는 점도 이번에 새로 확대된 내용이다.
배경
이런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실거주 의무를 강화했더니 오히려 전월세 매물이 줄고 임대료가 오르는 부작용이 커졌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무주택자가 세입자 낀 집을 사고도 실거주 시점까지 세입자를 내보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면 그만큼 전월세 매물이 시장에서 빠지게 된다.
정부는 이번 유예 확대로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통해 더 오래 거주할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매수자에게도 입주 시점을 조정할 여유를 준 셈이다.
다만 투기 방지를 위해 매수자가 올해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과, 실제 입주 이후 2년간 의무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얼마나 여유가 생길까
구체적으로 계산해보면 아래와 같다. 세입자와 갱신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라면 10월 1일 시행일 당시 임대차계약의 최초 종료일까지만 유예되기 때문에 늦어도 2028년 9월 30일까지는 입주를 마쳐야 한다
반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갱신계약을 맺으면 그 갱신 기간, 최대 2년까지 추가로 유예가 인정된다.
여기에 10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15개월의 신청 기간과 갱신계약 최대 24개월을 더하면, 이론상 최장 3년 3개월, 그러니까 2029년 말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걸 인정받으려면 실거주 유예를 신청하기 전에 갱신계약을 먼저 체결해야 하고, 그 갱신계약이 반드시 이번 신청 기간인 10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 사이에 시작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특수한 상황에 대한 배려
특수한 상황에 대한 배려도 새로 들어갔다.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 아파트, 즉 등록임대주택은 의무 임대 기간이 남아 있으면 애초에 거래 자체가 제한된다.
같은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도 묶여 있다 보니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부터,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부터 이전고시일까지 조합원 지위 양도까지 막혀 있어 거래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사정으로 매도에 따른 세제 혜택 적용 시점이 의무임대 종료일이나 이전고시일 이후로 밀리면, 그 시점부터 15개월 동안 실거주 유예를 신청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도 이번 개편의 새로운 내용이다. 형평성을 맞추려는 취지로 읽힌다.
현황
이런 손질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시장의 불만이 있다.
실거주 의무 때문에 세입자 낀 집은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워졌고, 그렇게 거래가 막히니 전월세 매물도 함께 줄어드는 부작용이 커졌다.
지난 9월 15일 여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당 지도부가 8·3 세제개편안에 따라 내년에 주택을 매도하려는 다주택자가 실거주 유예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에 추가 유예를 강하게 제안했고, 정부가 이를 반영해 이번 발표로 이어졌다.
✔마치며✔
오늘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연장과 전월세 대란의 이면에 대해 알아보았다.
토허구역 안에서 세입자 낀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라면 이번 개편으로 입주 시점을 훨씬 여유 있게 잡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올해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과 입주 후 2년 의무 거주는 그대로이고, 갱신계약으로 유예를 더 받으려면 신청 전에 갱신계약부터 체결해야 하며 그 시점이 10월 1일 이후여야 한다는 순서도 놓치면 안 된다.
등록임대주택이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가 얽힌 특수한 경우라면 세제 혜택 적용 시점부터 15개월이라는 별도 계산이 필요하니,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내 상황이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보는 게 먼저 일 것이다.
임차인 입장이라면 집주인이 이 제도를 활용해 갱신계약을 먼저 제안할 가능성도 있으니, 그 조건이 내게도 불리하지 않은지 함께 확인해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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