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주라고 하면 보통 반도체나 데이터센터 기업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HBM, GPU, AI 서버 관련 기업들이 워낙 강한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조금 다른 분야의 AI 기업이 크게 움직였습니다.
바로 의료 AI 기업 루닛입니다.
루닛 주가는 9월 28일 1만1,670원에 마감하며 전 거래일보다 약 19% 급등했습니다. 장중에는 1만2,490원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다음 거래일인 29일에도 1만1,800원으로 1.11% 상승하며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9월 30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주가는 전일 대비 8.31% 하락한 1만820원으로 마감하면서 급등분 일부를 반납했습니다.
그렇다면 루닛 주가는 왜 갑자기 이렇게 크게 움직였을까요?
단순한 의료 AI 테마 때문이었을까요?
최근 발표된 스웨덴 수주 내용을 살펴보면 시장이 왜 반응했는지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루닛은 어떤 회사일까?
루닛은 2013년 설립돼 2022년 코스닥에 상장한 의료 인공지능 기업입니다.
쉽게 말하면 의사가 엑스레이나 유방촬영 영상을 판독할 때 AI를 활용해 암이나 이상 징후를 더 잘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현재 루닛의 주요 사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루닛 INSIGHT입니다.
엑스레이나 유방촬영 같은 의료영상을 AI로 분석해 암이나 흉부질환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사업입니다.
두 번째는 루닛 SCOPE입니다.
암 조직 이미지를 분석해 바이오마커나 치료 반응을 확인하는 분야입니다.
이번 스웨덴에 공급되는 제품은 INSIGHT 사업에 속하는 루닛 인사이트 MMG입니다.
유방촬영 영상을 AI로 분석해 유방암 발견을 돕는 솔루션입니다.
매출 95%가 해외에서 나온다
루닛의 또 다른 특징은 국내보다 해외 사업 비중이 훨씬 높다는 점입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457.7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434.3억원으로 약 95%를 차지했습니다.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루닛은 2024년 미국 의료 AI 기업 볼파라 헬스를 인수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유방암 검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습니다.
따라서 이번 스웨덴 계약도 갑자기 등장한 해외 수주라기보다 그동안 추진해온 글로벌 확장 전략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루닛 주가가 19% 급등한 이유
이번 수주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단순히 병원 몇 곳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스톡홀름주 전체 유방암 검진체계에 루닛 AI가 들어간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공급 대상에는 카피오 세인트괴란 병원,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쇠데르슈크후세트 등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병원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광역 의료체계 단위로 도입됐다는 점입니다.
단일 병원에서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전체의 유방암 검진 과정에 활용되는 단계로 확장된 것입니다.
연간 최대 25만 건 판독
도입이 완료되면 루닛 AI는 연간 약 20만~25만 건의 유방암 검진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규모만 놓고 봐도 상당합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유방암 검진 영상을 영상의학과 전문의 두 명이 각각 확인하는 이중 판독 방식이 널리 사용됩니다.
그런데 스톡홀름에서는 이 가운데 한 명의 역할을 루닛 AI가 맡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의사가 참고하는 보조 프로그램 수준을 넘어 실제 판독 과정의 한 축으로 활용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의료 AI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보다 실제 병원과 검진 시스템에 얼마나 깊게 들어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번 계약이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수주가 더 특별한 이유
이번 계약은 갑자기 만들어진 결과가 아닙니다.
과정을 살펴보면 꽤 오랜 기간 검증을 거쳤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약 5만5,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이후 2023년 세인트괴란 병원에 실제 도입됐고,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약 20만 건의 실제 판독 과정에 활용됐습니다.
그리고 2026년에는 스톡홀름주 전체 검진 시스템으로 확대됐습니다.
앞으로는 연간 약 20만~25만 건의 검진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임상연구를 통해 기술을 검증하고, 한 병원에서 실제로 사용한 뒤, 실제 데이터를 쌓고, 이후 지역 전체 의료체계로 확대된 것입니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기술 시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수년간 검증된 뒤 대규모 계약으로 연결됐기 때문입니다.
암 발견은 늘고 판독시간은 줄었다
실제 사용 결과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루닛 AI를 활용했을 때 기존 방식과 비교해 암 발견은 약 15% 증가했고,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시간은 36%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의료 AI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두 가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가.
그리고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가.
루닛은 이번 사례에서 두 부분 모두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준 셈입니다.
특히 의료진 부족 문제를 겪는 국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판독시간 감소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유방암 검진 건수는 많은데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부족하다면 AI를 활용해 검사 효율을 높일 필요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광역 단위 계약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스톡홀름 계약이 더 의미 있는 이유는 비슷한 광역 단위 수주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루닛은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에서도 사업을 확대했고, 2026년 6월에는 스웨덴 달라르나주 유방암 검진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여기에 스톡홀름주까지 추가된 것입니다.
이 흐름을 보면 루닛의 사업 모델이 단일 병원 중심에서 지역 전체 의료시스템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두 개 병원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광역 의료체계에 들어가는 것이 매출 규모와 레퍼런스 측면에서 훨씬 의미가 큽니다.
특히 한 지역에서 실제 사용 경험이 쌓이면 다른 국가나 지역으로 확장할 때도 중요한 영업 사례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실적도 따라오고 있을까?
좋은 수주 소식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기업 가치가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는가입니다.
2026년 상반기 루닛의 연결 매출은 4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3% 증가했습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해외 매출은 434.3억원으로 전체의 약 95%를 차지했습니다.
암 검진 사업 매출은 428.4억원으로 약 20% 증가했고, SCOPE 사업 매출은 29.3억원으로 114% 성장했습니다.
즉 주력 사업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도 매출 증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직 적자라는 점은 꼭 확인해야 한다
다만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해서 이미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된 것은 아닙니다.
2026년 상반기 영업손실은 289.6억원입니다.
여전히 적자 규모가 상당합니다.
그래도 개선 흐름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19.1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89.6억원으로 줄었습니다.
감소율을 계산하면 약 31%입니다.
EBITDA 적자도 지난해 292.5억원에서 올해 146.5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회사는 2026년 연간 EBITDA 기준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루닛을 볼 때는 수주 뉴스만큼 적자 폭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는 매출 성장과 함께 수익성이 개선돼야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 급등 뒤 체크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
긍정적인 수주 소식만 보고 접근하기에는 한 가지 부담도 있습니다.
바로 전환사채, CB입니다.
9월 루닛의 전환사채 전환가액은 주가 하락에 따라 1만9,335원에서 1만8,002원으로 조정됐습니다.
전환가액이 낮아지면 같은 금액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때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납니다.
쉽게 말하면 향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잠재 주식 수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다고 해서 당장 전환이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가가 향후 크게 상승해 전환가액을 넘어설 경우 전환 물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루닛을 볼 때는 실적과 수주뿐 아니라 CB 잔액과 전환 가능 물량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급등을 어떻게 봐야 할까?
루닛 주가가 크게 오른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스톡홀름주 전체 유방암 검진 시스템으로 사업이 확대됐다는 점입니다.
연간 20만~25만 건에 달하는 검진 규모도 의미가 크지만, 더 중요한 것은 루닛 AI가 실제 의료진의 판독 과정에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임상연구에서 시작해 한 병원 도입, 실제 사용, 그리고 광역 의료체계 확대까지 이어졌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해외 매출 비중이 95%에 달하고 매출 성장과 적자 축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시장 기대를 높이는 요소입니다.
다만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움직인 만큼 앞으로는 단순한 계약 뉴스보다 실제 매출 인식 속도와 수익성 개선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루닛에서 확인해야 할 포인트
첫 번째는 유럽 지역의 추가 수주입니다.
스웨덴과 스페인 사례가 다른 국가로 확대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연간 검진 건수가 실제 매출 증가로 얼마나 연결되는지입니다.
대규모 도입 계약이 체결돼도 계약 구조와 과금 방식에 따라 매출 인식 규모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적자 축소 속도입니다.
매출이 늘어도 비용이 함께 증가한다면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SCOPE 사업의 성장입니다.
현재 매출 규모는 INSIGHT보다 작지만 성장률이 높은 만큼 향후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마지막은 CB입니다.
주가가 올라갈수록 전환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주식 희석 부담은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루닛은 단순히 의료 AI라는 기대만으로 움직이는 기업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실제 병원에서 AI를 사용하고 있고, 그 결과가 지역 전체 의료체계 도입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간 최대 25만 건 규모의 유방암 검진을 지원하게 된다는 점은 루닛의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에 얼마나 깊게 들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매출도 증가하고 있고 영업손실과 EBITDA 적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과 전환사채에 따른 잠재적인 주식 희석 가능성은 반드시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루닛을 볼 때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의료 AI 시장이 커질까?”가 아닙니다.
“루닛의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선택되고, 그 선택이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번 스톡홀름 수주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앞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비슷한 광역 단위 계약이 계속 이어지는지, 그리고 매출 성장과 적자 축소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가 루닛의 중장기 성장성을 판단할 핵심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