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가 결제 규모에서 국내 5위 카드사인 롯데카드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온라인·모바일 소비가 확대되면서 결제 시장의 주도권이 카드회사에서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조 뒤지던 격차, 1년 만에 역전

21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결제사업자 취급액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25조2,000억 원으로 롯데카드의 신용카드 일시불·할부 취급액(24조2,000억 원)을 처음으로 웃돌았다. 국내 8개 전업카드사를 모두 포함해도 네이버페이 결제 규모는 현대·신한·삼성·KB국민카드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크다.
추격 속도는 가팔랐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네이버페이 결제액(19조6,000억 원)은 롯데카드(24조1,000억 원)보다 4조5,000억 원 가까이 적었다. 올해 1분기에는 24조2,000억 원으로 격차가 2,000억 원까지 좁혀졌고, 불과 석 달 뒤인 2분기에 결제 규모가 역전됐다. 롯데카드가 지난해 8월 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 이탈을 겪은 점을 감안해도, 1년여 만에 4조 원 넘는 격차를 뒤집은 셈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네이버페이 결제액(49조4,000억 원)이 롯데카드(48조6,000억 원)를 약 8,000억 원 앞섰다.

간편결제 비중, 카드 결제의 절반 넘어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소비 방식 자체의 변화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실물카드를 제시하지 않고 모바일 기기 등으로 결제한 금액은 하루 평균 1조7,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7.3% 늘었는데, 이 중 간편결제 비중이 51.9%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카드 기반 간편결제 중에서도 핀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 비중이 72.5%에 달했다. 카드 자체는 여전히 쓰이지만, 소비자가 결제를 '꺼내 쓰는 창구'는 이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간편결제 이용액은 하루 평균 1조2,264억 원으로, 이 가운데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플랫폼을 통한 결제 비중이 55.4%를 차지했다.

카드사 vs 간편결제, '기울어진 운동장' 논쟁

결제 시장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규제 격차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고 자본금·대주주·재무건전성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다. 반면 간편결제 플랫폼이 영위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업,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등은 전자금융거래법상 등록제로 운영된다. 카드업계에서는 비슷한 영역에서 경쟁하는데도 규제 수준이 다른 만큼, 이런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판을 한 번 더 흔들 변수

여기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이런 흐름을 한층 앞당길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지금까지 플랫폼은 신용카드와 계좌 등 기존 지급수단을 하나의 앱에 담아 결제 접점을 넓혀왔는데,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에 쓰이기 시작하면 새로운 지급수단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카드사와 전자금융업자, 가상자산사업자 사이의 경계도 한층 흐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간편결제 사업자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까지 은행 중심으로 도입되면 카드사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