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스테이블코인’이라고 하면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 안정적인 코인을 떠올립니다.
말 그대로 달러나 엔화 같은 실제 화폐 가치와 연결해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조금 특이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1개가 1엔의 가치를 가지도록 설계된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가 업비트 상장 직후 예상과 다르게 몇 배까지 급등했다가 다시 원래 가치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온 것입니다.
“가격 안정성을 목표로 만든 코인이 왜 갑자기 폭등한 걸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했던 부분인데요.
이번 글에서는 JPYC가 어떤 코인인지, 왜 이런 가격 급등 현상이 발생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JPYC는 어떤 코인일까?
JPYC는 일본 엔화와 1대1로 가치가 연동되도록 만들어진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블록체인 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엔화’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시장 수요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동합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엔화 같은 기존 화폐 가치와 연결해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목적입니다.
JPYC의 목표 역시 1 JPYC가 항상 1엔 수준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JPYC는 일본 관련 법률에 따른 전자결제수단으로 설계됐으며, 발행사는 예금과 일본 국채 등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원할 경우 1 JPYC를 1엔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엔화 환율 기준으로 1엔이 약 9원이라면 JPYC 역시 비슷한 가격에서 거래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실제 거래에서는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업비트 상장 첫날, JPYC 가격이 폭등한 이유
업비트는 9월 17일부터 JPYC 거래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상장 초기였습니다.
새롭게 상장된 코인은 거래 가능한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관심이 몰리면서 매수 주문이 한꺼번에 증가했고, 부족한 매도 물량 때문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업비트 데이터 기준 JPYC는 상장 당일 최고 37.60원까지 거래됐습니다.
반면 같은 날 최저가는 8.92원이었습니다.
당시 엔화 가치가 약 8~9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치보다 몇 배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JPYC 자체의 가치가 갑자기 3배, 4배 상승한 것은 아닙니다.
‘1 JPYC = 1엔’이라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였습니다.
단순히 사고 싶은 사람은 많았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이 부족하면서 거래 가격만 일시적으로 크게 올라간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을 예로 들면, 평소 1,000원짜리 상품이 품절된 뒤 누군가 급하게 3,000원을 주고 구매했다고 해서 그 상품의 실제 가치가 3,000원이 된 것은 아닌 것과 같습니다.
2만 명 넘는 투자자가 고가 매수
더 주목할 부분은 투자자 규모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민규 의원실이 업비트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원·엔 환율 기준 가격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에 JPYC를 구매한 투자자는 총 2만1,21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이 매수한 금액은 약 2,598억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기준 가격보다 300% 이상 높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도 2,574명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래가 정상화되면서 JPYC 가격은 다시 엔화 가치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9월 21일 기준 JPYC를 계속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는 3,792명이었으며, 이들의 1인당 평균 평가손실은 약 132만6천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핵심 원인은 바로 ‘유동성 부족’입니다.
유동성이란 쉽게 말해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물량이 얼마나 충분한지를 의미합니다.
거래량이 충분한 시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매수해도 가격 변화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장 초기처럼 판매 물량은 적고 구매하려는 사람만 몰리면 작은 금액의 거래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때문에 “항상 안전한 가격을 유지하는 자산”이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이라는 의미는 기준이 되는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거래소에서 실제 거래 가격이 항상 정확하게 유지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거래 환경과 유동성에 따라 일시적인 가격 괴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JPYC 사례에서 생각해볼 점
이번 사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엔 가치의 자산을 훨씬 높은 가격에 구매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신규 상장이라는 이유만 보고 가격 상승 흐름에 따라 투자했다면, 코인의 구조나 가치보다는 단순히 가격 움직임만 보고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스테이블코인 가격 괴리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름 그대로 안정적인 자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거래 과정에서는 유동성과 시장 상황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원래 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 자산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스테이블코인이 단기간에 수십%, 수백% 상승한다면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왜 원래 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일까?”
가격 상승 자체보다 그 이유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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