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이 한창 유행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편의점에 입고되는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줄을 서고, 몇 군데를 돌아다녀도 제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빵 자체의 가치가 갑자기 몇 배로 높아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당장 시장에 풀린 물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거래소에서 급등한 모습을 보면서 당시 포켓몬빵 품절 현상이 떠올랐습니다.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도 거래소에 물량이 부족하면 기준 가치와 전혀 다른 가격에 거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4배까지 오를 수 있을까?
보통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코인이라고 하면 알트코인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름부터 ‘스테이블’, 즉 안정적인 가격을 목표로 하는 코인이 크게 움직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화에 연동된 JPYC입니다.
JPYC는 기본적으로 1개당 1엔의 가치를 목표로 합니다.
당시 원·엔 환율을 기준으로 보면 JPYC 1개의 적정한 원화 가치는 약 8.8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9월 17일 업비트에 상장된 뒤 약 한 시간 만에 가격이 37.6원까지 올라갔습니다.
8.8원 정도의 가치에 연동된 코인이 37.6원까지 올라갔으니 단순 계산하면 약 4.3배입니다.
물론 엔화 가치가 한 시간 만에 네 배 오른 것은 아닙니다.
원인은 훨씬 단순했습니다.
거래소에 실제로 풀린 JPYC 물량보다 사고 싶어 하는 주문이 훨씬 많았기 때문입니다.
포켓몬빵을 사려는 사람은 수십 명인데 편의점에 들어온 물량이 몇 개뿐이면 웃돈이 붙었던 것과 비슷합니다.
코인 역시 매도하려는 물량은 적은데 매수 주문만 몰리면 실제 가치와 관계없이 가격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특히 신규 상장 직후에는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아 이런 현상이 더 쉽게 나타납니다.
이후 시장에 물량이 늘어나자 JPYC 가격도 기준 가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왔습니다.
문제는 높은 가격에서 매수한 투자자입니다.
차트에서 급등 구간의 거래대금만 대략 300억 원 수준입니다.
단순히 몇 명이 실수로 높은 가격에 주문한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자금이 실제로 왜곡된 가격에서 거래된 것입니다.
급등하는 차트만 보고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라면 짧은 시간 안에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런 현상은 JPYC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로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EURC 역시 국내 거래소 상장 초기 비슷한 가격 왜곡이 나타났습니다.
EURC는 1개당 1유로의 가치를 목표로 합니다.
그런데 9월 14일 빗썸에서는 장중 가격이 7,860원까지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유로 환율과 비교하면 정상적인 기준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입니다.
결국 JPYC와 EURC 사례의 공통점은 코인의 본질적인 가치가 갑자기 급등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상장 직후 거래소 내부에서 공급과 수요가 크게 어긋났습니다.
쉽게 말하면 ‘품절 프리미엄’이 붙은 것입니다.
포켓몬빵 한 봉지가 중고거래 시장에서 정가의 몇 배에 거래됐다고 해서 빵의 실제 가치가 몇 배 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장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웃돈이 붙었던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거래소 안에서 물량이 부족하면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면 항상 안전한 걸까?
저는 현재 코인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코인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를 보면서 오히려 이런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구조가 조금 다릅니다.
특정 자산의 가치에 가격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 엔화 스테이블코인은 1엔처럼 기준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꼭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발행사가 얼마에 상환해주는지와 거래소에서 사람들이 얼마에 사고파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발행사가 JPYC 1개를 1엔의 가치로 상환해준다고 하더라도 거래소에서 팔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 시장 가격은 1엔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거래소 가격은 결국 그 순간 사고 싶은 사람과 팔고 싶은 사람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준비금이 충분하면 가격도 안정적이지 않을까?
스테이블코인을 이해하려면 준비금이라는 개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발행사는 투자자가 코인을 돌려줬을 때 약속한 가격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일정한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JPYC를 1엔으로 상환하는 구조라면 발행사는 유통되는 코인에 맞춰 엔화 예금이나 국채 같은 자산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산을 준비금이라고 합니다.
준비금이 충분해야 많은 투자자가 동시에 상환을 요청하더라도 약속한 가치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을 볼 때 준비금의 규모와 구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준비금이 충분하다고 거래소 가격까지 항상 정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발행사가 1개당 1엔을 보장하고 있어도 특정 거래소에서 팔겠다는 사람이 부족하면 그 거래소 안에서는 2엔, 3엔 이상의 가격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즉, 준비금의 안정성과 거래소의 유동성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신규 상장 코인이 특히 위험한 이유
이번 사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볼 부분은 사실 ‘스테이블코인’보다 ‘신규 상장’이라는 조건입니다.
코인이 거래소에 처음 상장되면 시장에 풀려 있는 물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규 상장이라는 이유로 투자자의 관심은 한꺼번에 몰립니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갑자기 폭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가격은 빠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또 다른 투자자가 따라붙습니다.
“뭔가 좋은 재료가 있으니까 오르는 것 아닐까?”
“더 오르기 전에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심리가 더해지면서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알트코인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기준이 되는 가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1엔의 가치를 목표로 하는 코인이 거래소에서 3엔, 4엔에 거래되고 있다면 그 가격이 장기간 유지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장에 물량이 추가되거나 차익거래가 가능해지면 높은 가격에 팔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준 가격에 가까워지는 힘이 작용합니다.
그래서 상장 초기 스테이블코인이 급등한다고 해서 일반 코인처럼 새로운 상승 추세가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이라는 이름만 보고 안심하면 안 된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안전하고 가격 변동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스테이블’한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거래소에서, 모든 순간, 정확히 같은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발행사의 준비금이 부족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거래소에 유동성이 부족해 가격이 일시적으로 크게 왜곡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을 거래하려면 가장 먼저 현재 기준 가치부터 계산해봐야 합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라면 원·달러 환율을 보고, 엔화 스테이블코인이라면 원·엔 환율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정상적인 가치가 약 9원인데 거래소에서는 20원, 30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단순히 “오르고 있네”라고 볼 것이 아니라 왜 이런 가격이 형성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코인에서는 가격보다 물량을 먼저 봐야 할 때가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거래량과 유동성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코인시장, 특히 신규 상장 직후에는 그 중요성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적정 가격을 만들어줄 만큼 충분한 거래가 쌓이기 전에는 가격이 실제 가치와 전혀 다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수 주문만 몰리고 매도 물량이 부족하면 가격은 올라갑니다.
반대로 갑자기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다면 순식간에 가격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JPYC 사례가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안정적인 가치를 목표로 만들어진 스테이블코인이었지만 거래소에서는 잠시 동안 기준 가격의 네 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코인 자체가 네 배 좋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장 직후 거래소에 풀린 물량이 부족했을 뿐입니다.
포켓몬빵과 JPYC의 공통점
포켓몬빵에 웃돈이 붙었을 때 중요한 것은 빵의 맛이나 원재료가 아니었습니다.
편의점에 남아 있는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부족하니 웃돈이 붙었습니다.
이번 JPYC 사례도 구조는 비슷합니다.
JPYC가 갑자기 더 가치 있는 코인이 된 것이 아니라 거래소에 공급된 물량보다 매수하려는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갔습니다.
결국 알트코인이든 스테이블코인이든 거래소에 새로 상장된 직후에는 실제 가치와 거래 가격이 크게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적정 가격을 계산하기 쉽습니다.
1엔에 연동돼 있다면 현재 1엔이 몇 원인지 확인하면 되고, 1유로에 연동돼 있다면 현재 유로 환율을 확인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 가격보다 몇 배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면 가격 상승을 따라가기 전에 먼저 의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규 상장 직후 기준 가치와 크게 다른 가격이 형성돼 있다면 굳이 서둘러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동성이 충분히 쌓이고 가격이 안정된 이후에도 거래할 기회는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코인 이름에 붙은 ‘스테이블’이라는 단어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기준 가격이 얼마인지, 준비금은 충분한지, 그리고 내가 거래하려는 시장에 얼마나 많은 물량이 풀려 있는지입니다.
포켓몬빵 대란 때 그랬듯 사람들이 몰리는 순간에는 본래 가치보다 ‘희소성’이 가격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희소성이 사라지는 순간 웃돈도 빠르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스테이블코인의 상장 초기 가격 왜곡을 단순한 시장의 해프닝으로 보시나요?
아니면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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