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를 오랫동안 지켜본 투자자라면 이제 ‘FDA’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간암 신약으로 개발해온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FDA 문턱에서 여러 차례 좌절했기 때문입니다.
2024년 5월 첫 번째 CRL을 받았고, 2025년 3월에도 다시 보완요구서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6년 7월 세 번째 CRL까지 나오면서 HLB 투자자들의 피로감도 상당히 커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2026년 9월 23일 현지시간 기준 미국 FDA가 담관암 치료제 리픽투(LYRFIGTU)를 승인했습니다.
HLB그룹이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 항암제가 처음으로 미국 FDA 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한때 6만원을 훌쩍 넘었던 HLB 주가는 현재 3만원대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첫 FDA 승인으로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까요?
그리고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만원대를 다시 바라볼 수 있을까요?
HLB는 어떤 회사일까?
지금 HLB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사업은 신약입니다.
HLB는 과거 선박 관련 사업 이미지가 강했던 기업이지만, 현재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크게 보는 부분은 바이오와 항암 신약입니다.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를 통해 글로벌 항암제 개발과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고,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이 리보세라닙입니다.
리보세라닙은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함께 간암 1차 치료제로 FDA 허가를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2024년 5월 첫 번째 CRL, 2025년 3월 두 번째 CRL에 이어 2026년 7월 세 번째 CRL까지 받았습니다.
CRL은 쉽게 말하면 FDA가 현재 제출된 내용만으로는 승인하기 어렵다며 보완을 요구하는 서한입니다.
HLB 입장에서는 그때마다 허가 기대가 뒤로 밀렸고, 주가 역시 크게 출렁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간암 신약이 아닌 다른 파이프라인이 먼저 FDA 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리픽투입니다.
HLB 첫 FDA 신약, 리픽투가 나왔다
FDA는 9월 23일 리픽투를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을 가진 진행성 담관암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했습니다.
당초 심사기한은 9월 25일이었습니다.
예정보다 이틀 빠르게 허가가 나온 셈입니다.
리픽투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70mg 경구용 표적항암제입니다.
주사제가 아니라 먹는 약이라는 점도 환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있는 부분입니다.
허가의 근거가 된 글로벌 1·2상 ReFocus 임상에는 116명의 환자가 참여했습니다.
객관적반응률인 ORR은 45.7%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약 45.7%에서 종양이 일정 수준 이상 줄어드는 반응이 확인됐다는 의미입니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11.8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1.3개월이었습니다.
리픽투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FGFR2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기존 FGFR 계열 치료제 가운데 여러 FGFR을 동시에 억제하는 약들이 있는 반면, 리픽투는 FGFR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다만 HLB가 처음부터 만든 약은 아니다
여기서 하나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리픽투가 FDA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HLB가 처음부터 이 물질을 자체 개발한 것은 아닙니다.
리픽투의 원래 개발명은 RLY-4008입니다.
미국 릴레이 테라퓨틱스가 개발하던 신약 후보물질이었고,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2024년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최대 5억달러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리픽투 매출이 발생하면 단순히 판매액 전체가 HLB의 이익이 되는 구조로 보면 안 됩니다.
계약에 따른 마일스톤이나 로열티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FDA 승인 자체보다 실제 사업성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FDA 승인 다음은 결국 ‘얼마나 팔리느냐’
FDA 승인을 받았으니 이제 질문도 바뀝니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과연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을까?”
였습니다.
이제는
“실제로 얼마나 팔릴까?”
를 봐야 합니다.
엘레바는 리픽투를 2026년 4분기 미국에서 직접 출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중요한 과정은 단순합니다.
허가를 받았다고 바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허가 이후 출시가 이뤄져야 하고, 보험 적용과 처방이 뒤따라야 합니다.
결국
FDA 허가 → 미국 출시 → 보험급여 → 처방 증가 → 실제 매출
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4분기부터 나오는 초기 처방 데이터와 매출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담관암 시장 자체가 아주 큰 것은 아니다
FDA 승인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하지만 바로 수조원대 매출을 기대하기에는 시장 규모를 함께 봐야 합니다.
미국에서 매년 새롭게 진단되는 담관암 환자는 약 8,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리픽투를 모든 담관암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FGFR2 융합이나 기타 재배열이 확인돼야 하고,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가 대상입니다.
즉 전체 담관암 환자 가운데 다시 일부만 실제 치료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FDA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큰 매출을 단정하기보다는 초기 처방 환자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가가 얼마로 결정되는지, 경쟁 치료제 대비 어느 정도 시장점유율을 가져오는지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게 적응증 확대다
반대로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적응증 확대입니다.
현재 엘레바는 FGFR2 유전자 이상이 있는 다양한 고형암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정 암 종류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FGFR2라는 유전자 이상을 기준으로 치료 대상을 넓히려는 전략입니다.
이른바 암종불문, tumor-agnostic 접근입니다.
만약 앞으로 담관암을 넘어 다른 암종에서도 효과가 확인되고 추가 허가까지 이어진다면 리픽투가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담관암에서 몇 명이 처방받느냐뿐 아니라 다른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HLB 주식, 다시 6만원 갈까?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HLB는 현재 3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9월 23일 종가는 3만550원이었고, 최근 52주 최고가는 6만9,200원이었습니다.
고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내려온 수준입니다.
그래서 이번 FDA 승인 소식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기대가 생깁니다.
“첫 FDA 신약까지 나왔는데 다시 6만원 가는 것 아닌가?”
하지만 바이오 기업의 목표주가는 일반 제조업처럼 단순하게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HLB 역시 시장에서 참고할 만한 일관된 증권사 목표주가가 뚜렷하게 형성돼 있지 않습니다.
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예상 환자 수, 약가, 시장점유율, 신약 성공 가능성, 추가 적응증 등 여러 가정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6만원이 싸다거나 비싸다고 단정하기보다, 6만원대를 다시 회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앞으로 HLB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첫 번째는 리픽투의 실제 매출입니다.
FDA 승인은 시작일 뿐입니다.
4분기 미국 출시 이후 실제 처방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첫 분기부터 큰 매출을 기대하기보다 처방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간암 신약입니다.
리픽투가 먼저 FDA 승인을 받았지만 HLB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핵심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입니다.
향후 보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FDA 재도전이 언제 이뤄지는지가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글로벌 시장과 적응증 확대입니다.
미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럽 허가가 진행되고, FGFR2 이상을 가진 다른 고형암까지 치료 범위가 확대된다면 리픽투의 시장 규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투자자가 볼 숫자는 FDA 승인 여부 하나가 아닙니다.
미국 출시 시점, 초기 처방, 실제 매출, 간암 신약 재도전, 유럽 허가, 적응증 확대를 차례로 확인해야 합니다.
첫 FDA 승인은 분명 의미 있지만, 주가를 결정하는 건 그다음이다
사실 제 지인 중에도 HLB를 큰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한 명 있습니다.
FDA 승인 소식을 보고 가장 먼저 연락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은 차분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리픽투 승인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기존 HLB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핵심 이벤트는 간암 신약이라는 의미로도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FDA 승인 직후 국내 증시가 추석 연휴에 들어가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실제 주가로 반응할 수 있는 시점도 며칠 뒤로 밀렸습니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에는 기대감과 차익실현 물량이 동시에 나올 수 있어 단기 주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루의 주가 움직임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 리픽투가 실제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팔리는지.
- 간암 신약은 다시 FDA 허가에 도전할 수 있는지.
- 그리고 담관암을 넘어 다른 암종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지.
HLB가 과거 6만원대를 다시 바라볼 수 있을지는 결국 이번 FDA 승인이라는 뉴스 한 줄보다 앞으로 나올 실적과 임상, 허가 데이터가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첫 FDA 승인은 분명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승인받았느냐’보다 ‘얼마나 팔고,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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