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중 반도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소식이 하나 나왔다.


바로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로이터는 9월 25일 솔리다임이 이르면 2027년 기업공개를 검토하고 있으며,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00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공모를 통해 최대 150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큰 IPO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즉 현재는 상장이 확정된 단계가 아니라 검토 단계다.


그렇다면 실제 상장이 추진될 경우 SK하이닉스 주주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좋은 점도 있고, 걱정할 부분도 있다.








SK하이닉스 주가, 지금 어디까지 올라왔나


SK하이닉스는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9월 23일 18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 주가를 약 36만1,000원으로 잡으면 상승률은 약 416%에 달한다.


계산하면,


(1,862,000원 ÷ 361,000원 - 1) × 100

= 약 415.8%


1년 만에 주가가 5배 이상 오른 셈이다.


9월 23일 기준 52주 주가 범위는 약 33만3,000원에서 298만7,000원 수준이었다.


고점과 비교하면 아직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시가총액도 약 1,356조원 수준이다.


계산은,


1,862,000원 × 약 7억2,800만주

= 약 1,355조5,000억원


수준이다.


그만큼 HBM과 AI 메모리 호황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강하게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솔리다임은 어떤 회사일까?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와 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미국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총 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이후 2021년 1차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미국에 솔리다임이 출범했다.


주력 제품은 데이터센터와 서버에 들어가는 기업용 SSD다.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대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증가한 것이 최근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줬다.


솔리다임이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낸드 업황이 크게 악화됐던 2022~2023년에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순손실이 약 8조원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상황이 빠르게 바뀌었다.


AI 서버용 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2026년 상반기 솔리다임 관련 사업은 약 12조2,500억원의 매출과 약 5조8,4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적자 자회사’에서 AI 데이터센터 수혜를 받는 핵심 사업으로 성격이 달라진 셈이다.








솔리다임 상장, 몸값 200조원이 넘는다고?


9월 25일 로이터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띈 숫자는 기업가치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이르면 2027년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 달러다.


여기에 IPO를 통해 최대 150억 달러를 조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솔리다임은 상장을 담당할 투자은행을 선정하기 위한 미팅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상장 시기와 기업가치, 공모 규모 모두 초기 검토 단계여서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500억 달러라는 기업가치는 상당히 큰 숫자다.


2023년 미국 증시에 상장한 ARM의 당시 기업가치 약 540억 달러를 크게 웃돈다.


실제로 이 규모대로 상장된다면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IPO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SK하이닉스 주주는 걱정할까?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중복상장’ 문제다.


현재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보면 SK㈜ 아래에 SK스퀘어가 있고, 그 아래 SK하이닉스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미국에 AI Company를 설립하는 구조를 추진했고, 솔리다임 사업은 이 AI Company 아래에 배치되는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솔리다임까지 별도로 상장하면 기존 SK하이닉스 주주 입장에서는 이런 의문이 생긴다.


“원래 SK하이닉스 안에 있던 알짜 사업을 굳이 따로 상장하는 것 아닌가?”


솔리다임이 IPO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하면 외부 투자자의 지분이 생긴다.


그러면 SK하이닉스가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솔리다임의 경제적 지분율은 낮아질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솔리다임이 앞으로 100원을 벌었을 때 그 이익 전체가 지금처럼 SK하이닉스 주주에게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부 투자자와 거버넌스 전문가들이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솔리다임의 별도 상장을 ‘5단 중복상장’이라고 비판하며 상장 논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해당 단체의 평가와 주장이다.








그렇다고 솔리다임 IPO가 무조건 악재일까?


그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도 아니다.


반대쪽 논리는 꽤 명확하다.


솔리다임의 지분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팔아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다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AI와 반도체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늘어난다.


로이터 보도대로 최대 150억 달러를 조달한다면 상당한 규모의 투자 여력이 생긴다.


반도체 산업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다.


공장을 짓고 첨단 장비를 구매하려면 수십조원이 필요하다.


AI 메모리 경쟁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 될 수 있다.


또 솔리다임이 별도로 상장하면서 시장에서 독립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지금까지 SK하이닉스 연결 실적 안에 묻혀 있던 낸드와 SSD 사업의 가치가 더 명확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


그래서 증권가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기존 주주의 경제적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다른 쪽에서는 확보되는 자금과 기업가치 재평가 효과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결국 아직 확정된 것은 많지 않다.


SK하이닉스는 9월 4일 공식 공시에서도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3개월 이내 다시 공시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솔리다임 상장은 무조건 호재다” 또는 “SK하이닉스에는 무조건 악재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영향을 판단하려면 몇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얼마의 기업가치로 상장하는지, 신주를 얼마나 발행하는지, SK하이닉스의 간접 지분율이 얼마나 낮아지는지, IPO로 확보한 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그리고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를 위한 주주환원책이 함께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이 조건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솔리다임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SK하이닉스 본업이다


솔리다임 IPO 보도는 분명 큰 뉴스다.


최대 1,500억 달러라는 기업가치도 눈에 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주가를 장기적으로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전히 본업이다.


HBM과 DRAM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AI 서버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지, 낸드와 기업용 SSD 실적이 유지되는지, 그리고 막대한 현금흐름을 주주와 어떻게 나누는지가 더 중요하다.


솔리다임 상장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중복상장과 지분 희석 논란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확보한 자금이 AI 반도체 투자로 연결된다면 또 다른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핵심은 ‘상장한다’는 뉴스 한 줄이 아니다.


어떤 조건으로 상장하고, 그 과정에서 SK하이닉스 기존 주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가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솔리다임 IPO는 확정된 계획이 아니라 검토 단계다.


그래서 연휴 이후 하루의 주가 움직임보다 앞으로 나올 SK하이닉스의 공식 공시와 구체적인 IPO 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