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떡입니다. 송편을 빚고 부모님 댁에 떡 한 상자를 가져가는 모습은 오랫동안 익숙한 명절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떡집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명절 선물용 떡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피자설기와 과일찹쌀떡처럼 SNS에서 본 떡을 먹기 위해 일부러 먼 곳에서 찾아오고, 원하는 메뉴가 품절되면 다음 날 다시 방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명 빵집을 찾아 전국을 다니던 빵지순례에 이어 이제는 떡집을 찾아다니는 떡지순례라는 말까지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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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떡지순례 열풍의 중심에는 피자설기가 있습니다. 백설기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햄 같은 피자 재료를 올린 제품인데, 부산 영도의 한 동네 떡집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뒤 올해 봄부터 숏폼 영상과 SNS를 통해 빠르게 알려졌습니다. 9월 초 서울 중랑구의 한 떡집에서는 오전 판매시간 전부터 피자설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다른 지역에서 SNS 영상을 보고 찾아온 소비자가 여러 차례 구매에 실패한 뒤 다시 방문하는 모습까지 나타났습니다. 떡 한 조각 가격은 2천원 정도였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것은 떡값만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줄을 서고 인증사진을 남기는 경험까지 포함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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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음식이던 떡이 일상 디저트로 바뀌고 있다

예전 떡은 소비하는 시점이 상당히 명확했습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돌잔치와 백일, 결혼식이나 개업식처럼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대량으로 주문하는 음식에 가까웠습니다. 평소 간식으로 먹더라도 인절미와 절편, 백설기처럼 익숙한 종류를 동네 떡집에서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떡을 보면 소비 단위와 먹는 방법부터 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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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설기와 과일찹쌀떡, 크림이 들어간 찹쌀떡, 호박·카스테라 인절미처럼 기존 떡에 과일과 치즈, 크림 같은 재료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커다란 떡 한 판을 가족이 나눠 먹기보다 하나씩 구매해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크기도 작아졌고, 포장 역시 베이커리나 디저트 전문점과 비슷해졌습니다. 떡이 제사상이나 명절 상차림에서 내려와 카페 디저트와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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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는 실제 백화점 매출에서도 나타납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7~8월 롯데백화점의 떡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200%, 현대백화점은 약 214% 증가했습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진행된 전국떡지순례 팝업에는 일주일 동안 2만명이 넘는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했고, 백화점들은 유명 떡집을 팝업으로 불러오는 것을 넘어 일부 인기 브랜드를 정규 매장으로 입점시키고 있습니다. 과거 백화점 지하 디저트 코너의 중심이 케이크와 쿠키, 빵이었다면 이제 떡도 같은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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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030은 갑자기 떡에 빠졌을까

사실 젊은 세대가 떡맛을 이제야 알게 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떡은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찹쌀떡과 인절미 역시 누구나 알고 있는 음식입니다. 달라진 것은 떡을 소비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요즘 인기 떡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익숙함 안에 들어 있는 낯선 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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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기는 익숙하지만 그 위에 피자 토핑이 올라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찹쌀떡 안에 팥 대신 딸기나 복숭아, 크림이나 요거트가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는 전혀 모르는 새로운 음식을 먹는 부담 없이 알고 있던 음식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전통음식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형태는 유지하면서 젊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맛과 비주얼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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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떡 특유의 쫀득한 식감도 최근 디저트 트렌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두바이 초콜릿과 두바이 쫀득쿠키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쫀득하고 바삭하며 늘어나는 식감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는데, 떡은 원래부터 한국 음식 가운데 가장 강한 쫀득함을 가진 제품입니다. 해외에서 새로운 재료를 가져올 필요도 없이 기존의 찹쌀과 멥쌀만으로 최근 소비자가 좋아하는 식감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퓨전 떡이 인기를 얻는 배경으로 이색적인 조합과 서구식 디저트에서 느끼기 어려운 쫀득한 식감을 함께 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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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시대에 떡이 생각보다 잘 맞는다

SNS와의 궁합도 상당히 좋습니다. 맛은 화면으로 전달하기 어렵지만 식감은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찹쌀떡을 반으로 자르면 안쪽의 과일과 크림이 드러나고, 따뜻한 피자설기를 들어 올리면 치즈가 늘어납니다. 인절미를 자르면 쫀득한 단면이 보이고 색이 선명한 과일찹쌀떡은 사진 한 장만으로도 어떤 상품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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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떡 유행은 광고보다 소비자가 찍은 숏폼 영상과 인증사진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9월 현장 취재에서도 피자설기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떡이 나오기 전부터 휴대전화로 매장을 찍거나 인증사진을 남기는 모습이 확인됐고, SNS에서 영상을 본 뒤 먼 지역에서 직접 매장을 찾았다는 소비자도 등장했습니다. 유명 떡집 한 곳에서 시작된 메뉴가 전국 다른 떡집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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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요즘 떡은 먹는 제품인 동시에 찍는 제품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맛인지 설명하기 전에 반으로 갈랐을 때 얼마나 예쁜지, 치즈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과일 단면이 얼마나 선명한지가 구매를 자극합니다. 이전 세대의 떡집이 맛과 가격, 양으로 경쟁했다면 최근의 떡집에는 카메라 화면에서 어떻게 보이느냐라는 새로운 경쟁 요소가 하나 더 생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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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까지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놀이가 됐다

떡지순례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온라인 쇼핑 시대에 오히려 직접 찾아가야 하는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상품을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집 앞까지 배송받을 수 있지만 유명 떡은 상황이 다릅니다. 갓 만든 맛이 중요하고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정 시간에 매장을 방문해야 하거나, 인기 제품은 온라인 주문이 열리는 순간 품절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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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소공동의 유명 과일찹쌀떡 매장에서는 평일 낮에도 구매까지 약 40분이 걸렸고 인기 제품은 기다리는 동안 연이어 품절됐습니다. 성수동 본점의 경우 오후 시간에는 현장 대기 등록 자체가 이미 마감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서도 떡지순례 관련 온라인 언급량이 짧은 기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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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데도 사람들이 찾아가는 이유는 구매 과정까지 콘텐츠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떡집이 유명한지 찾아보고, 몇 시에 제품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직접 방문해 줄을 선 뒤 원하는 떡을 구매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됩니다. 빵지순례가 단순히 빵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도시를 여행하고 가게를 발견하는 경험이 된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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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비를 경제적으로 보면 경험 소비에 가깝습니다. 떡 한 개가 필요해서 두 시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떡을 먹어봤다는 경험, SNS에서 보던 장소에 직접 갔다는 경험에 돈과 시간을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명 떡집은 단순한 식품 판매점이 아니라 목적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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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동네 떡집도 전국구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떡지순례가 다른 디저트 유행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오래된 동네 떡집이 중심에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디저트 트렌드는 보통 성수동이나 강남의 유명 카페,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피자설기는 부산의 오래된 동네 떡집에서 시작했고, 서울에서는 전통시장 안에 있는 떡집으로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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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피자설기가 알려진 떡집도 1999년부터 운영해온 곳으로, 기존 세대가 운영하던 가게에 다음 세대가 합류하면서 전통 떡에 새로운 메뉴를 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뉴가 SNS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고 백화점 팝업으로까지 연결됐습니다. 동네 장사가 디지털 콘텐츠를 만나면서 전국 소비자를 상대하는 사업으로 바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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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는 지역 상권에도 흥미로운 의미를 가집니다. 유명 빵집 하나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처럼 유명 떡집 역시 사람을 전통시장과 골목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떡을 사러 온 사람이 주변 카페와 음식점을 방문하거나 다른 시장 상품을 구매하면 작은 떡집의 인기 하나가 주변 상권까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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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떡지순례 열풍과 동시에 역설적인 숫자도 나타납니다. 떡 인기는 높아지고 있지만 서울의 전통 떡집 수는 최근 5년 사이 약 13.9% 감소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유행과 산업 전체의 현실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떡 열풍이 중요한 이유는 오래된 떡집들이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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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편의점도 떡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유행이 커지면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곳 가운데 하나가 유통업계입니다. 이미 백화점들은 전국 유명 떡집을 팝업 형태로 적극 유치하고 있고, 인기 브랜드를 아예 정규매장으로 들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명 지역 떡집을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는 떡지순례 수요를 백화점 안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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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최근 GS25는 유명 과일찹쌀떡 브랜드와 협업한 요거트 찹쌀떡을 출시하는 등 SNS에서 인기를 얻은 떡을 편의점 상품으로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몇 시간씩 줄을 서지 않아도 집 근처 편의점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경험할 수 있고, 브랜드 입장에서는 지역 매장의 생산량 한계를 넘어 전국 소비자와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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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떡 산업의 확장 가능성이 보입니다. 동네 떡집에서 시작한 메뉴가 SNS에서 인기를 얻고, 백화점 팝업에서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며, 편의점과 협업하면 전국 유통망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과거 떡 산업이 지역 기반의 소규모 생산과 명절 수요에 크게 의존했다면 이제는 브랜드화와 유통 확장을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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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은 1~2인 가구 시대에도 맞춰 변하고 있다

과거 떡이 젊은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양이었습니다. 명절에 받은 떡 한 상자를 냉동실에 넣어두고 몇 달 동안 먹었던 기억이 있는 분도 많을 겁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한 번에 너무 많이 생기면 소비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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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떡은 이런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습니다. 낱개 포장을 하거나 한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소량 패키지를 만들고, 선물용 역시 여러 종류를 조금씩 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과일찹쌀떡 하나를 구매하거나 피자설기 두 조각만 사는 것도 가능합니다. 떡도 앞서 과일과 식재료에서 나타난 소포장 경제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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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싸게 많이 사는 것보다 오늘 맛있게 먹을 만큼만 구매합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포장비와 손이 더 들 수 있지만 상품 하나당 부가가치를 높이고 다양한 맛을 만들어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명절에 한 번 대량 판매하는 구조보다 일상에서 조금씩 반복 구매하는 시장이 훨씬 안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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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오히려 떡의 변화가 가장 잘 보이는 시기다

올해 추석에도 송편과 전통 떡 수요는 여전히 큽니다. 하지만 지금 떡 시장에서 재미있는 점은 소비가 명절에만 집중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추석에는 송편을 먹고 평소에는 과일찹쌀떡과 피자설기를 먹는 소비자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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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젊은 세대가 떡을 멀리한다고 걱정했다면 이제는 전통적인 떡을 그대로 강요하는 대신 젊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습니다. 명절 음식이라는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 디저트라는 역할을 하나 더 추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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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추석처럼 사람들이 떡을 다시 떠올리는 시기에 SNS에서 새로운 떡을 접하면 평소에도 떡을 먹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송편을 통해 전통 떡을 접하고 과일찹쌀떡이나 피자설기를 통해 현대적인 떡을 경험하면서 하나의 식품 안에서 여러 소비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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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디저트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떡의 변화는 국내 시장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모찌라는 이름을 통해 쫀득한 식감의 디저트가 익숙하고, 아이스크림과 과일, 크림을 넣은 다양한 찹쌀 디저트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디저트 시장에서 식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 떡이 가진 쫀득한 식감 자체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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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국의 카페문화와 K콘텐츠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기회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의 유명 떡집과 백화점 팝업에서 과일찹쌀떡을 구매하고 이를 SNS에 올리면 국내 소비자가 했던 떡지순례가 해외 관광객에게도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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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떡은 시간이 지나면 굳는 특성이 있고 유통과 냉동·해동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해외시장 확대가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국내에서 당일 생산해 판매하는 떡집의 성공과 대량 유통·수출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앞으로 K디저트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맛만큼 보관성과 유통기술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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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했던 일을 떡도 할 수 있을까

지금의 떡지순례를 보면 몇 년 전 빵 시장이 성장했던 과정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과거 빵도 동네 빵집에서 사 먹는 간식이었지만 지역마다 유명한 빵집이 생기고, SNS와 여행이 결합하면서 특정 빵을 먹기 위해 다른 도시까지 가는 소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백화점이 유명 빵집을 팝업으로 유치하고 전국 택배와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면서 지역 브랜드가 전국 브랜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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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에서도 같은 구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유명 메뉴가 SNS에서 알려지고, 소비자가 매장을 찾아가며, 백화점이 팝업을 열고, 편의점이 협업상품을 만듭니다. 상품의 포장은 작아지고 디자인은 세련돼지며 메뉴는 계속 다양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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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8월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떡 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200%, 214% 늘고, 전국떡지순례 팝업에 일주일 동안 2만명 이상이 몰렸다는 숫자는 적어도 지금 떡이 단순한 명절 음식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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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떡집이 이런 유행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유명한 몇몇 상품에 소비가 몰릴 수도 있고, 피자설기 열풍 역시 다른 디저트처럼 빠르게 지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자설기 하나가 계속 유행하느냐가 아니라 젊은 소비자가 떡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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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떡을 보면 명절과 제사를 떠올렸다면 지금은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먹는 디저트, SNS에서 찾아가는 맛집, 여행 중 일부러 들르는 지역 명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음식 자체는 오래됐지만 소비하는 맥락이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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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빵지순례 다음에 떡지순례가 등장한 현상은 단순한 음식 유행보다 조금 더 재미있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된 전통음식도 식감과 크기, 포장과 비주얼, 판매방식을 바꾸면 젊은 소비자에게 전혀 새로운 상품처럼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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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송편을 먹고 며칠 뒤에는 피자설기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이제 이상하지 않습니다. 떡이 명절 상 위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밖으로 나와 매일 먹는 디저트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떡의 전성기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부터 다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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