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달러 환율을 보고 있으면 불과 몇 달 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500원대 환율이 익숙했는데 최근에는 1,300원대까지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7월 초 1,55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9월 초 1,330원대까지 하락했습니다.


두 달여 만에 200원 넘게 내려온 셈입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환율이 이렇게 많이 떨어졌는데도 외환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화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은 앞으로 더 내려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진다면 어떤 업종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과 전망, 그리고 원화 강세 수혜 업종까지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1,500원대에서 1,300원대로 내려온 원·달러 환율


최근 환율 움직임은 상당히 가팔랐습니다.


7월 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550원대에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9월 초에는 1,330원대까지 내려왔고, 9월 16일에는 1,368.6원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다시 1,360원대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큰 흐름만 놓고 보면 원화 가치가 상당히 빠르게 강해진 것입니다.


환율은 원·달러 기준 숫자가 내려갈수록 원화 가치가 강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1달러를 사는 데 1,550원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1,350원이면 살 수 있게 됐다면 그만큼 원화 가치가 높아진 셈입니다.


최근 원화가 강해진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제품을 판매하면 달러를 벌어들입니다.


이 달러를 국내에서 사용하기 위해 원화로 바꾸면 외환시장에는 달러 공급이 늘어납니다.


달러가 많이 공급되면 달러 가격인 원·달러 환율에는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동안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까지 더해지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미 200원 넘게 떨어진 현재도 원화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일까요?







전문가 21명 가운데 13명은 원화가 아직 저평가됐다고 봤다


국내외 증권사와 은행의 외환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340원대 환율을 기준으로 13명이 원화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8명은 고평가된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원화를 저평가됐다고 본 13명 가운데 12명은 다소 저평가, 1명은 상당히 저평가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부가 IMF의 적정환율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산출한 적정 환율 역시 1,335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환율과 비교하면 원화가 예전만큼 크게 저평가된 것은 아니더라도 추가로 강해질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연말 환율 전망은 1,300원대에 집중


연말 전망을 보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1,300원대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21명 가운데 18명이 연말 원·달러 환율을 1,300원대에서 예상했습니다.


1,300~1,350원을 예상한 전문가는 9명이었고, 1,350~1,400원을 전망한 전문가도 9명이었습니다.


1,250~1,300원을 예상한 경우는 1명, 1,400~1,450원 수준을 예상한 경우는 2명이었습니다.


즉, 대부분의 전망이 1,300원대에 집중돼 있는 셈입니다.


1,300~1,350원을 예상하는 쪽에서는 경상수지 흑자와 수출기업의 달러 공급을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1,350~1,400원을 전망하는 쪽에서는 국제유가와 미국 금리, 글로벌 달러 강세 같은 대외 변수를 조금 더 크게 보는 모습입니다.


내년 상반기 전망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21명 가운데 4명은 1,200원대를 예상했고, 8명은 1,300~1,350원, 또 다른 8명은 1,350~1,400원을 전망했습니다.


1,400~1,450원을 예상한 경우는 1명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1명 가운데 20명이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을 1,400원 아래에서 예상한 셈입니다.


다만 이런 전망이 지금부터 환율이 쉬지 않고 계속 내려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환율은 단기적으로 언제든 다시 반등할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원화 강세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변수도 분명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그리고 미국 금리입니다.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 한국 기업들이 원유와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 더 많은 달러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 원·달러 환율에는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금리가 다시 오르는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질 수 있고,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이동하면서 원화에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원화 강세를 이끌었던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달러 환전 물량이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문가 조사에서도 6명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바로 1,200원대로 진입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현재 환율을 볼 때는 중장기적으로 원화가 더 강해질 가능성과 단기적으로 환율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환율은 숫자보다 움직이는 속도도 중요하다


기업 입장에서 환율은 단순히 얼마인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느냐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전문가 조사에서는 21명 가운데 14명이 최근 환율 변동성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업들은 사업계획을 세울 때 어느 정도 환율을 가정합니다.


그런데 환율이 불과 몇 주 사이에 수십 원, 많게는 100원 이상 움직이면 예상했던 수익 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입기업은 원화가 강해지면 원재료 비용이 줄어들 수 있지만 반대로 수출기업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했을 때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국 환율 하락이 모든 기업에 좋은 것도 아니고 모든 기업에 나쁜 것도 아닙니다.


기업이 돈을 어디에서 벌고 비용을 어떤 통화로 지급하는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집니다.




원화 강세 수혜 업종 첫 번째, 항공


원화 강세가 이어질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업종 가운데 하나가 항공입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같은 항공사들이 대표적입니다.


항공사는 생각보다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많습니다.


항공유를 구매하는 비용부터 항공기 리스료, 외화부채에 대한 이자까지 상당 부분이 달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원화 가치가 강해지면 같은 1달러를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원화가 줄어듭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달러로 1억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환율이 1,500원이라면 단순 계산으로 1,500억 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환율이 1,350원까지 내려가면 같은 1억 달러를 지급하는 데 1,350억 원이면 됩니다.


환율 차이만으로 약 150억 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원화가 강해지면 한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하는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다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음식료 업종


음식료 기업 역시 원화 강세 수혜 업종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롯데웰푸드, 하이트진로, 빙그레처럼 해외에서 원재료를 많이 수입하는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식품기업들은 소맥과 옥수수, 대두, 원당 등 여러 원재료를 해외에서 들여옵니다.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원재료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 비용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교보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롯데웰푸드의 연간 영업이익이 약 25억 원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다만 음식료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이 원화 강세의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에서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해외에서 달러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환율이 낮아지면 원화 기준 매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삼양식품이 약 80%, 오리온은 65%, CJ는 51%, 농심은 44%, 롯데웰푸드는 23%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음식료 업종 안에서도 해외 매출 비중에 따라 환율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는 은행주


은행은 항공이나 음식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원화 강세의 영향을 받습니다.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신한지주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환율이 내려가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과 부채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외화 관련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면서 보통주자본비율인 CET1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CET1은 쉽게 말하면 은행이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입니다.


이 비율이 높아지면 은행의 자본 여력이 좋아질 수 있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여유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하나금융지주가 3분기 환율 하락으로 약 1,500억 원의 외화환산이익을 기록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결국 같은 원화 강세라도 항공사는 비용 감소, 음식료 기업은 원재료 가격 부담 완화, 은행은 자본비율과 외화환산손익 측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화 강세 수혜주를 무조건 사면 될까?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환율이 내려간다고 해서 원화 강세 수혜 업종의 주가가 무조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실적에는 환율 외에도 원재료 가격과 판매량, 금리, 경쟁 상황, 해외 매출, 부채 구조 등 여러 변수가 동시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항공사는 원화가 강해져 달러 비용이 줄더라도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 연료비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음식료 기업 역시 환율이 내려가더라도 원당이나 곡물 가격 자체가 크게 오르면 원재료 비용 절감 효과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오히려 원화 강세 때문에 원화 환산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은행 역시 환율 하락이 무조건 이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외화 자산과 부채의 구성에 따라 영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단순히 "원화 강세니까 이 종목이 오른다"는 방식보다는 기업별 환율 노출 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율 바닥을 맞히는 것보다 대응이 중요하다


최근 저는 필요한 달러를 특정 환율 하나에 맞춰 한 번에 바꾸기보다는 환율이 내려올 때마다 나눠서 환전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 정확히 맞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내려갈지, 다시 1,400원으로 올라갈지를 맞히는 것보다 환율 변화가 내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는 편이 더 중요합니다.


수입 원재료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해외에서 매출을 얼마나 올리고 있는지, 외화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환헤지를 하고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원화 강세라도 기업마다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숫자로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전문가 전망은 1,300원대에 집중되어 있지만 미국 금리와 국제유가, 국내 달러 수급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얼마든지 다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율을 볼 때는 방향뿐 아니라 그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전망을 맞히는 것보다 내가 보유한 기업이 원화 강세와 약세 가운데 어느 쪽에서 유리한 구조인지 이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투자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