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투자시장에서 안전자산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시장이 불안하면 금을 찾고,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강해진다는 식이었는데요.
그런데 이번 9월 시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9월 23일 5.11%까지 올라가며 2007년 이후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같은 날 10년물 실질금리도 2.76%를 기록했습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이나 비트코인 같은 자산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금은 높은 실질금리와 강한 달러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8만6천 달러대에서 버티며 8개월 고점권을 유지했습니다.
달러지수 역시 100.92까지 올라 약 두 달 만의 높은 수준에 들어왔습니다.
같은 미국 금리 상승을 보고 있는데 금, 달러, 비트코인은 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였을까요?
이유는 세 자산으로 돈이 들어가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장을 이해하려면 단순히 "미국 금리가 5%를 넘었다"는 숫자 하나만 보면 안 됩니다.
명목금리가 왜 올랐는지, 실질금리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달러는 강해지고 있는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얼마나 선호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도 어떤 자산의 이야기가 더 그럴듯한지가 아닙니다.
현재 시장에서 돈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고,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11%까지 오른 상황에서 금, 달러, 비트코인은 실질금리와 위험선호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장기 국채금리가 5%를 넘어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예전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이 등장했기 때문에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은 더 높은 기준과 경쟁해야 합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른 이유가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라면 단순히 "금리가 올랐으니 금은 끝났다"고 해석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결국 금리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왜 금리가 올랐느냐입니다.
5%가 다시 시장의 기준선으로
미국 재무부 자료를 보면 9월 23일 3개월물 국채금리는 4.19%, 1년물은 4.49%, 2년물은 4.85%, 5년물은 4.99%였습니다.
10년물은 5.11%, 30년물은 5.40%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숫자를 보면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현금만 가지고 있어도 5%를 받는데 굳이 다른 자산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모든 단기 현금성 자산이 똑같이 5%를 주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5%라는 숫자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곳은 장기 국채였습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5.11%, 실질 10년물 금리는 2.76%를 기록했습니다. 금과 비트코인을 볼 때 명목금리뿐 아니라 실질금리가 중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연준은 9월 16일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고, 이후 시장에서는 추가 긴축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여기서 기준금리와 10년물 국채금리를 같은 개념으로 보면 안 됩니다.
기준금리는 연준이 결정하지만 장기 국채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경기와 물가, 국채 공급,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데 따른 위험 등을 반영해 결정합니다.
그래서 정책금리가 4% 안팎인데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갔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데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경기 지표까지 강했습니다.
9월 23일 미국 종합 PMI는 58.4까지 상승하며 2021년 7월 이후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신규 주문과 가격 압력도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면 연준이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물가 부담까지 남아 있다면 채권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됩니다.
결국 이번 5%는 단순한 공포가 만든 금리라기보다 강한 경기와 물가 부담, 추가 긴축 우려가 함께 만들어낸 높은 할인율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실질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주식이나 가상자산처럼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중요한 자산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해야 금과 달러, 비트코인이 왜 다르게 움직였는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금, 고금리라고 끝난 자산은 아니다
금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숫자 중 하나는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입니다.
9월 23일 미국 10년물 실질금리는 2.76%까지 상승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고도 미국 국채에서 상당한 수준의 실질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금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환경입니다.
금은 보유한다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 수익을 주지 않는 금과 실질적으로 2%가 넘는 수익률을 제공하는 안전자산이 있다면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됩니다.
여기에 달러까지 강해졌습니다.
금은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가격이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가 강해지면 미국 이외 국가의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금 가격이 비싸질 수 있습니다.
금 가격은 높은 실질금리와 강달러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글로벌 금 ETF에는 8월 180억 달러가 순유입됐고, 보유량은 4,189톤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9월 23일 금 현물 가격은 장중 1% 넘게 하락했고 강달러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고금리 시대니까 금은 이제 필요 없다"고 결론 내리기도 어렵습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8월 글로벌 금 ETF에는 180억 달러가 순유입됐고 전체 보유량은 4,189톤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 중앙은행의 금 순매수 역시 289톤에 달했습니다.
가격이 단기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데도 장기 투자자와 중앙은행의 금 수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는 이유는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의 매매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거나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목적 등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을 볼 때는 단기 가격과 장기 수요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질금리 상승과 강달러는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중앙은행 매수와 분산투자 수요는 별도의 흐름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결국 금은 금리가 오르면 무조건 떨어지는 자산도 아니고, 시장이 불안하면 언제나 오르는 자산도 아닙니다.
현재 어떤 이유로 자금이 금으로 들어오거나 빠져나가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달러는 금리 상승을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
금, 달러, 비트코인 가운데 미국 금리 변화가 가장 빠르게 전달되는 자산을 꼽는다면 달러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미국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높아지거나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달러 자산의 매력도 함께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달러 예금이나 미국 국채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9월 23일 달러지수는 100.92까지 상승하며 약 두 달 만의 높은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같은 날 미국 장기금리는 크게 올랐고 금 가격은 약세를 보였습니다.
적어도 이 구간에서는 "미국 금리 상승 → 달러 강세 → 금 가격 부담"이라는 흐름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 것입니다.
강한 미국 경기와 추가 긴축 기대가 미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달러지수 100.92까지 연결되는 흐름입니다. 이번 구간에서 달러는 금리 상승을 빠르게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달러 역시 단순한 안전자산으로만 보면 설명이 부족합니다.
이번 달러 강세에는 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뿐 아니라 미국과 다른 나라 사이의 금리 차이, 추가 긴축 기대가 함께 영향을 줬습니다.
반대로 미국 경기가 뚜렷하게 둔화되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 금리가 내려가고 다른 국가와의 금리 차이가 좁혀진다면 달러의 상대적인 매력도 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달러를 볼 때는 미국 금리 숫자 하나만 보는 것보다 미국과 주요국 사이의 금리 차이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미국 물가와 경기, 연준의 정책 방향까지 같이 봐야 다음 흐름을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이번에는 금보다 나스닥에 가까웠다
이번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인 자산은 비트코인이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으면 일반적으로 성장주나 가상자산처럼 변동성이 큰 자산에는 부담이 커집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9월 21일에는 8만6천 달러를 넘어서며 8개월 고점을 기록했고, 23일에도 8만6천 달러대에서 거래됐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강세에는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현물 비트코인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이어졌고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기대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가격 상승 과정에서 공매도 포지션이 청산되는 숏커버까지 더해졌습니다.
같은 시기에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강했던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었는데도 비트코인은 ETF 자금 유입과 위험선호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습니다. 최근에는 금보다 위험자산에 가까운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흔히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부릅니다.
공급량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는 금과 비교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항상 금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단기적으로는 금보다 투자심리와 유동성, ETF 자금 흐름, 레버리지 거래에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번 구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 금리 5%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ETF 자금 유입과 숏커버, 규제 기대, 기술주 중심의 위험선호가 더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비트코인 상승을 단순히 "비트코인은 이제 고금리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높은 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되면 위험자산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과 할인율에는 결국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금리라는 역풍보다 다른 긍정적인 요인이 더 강했던 구간이라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금·달러·비트코인을 모두 안전자산으로 보면 안 된다
세 자산을 모두 안전자산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으면 실제 시장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지만 중앙은행 보유와 준비자산 다변화, 장기적인 분산투자 수요가 존재합니다.
달러는 전 세계 무역과 금융거래에 활용되는 핵심 통화이고 미국 금리와 다른 나라 금리의 차이에 빠르게 반응합니다.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제한된 디지털 자산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위험선호와 ETF 수급, 레버리지 거래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
금·달러·비트코인은 같은 미국채 5% 환경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금은 실질금리, 달러는 국가 간 금리 차이, 비트코인은 위험선호와 ETF 수급에 상대적으로 민감합니다.
그래서 실질금리가 올라가면서 달러까지 강해지는 상황에서는 금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질금리가 내려가고 달러가 약해진다면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시장에 공포가 커지면 현금과 달러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상황이 또 다릅니다.
짧은 기간에는 금리보다 위험선호나 ETF 자금 흐름이 훨씬 강하게 가격을 움직이는 구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가격 변동성도 크다는 점은 함께 봐야 합니다.
따라서 투자를 할 때 "금리 상승 = 달러 상승 = 금 하락 = 비트코인 하락" 같은 단순한 공식을 외우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먼저 실질금리를 보고, 그다음 달러 흐름을 확인하고, 시장의 위험선호와 실제 자금 유입까지 살펴보는 편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자산의 이름보다 돈이 어디에서 들어오는지를 보면 금, 달러, 비트코인의 차이가 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어떤 자산이 이겼는지보다 금리가 오른 이유가 중요하다
현재 시장을 단순히 "미국 금리 5% 시대의 승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만 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9월 23일 나타난 5%대 장기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실질금리가 함께 상승했고 미국 경기 지표가 강했으며 추가 긴축 기대도 커졌습니다.
달러 역시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달러는 금리 상승의 영향을 빠르게 반영했고, 금은 높은 실질금리와 강달러의 압박을 받았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ETF 자금 유입과 위험선호가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높은 금리에도 강한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실질금리와 위험선호를 함께 보면 금·달러·비트코인이 왜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지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어떤 자산이 강한지보다 미국채 금리가 왜 오르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항상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경기 둔화가 나타나면서 장기금리가 내려갈 수도 있고, 실질금리가 하락하면서 금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위험선호가 급격하게 약해진다면 최근 강했던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금, 달러, 비트코인을 볼 때 가격만 먼저 보는 것보다 미국 10년물 실질금리와 달러지수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주식시장의 위험선호와 각 자산으로 실제 돈이 들어오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같은 미국채 금리 5%라도 금리가 오른 이유가 다르면 시장의 반응 역시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떤 자산이 가장 강한가"보다 "지금 돈이 왜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 흐름을 알기 시작하면 금, 달러,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기준도 훨씬 선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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