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퇴직연금 계좌에서 유독 관심을 많이 받는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절반 정도 담고, 나머지 절반은 채권으로 채우는 채권혼합50 ETF입니다.
올해 2월 RISE 상품을 시작으로 비슷한 ETF가 계속 등장했고, 8월 25일에는 TIGER와 ACE까지 같은 날 상장하면서 선택지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름도 비슷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
그래서 도대체 뭐가 다른 거야?”
오늘은 이 상품이 어떤 구조인지, 왜 퇴직연금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지, 그리고 후발주자인 TIGER와 ACE가 기존 상품과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기본 구조부터 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주식 50%, 채권 50%입니다.
대표적인 상품들은 삼성전자 25%, SK하이닉스 25%를 담고 나머지 50%를 채권으로 구성합니다.
쉽게 말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변동성을 절반 정도 낮춘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평균적으로 20% 올랐고 채권 가격은 그대로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주식 비중이 50%이기 때문에 ETF 전체 수익률은 단순 계산으로 약 10% 정도가 됩니다.
반대로 두 종목이 20% 하락하고 채권 가격이 그대로라면 ETF의 하락폭은 약 10% 수준입니다.
즉 주가가 오를 때 수익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하락할 때 받는 충격도 줄이는 방식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 투자하면 주가 상승을 그대로 누릴 수 있지만 하락 역시 그대로 감당해야 합니다.
채권혼합50 ETF는 상승폭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만큼 변동성도 낮아집니다.
결국 어느 상품이 무조건 좋다기보다는 자신이 어느 정도의 가격 변동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자동으로 비중을 맞춰주는 리밸런싱
이 상품을 이해할 때 하나 더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바로 리밸런싱입니다.
처음에는 주식과 채권을 각각 50%씩 담았더라도 주가가 많이 오르면 주식 비중이 자연스럽게 50%를 넘어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자산 100만원 가운데 주식 50만원, 채권 50만원으로 시작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주식이 크게 올라 60만원이 되고 채권은 그대로 50만원이라면 전체 자산은 110만원이 됩니다.
이때 주식 비중은 약 54.5%까지 올라갑니다.
ETF는 이 비중을 다시 목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주식을 일부 줄이고 채권을 늘립니다.
반대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채권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채권을 일부 줄이고 주식을 다시 담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는 일부 차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내려갔을 때는 자연스럽게 저가 매수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투자자가 직접 매매하지 않아도 ETF 안에서 이런 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채권혼합형 상품의 특징입니다.
왜 퇴직연금에서 특히 인기가 많을까?
이 상품이 일반 증권계좌보다 퇴직연금 투자자들에게 더 주목받는 이유는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 때문입니다.
DC형 퇴직연금과 IRP에서는 주식형 ETF 같은 위험자산을 적립금의 일정 비율까지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좌 전체를 주식형 ETF로 채우기 어렵고 일정 부분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이 생깁니다.
주식시장이 강하게 상승할 때 예금이나 단기채처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상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계좌 전체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채권혼합50 ETF가 관심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주식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추면서 채권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의 주가 상승에 일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죠.
퇴직연금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자산 영역에서도 어느 정도 주식시장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셈입니다.
현재 상품들은 어떻게 다를까?
현재 주요 상품을 보면 기본 구조는 상당히 비슷합니다.
RISE는 삼성전자 25%, SK하이닉스 25%를 담고 나머지는 단기 국고채와 통안채 등으로 구성합니다.
총보수는 제시된 상품들 가운데 낮은 편입니다.
KODEX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담지만 채권 부분에는 만기 5년 이하 국고채를 활용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KIWOOM 역시 삼성전자 25%, SK하이닉스 25%를 기본으로 하고 단기 국고채와 통안채를 담는 구조입니다.
이 세 상품은 큰 틀에서 보면 상당히 비슷합니다.
결국 채권의 만기와 구성 방식, 보수, 거래량과 순자산 규모 같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후발주자로 등장한 TIGER와 ACE는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TIGER는 채권 절반을 미국 단기국채로
TIGER 상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채권입니다.
다른 상품들이 원화 국채나 통안채를 주로 담는 것과 달리 TIGER는 미국 단기국채를 활용합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효과도 생깁니다.
예를 들어 국내 반도체 주가가 하락하면서 동시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달러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높아지면서 주식 쪽 하락을 일부 완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퇴직연금 안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달러 자산까지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차별화된 부분입니다.
하지만 반대 상황도 생각해야 합니다.
원화가 강해지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환율 변화 때문에 미국 국채에서 얻은 수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 제시된 상품 가운데 보수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결국 TIGER의 핵심은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는 상품이라기보다 국내 반도체주와 달러 자산을 함께 가져가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ACE는 삼성전기를 추가했다
ACE는 주식 구성 자체를 조금 바꿨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0%씩 담고 삼성전기를 10% 추가했습니다.
기존 상품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만 주식 비중을 집중했다면 ACE는 삼성전기를 추가해 주식 쪽을 조금 더 분산한 것입니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과 전자부품 등 AI와 고성능 반도체 산업과 연결되는 사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AI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조금 더 넓게 바라보는 구조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 종목에만 50%를 집중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투자자라면 이런 차이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채권 부분은 2년 이하 국고채와 통안채를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습니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짧은 만기의 채권을 활용하면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RISE·KODEX·KIWOOM은 무엇을 비교해야 할까?
기본 구조가 비슷한 상품들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면 세부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보수를 볼 수 있습니다.
ETF는 장기간 보유할수록 보수 차이가 누적될 수 있기 때문에 연금처럼 투자 기간이 긴 계좌에서는 비용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순자산 규모와 거래량입니다.
규모가 크고 거래가 활발한 ETF는 일반적으로 매매할 때 가격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채권 구성입니다.
단기채를 담는지, 조금 더 긴 국고채를 담는지에 따라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같은 상품이라도 세부적으로 보면 이런 차이가 존재합니다.
직접 투자와 채권혼합 ETF, 무엇이 다를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 가능성을 강하게 믿는 투자자라면 두 종목을 직접 투자하는 것이 더 단순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30% 오르면 투자금도 그 상승분을 거의 그대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하락도 그대로 감당해야 합니다.
채권혼합50 ETF는 조금 다른 선택입니다.
상승장에서 수익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하락장에서 충격을 줄이고, 자동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 비중을 관리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0% 오른다고 가정하면 채권 가격이 변하지 않는 조건에서 주식 부분이 전체 자산의 절반이기 때문에 단순 계산상 ETF 상승률은 약 15%가 됩니다.
반대로 주가가 30% 떨어진다면 ETF 하락폭 역시 약 15%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물론 실제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환율, 리밸런싱 시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인지, 변동성을 낮추면서 장기간 연금계좌에서 가져가는 것이 목표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금에서는 왜 이런 구조가 잘 맞을까?
퇴직연금은 보통 몇 달이나 1~2년 투자하고 끝나는 계좌가 아닙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운용하는 장기 계좌입니다.
그만큼 한 번의 큰 수익보다 꾸준히 투자하면서 큰 손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주식 100% 포트폴리오는 상승장에서는 강하지만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계좌 변동성도 매우 커집니다.
반면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으면 상승장에서 수익률은 줄어들 수 있지만 시장 하락 시 방어력이 어느 정도 생깁니다.
특히 리밸런싱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면 투자자가 시장 상황을 매번 판단해서 주식과 채권을 사고팔아야 하는 부담도 줄어듭니다.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채권혼합형 ETF에 관심을 갖는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 구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권혼합50 ETF는 이름만 보면 모두 비슷해 보입니다.
실제로 기본적인 구조도 상당히 비슷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RISE와 KODEX, KIWOOM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담는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 채권 종류와 보수 등에서 차이를 만듭니다.
TIGER는 채권 부분을 미국 단기국채로 구성하면서 달러 분산이라는 특징을 더했습니다.
ACE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줄이고 삼성전기를 추가해 주식 부분의 분산을 넓혔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어느 하나가 더 좋다고 보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구조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 반도체 대표주를 단순하게 담고 싶다면 기본형 상품을 비교할 수 있고, 달러 자산까지 함께 가져가고 싶다면 TIGER의 구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삼성전기를 추가한 ACE 같은 상품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퇴직연금은 장기 투자 계좌입니다.
단순히 최근 수익률이나 이름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실제 구성종목과 채권 종류, 만기, 총보수, 순자산 규모를 한 번씩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겉으로는 모두 비슷해 보여도 내 연금계좌에서 맡게 되는 역할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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