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면 요즘 계좌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기술주와 성장주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최근 시장의 움직임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 있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무려 19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미국 경기가 좋다는데, 왜 주식은 오히려 떨어지는 걸까?”


보통 경기가 좋으면 기업 실적도 좋아지고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 같지만, 지금 시장은 조금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왜 5%를 넘어섰는지, 그리고 이것이 미국 증시와 기술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얼마나 올랐을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단순히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가 아닙니다.


주택담보대출, 회사채, 각종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전 세계 자금의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금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9월 23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135%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하루 동안의 금리 상승 폭도 0.1%포인트를 넘어서며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습니다.


단기 정책금리 전망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미국 2년물 국채금리 역시 장중 4.947%까지 상승했습니다. 2024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5.384%를 기록했고, 5년물 국채금리 역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습니다.


같은 날 발표된 9월 종합 PMI 잠정치는 58.4를 기록했고, 기업 투입가격지수는 66.4까지 상승했습니다.


즉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강세와 물가 압력이 동시에 확인된 셈입니다.







미국 국채금리,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기입니다.


경기를 판단할 때 자주 등장하는 지표 중 하나가 PMI, 즉 구매관리자지수입니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 상황을 숫자로 나타낸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으로 해석합니다.


9월 미국 종합 PMI 잠정치는 58.4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좋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오히려 다른 부분을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물가입니다.


기업들이 원자재와 운송 등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투입가격지수가 기존 59.9에서 66.4까지 급등했습니다.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여기에 중동 전쟁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오가고, 미국이 디젤유 수출 중단을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졌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구조입니다.


경기가 너무 좋으면 기업 비용과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고,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 연준도 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습니다.


결국 시장에서는 고금리가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채권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 결과 국채금리가 상승하게 되는 것입니다.







연준, 10월에도 금리를 올릴까?


시장에 부담을 주는 또 하나의 변수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입니다.


연준은 9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결정했습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가 물가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0%를 밑돌던 10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60%대 후반까지 올라갔습니다.


같은 날 진행된 7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5년물 국채 입찰까지 부진하게 끝나면서 금리 상승에는 더욱 힘이 실렸습니다.


결국 시장은 다시 이런 고민을 시작한 것입니다.


“생각보다 고금리가 훨씬 오래 가는 것 아닐까?”







국채금리가 오르면 왜 주식에는 악재일까?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굳이 위험한 주식을 살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입니다.


그런데 이런 미국 국채를 들고만 있어도 연 5%가 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굳이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 돈을 넣어야 할 이유가 줄어드는 것이죠.


특히 위험자산에 투자하던 자금 일부가 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두 번째는 성장주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기술주와 성장주는 현재 이익보다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돼 있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현재 가치를 계산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도 함께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10년 뒤 100만 원을 벌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할인율이 4%라면 현재 가치는 약 68만 원이지만, 할인율이 5%로 올라가면 약 61만 원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기업이 미래에 벌 돈은 똑같은데도 금리가 오르는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낮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채금리가 급등할 때는 기술주와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집니다.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늘리고 연구개발에 투자할 때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도 올라갑니다.


가계 역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가 높아지면 소비 여력이 줄어듭니다.


결국 높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 기업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둔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환경입니다.










미국 증시 하락, 왜 기술주가 더 많이 빠졌을까?


9월 23일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습니다.


다우존스는 51,511.59에 마감하며 0.68% 하락했고, S&P500은 7,706.03으로 0.75% 떨어졌습니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은 26,936.04로 마감하면서 1.13% 하락해 세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나스닥은 전날까지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하락폭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기술주는 먼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현재 주가에 미리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가치가 낮아지는 효과를 가장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별 종목 뉴스만큼이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움직임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10년물 금리가 5% 위에서 장기간 머무른다면 실적이 확실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차이도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실적보다 기대감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성장주는 시장 조정 과정에서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5%라는 숫자보다 방향성


이번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급등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습니다.


강한 미국 경기, 다시 높아지는 물가 부담, 국제유가 상승, 그리고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꺼번에 시장에 반영된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번 금리 상승의 출발점이 경기 침체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강한 경기라는 점입니다.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면 주가도 올라야 할 것 같지만, 지금 시장에서는 상황이 반대입니다.


경기가 너무 좋으면 물가가 쉽게 내려가지 않고, 물가가 내려가지 않으면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좋은 경제지표가 발표될수록 금리가 오르고, 그 영향으로 기술주가 부담을 받는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투자할 때 10년물 금리가 5%냐 아니냐라는 숫자 하나만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장이 높은 금리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면 더 중요한 것은 금리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입니다.


5% 수준에서 안정되는 것과 5.5%, 6%를 향해 계속 올라가는 것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앞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은 미국 물가가 다시 안정되는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는지, 그리고 10년물 국채금리가 5% 부근에서 안정되는지입니다.


국채금리가 더 크게 치솟지 않고 안정된다면 증시 역시 높은 금리에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계속해서 새로운 고점을 만든다면 기술주와 성장주에는 당분간 부담스러운 시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단순히 “금리가 5%를 넘었으니 주식이 위험하다”라고 판단하기보다는,


“5%를 넘은 금리가 여기서 안정되는가, 아니면 추가로 올라가는가”


이 방향성을 지켜보는 것이 훨씬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