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회사 사놓고 그냥 묻어두면 결국 올라.”


저도 장기투자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직접 투자해보니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아무 종목이나 사놓고 오래 버틴다고 해서 그게 다 장기투자는 아니더라고요.


제가 직접 경험한 대표적인 종목이 바로 한국전력입니다.








20년 전, 한국전력을 샀습니다


당시 정확한 매수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3만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제 생각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한국전력이 없어질 회사도 아니고, 전기는 계속 써야 하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언젠가는 오르겠지.”


2006년 기준 당시 시가총액 순위


지금 생각하면 참 전형적인 장기투자 논리였습니다.


회사가 망하지 않을 것 같고,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니 시간이 지나면 결국 주가도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 ‘언젠가’가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는 것입니다.







20년이 지났는데 주가는?


이후 한국전력 주가는 2만원 초중반대로 내려왔고, 한때는 1만8천원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AI 투자와 전력 수요 이야기가 크게 부각된 최근까지도 주가는 대략 3만원 안팎에서 움직였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주가만 놓고 보면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입니다.


장기투자는 시간이 내 편이 되어주는 투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종목에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회사 상황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한국전력이 단순히 주가만 답답했던 것은 아닙니다.


연료비가 크게 올라도 전기 판매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고,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두 달 정도 주가가 부진한 것이 아니라 1년, 2년, 3년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니까요.


결국 저는 한국전력을 약 5~6년 정도 보유하다가 정리했습니다.


장기간 주가 흐름을 놓고 보면 2005년 9월과 비교해 오히려 낮거나 비슷한 구간에 머문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버틴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한국전력을 오래 들고 있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장기투자와 방치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5년을 들고 있다가 겨우 원금 근처로 돌아왔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 투자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다른 자산에 투자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기회비용이죠.


물론 한국전력이 당시 나쁜 회사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회사가 계속 존재하고 사업을 이어간다고 해서 주가가 반드시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산업 환경은 계속 바뀌고 기업의 수익구조와 경쟁력도 달라집니다.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이 항상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도 여기서 알게 됐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장기투자는 달라졌습니다


저는 지금도 장기투자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한국전력을 경험한 뒤 장기투자를 바라보는 기준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회사니까 오래 들고 있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오래 들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는 자산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자산이라도 매수 시점과 시장 환경, 운까지 어느 정도 맞아야 합니다.


장기투자라고 해서 매수 이후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투자했던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지, 기업의 실적과 경쟁력은 계속 좋아지고 있는지, 산업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거치면서 저는 개별 종목 하나를 장기간 들고 가는 것보다 시장 전체의 성장에 투자하는 지수투자를 더 선호하게 됐습니다.


개별 기업은 10년, 20년 사이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지수는 성장하는 기업이 들어오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비중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수투자 역시 언제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정 기업 하나의 장기 부진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위험은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아무거나 사놓고 오래 버티면 결국 오른다.”


저는 이제 이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주식투자에서 조심해야 할 말 중 하나가 이런 생각 아닐까 싶습니다.


“언젠가는 오르겠지.”


그 언젠가가 1년 뒤일지, 10년 뒤일지, 아니면 끝내 오지 않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장기투자의 핵심은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오래 성장할 수 있는 자산을 고르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