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하루 만에 무려 2조4,606억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이 정도 규모면 지수가 크게 흔들려도 이상하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고작 2.56포인트 내린 6,715.41에 마감했습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죠.
그렇다면 외국인이 2조원이 넘는 물량을 쏟아냈는데도 코스피는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외국인 순매도 속에서도 지수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와 시장 자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누가 물량을 받았을까
외국인이 판 주식, 누가 샀을까요?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4,606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벌써 7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입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낸 주체가 있었습니다.
개인은 5,261억원, 기관은 2,295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여기에 기타법인이 무려 1조6,999억원을 사들이면서 외국인 매도 물량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습니다.
기타법인에는 기업의 자사주 취득이나 기업 간 지분 거래 등이 잡힙니다.
이런 매수가 대규모로 들어오면서 외국인 매도 충격을 어느 정도 완충해 준 셈입니다.
코스닥 분위기는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코스닥은 6.20포인트 오른 822.18로 거래를 마치며 0.76% 상승했습니다.
외국인이 계속 팔고 있는데도 지수가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투자자와 기업 자금이 매도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업종이 갈렸다
빠져나온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지수만 보면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업종별로 보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돈이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다른 업종으로 이동한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운송장비·부품은 2.40% 상승했고, 기계·장비도 1.97% 올랐습니다.
운송·창고 역시 1.77% 상승했습니다.
반면 전기·전자는 0.57%, 종이·목재는 0.42% 하락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반도체가 쉬어가는 사이 조선과 방산이 지수를 받쳐준 하루였습니다.
개별 종목을 보면 차이는 더 뚜렷합니다.
HD현대중공업은 6.58% 급등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3.98% 올랐습니다.
KB금융 역시 1.41% 상승했습니다.
반면 삼성전기는 3.69% 하락했고 SK도 2.18% 떨어졌습니다.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0.39%, 0.80% 조정을 받았습니다.
주요 종목 등락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HD현대중공업
+6.58%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98%
KB금융
+1.41%
삼성전자
-0.39%
SK하이닉스
-0.80%
삼성전기
-3.69%
결국 이날 시장의 핵심은 전체 주식이 함께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업종 간 자금 이동이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반도체가 밀린 이유
결국 금리 때문일까요?
반도체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배경에는 미국 금리 인상이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성장주에는 부담이 커집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성장주는 지금 당장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돼 있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올라가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계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높아집니다.
똑같은 미래 이익이라도 현재 가치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반도체처럼 성장 기대가 높은 업종이 금리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먼저 눌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반면 조선과 방산은 조금 다릅니다.
이미 확보해 놓은 수주 물량이 앞으로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되는 구조라 성장 기대만으로 움직이는 업종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는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로 이날 시장에서도 반도체가 조정을 받는 동안 조선, 방산, 금융 같은 업종이 지수를 지탱했습니다.
다만 금리 인상 자체를 무조건 악재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이라는 복병
외국인은 언제 다시 돌아올까요?
외국인이 7거래일 연속 매도하고 있는 이유를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환율입니다.
9월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6원 오른 1,382.2원에 마감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원화로 한국 주식을 샀다가 다시 달러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환율 움직임도 수익률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주가가 그대로라고 해도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달러로 환산했을 때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율 상승이 외국인에게 부담이 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외국인 수급이 본격적으로 돌아서려면 주가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도 안정되는지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지수 전체보다 어떤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본다면............
9월 17일 코스피 시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외국인이 팔았지만 국내 자금이 받아낸 하루였습니다.
외국인은 2조4,60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과 기관, 특히 기타법인의 대규모 매수가 들어오면서 코스피는 2.56포인트 하락에 그쳤습니다.
시장 안에서는 반도체에서 조선과 방산, 금융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지금 시장에서는 코스피 지수 숫자만 보는 것보다 외국인 수급과 환율, 그리고 업종별 자금 이동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특히 외국인 매도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지수가 버틴다면 누가 그 물량을 받아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다음 시장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