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편의점이나 카페의 신제품을 보다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쫀득, 바삭, 꾸덕, 말랑, 크런치 같은 표현입니다. 과거에는 초콜릿맛, 딸기맛, 치즈맛처럼 어떤 맛이 나는지가 제품의 가장 중요한 설명이었다면 최근에는 무엇을 먹는지 못지않게 씹었을 때 어떤 느낌이 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음식의 경쟁력이 맛에서 식감으로 한 단계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디저트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훨씬 뚜렷합니다. 두바이 초콜릿에서 시작된 바삭한 카다이프 식감, 두바이 쫀득쿠키의 쫀득함과 바삭함, 버터떡의 겉바속쫀, 각종 쫀득바와 모찌 디저트까지 최근 유행한 제품을 하나씩 놓고 보면 맛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한입 먹었을 때 확실히 느껴지는 식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디저트는 맛보다 먼저 식감을 설명한다

메가MGC커피가 올해 4월 출시한 버터가 쫀득해떡은 출시 약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개를 넘어섰습니다. 겉은 가볍게 바삭하지만 안쪽은 찹쌀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살린 제품인데, 당초 한정 판매 상품이었지만 인기가 이어지면서 판매 기간도 연장됐습니다. GS25에서 판매된 라라스윗 멜론·망고 쫀득바 역시 출시 약 3개월 만에 400만개 이상 판매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제품의 이름입니다. 예전 같으면 버터맛 떡이나 망고 디저트라고 설명했을 제품들이 이제는 제품명 자체에 쫀득이라는 식감을 넣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먹기도 전에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를 이름에서부터 전달하는 것입니다. 식감이 단순한 제품의 특징을 넘어 하나의 마케팅 언어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갑자기 쫀득한 음식이 이렇게 많아졌을까?

사실 한국인이 쫀득한 식감을 좋아하게 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떡, 인절미, 찹쌀도넛, 약과처럼 쫀득하거나 꾸덕한 식감을 가진 음식은 오랫동안 존재했습니다. 달라진 것은 이런 식감이 SNS를 만나면서 훨씬 강력한 상품성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맛은 화면으로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케이크라도 사진 한 장만 보고 실제 단맛이나 버터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식감은 다릅니다. 쿠키를 반으로 가를 때 안쪽이 늘어나는 장면, 바삭한 껍질이 깨지는 모습, 크림이 흘러내리거나 떡이 길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 먹어보지 않아도 어떤 느낌일지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의 식품 트렌드를 다룬 분석에서도 쫀득한 디저트가 SNS에서 주목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이런 시각적 특성이 꼽힙니다. 제품을 반으로 갈랐을 때 속이 늘어나거나 서로 다른 식감이 드러나는 장면은 짧은 영상만으로도 특징을 전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결국 음식이 단순히 먹는 상품에서 보는 콘텐츠로 바뀌면서 식감이 새로운 경쟁력이 된 것입니다.


숏폼 시대에는 맛보다 식감이 더 잘 팔린다

틱톡, 릴스, 유튜브 쇼츠처럼 몇 초 안에 시선을 잡아야 하는 콘텐츠가 늘어난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긴 설명 없이도 쿠키가 갈라지는 순간, 바삭한 소리, 치즈나 반죽이 늘어나는 모습 하나만으로 제품의 특징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ASMR까지 더해지면 눈으로 보는 식감뿐 아니라 귀로 듣는 식감까지 콘텐츠가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맛있다는 말보다 바삭하다, 쫀득하다, 꾸덕하다는 표현이 훨씬 강력할 수 있습니다. 맛있다는 것은 상당히 추상적인 평가지만 식감은 소비자가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슷한 맛의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는 이전에 없던 식감을 만드는 것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 디저트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지만 부드러운 초콜릿 안에 바삭한 카다이프를 넣으면 완전히 다른 제품처럼 느껴집니다. 아이스크림 역시 단순히 달고 시원한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쫀득하게 늘어나거나 안쪽에 바삭한 토핑을 넣으면 또 다른 경험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식품회사가 새로운 맛 하나를 개발하는 것만큼 서로 다른 식감을 조합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건 한국만의 유행도 아니다

최근 이런 변화는 해외 식품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AP는 2026년 9월 글로벌 식품업계의 주요 변화 가운데 하나로 소비자가 맛과 함께 mouthfeel, 즉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감각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식품회사들도 더 바삭하거나, 더 쫀득하거나, 여러 식감이 한 번에 느껴지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의 식감만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반대되는 식감을 동시에 넣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쫀득하거나, 부드러운 크림 안에 단단한 크런치를 넣는 식입니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 번 씹을 때 여러 자극이 순서대로 느껴지기 때문에 단순한 식감보다 기억에 더 오래 남기 쉽습니다.


우리가 최근 자주 보는 겉바속촉이나 겉바속쫀 같은 표현이 계속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단순히 바삭한 제품보다 바삭함 다음에 부드러움이나 쫀득함이 이어지는 제품이 더 강한 경험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식품회사에는 식감이 새로운 신제품 공식이 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식감은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기존 제품의 맛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도 크런치 토핑을 추가하거나 찹쌀, 타피오카, 젤리 같은 원료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처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빵이라도 식감 하나를 바꾸면 새로운 라인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유행 주기가 빨라진 최근에는 이 장점이 더 중요합니다. 한국의 디저트 트렌드는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단위로 빠르게 바뀌고 있고, 실제로 소규모 카페나 디저트 업체들이 새로운 유행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제품 트렌드의 교체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제품이 SNS에서 터지면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이 빠르게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디저트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단순히 특정 유행 제품을 복제하기보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식감의 공식을 찾으려 합니다. 쫀득함이 유행하면 떡뿐 아니라 빵, 아이스크림, 바, 쿠키까지 쫀득한 제품이 나오고, 바삭함이 인기를 얻으면 초콜릿이나 디저트뿐 아니라 스낵과 음료 토핑으로도 확장됩니다. 하나의 인기 제품보다 하나의 인기 식감이 훨씬 많은 제품군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입니다.


유행 음식 하나가 원재료 시장까지 움직인다

이런 식품 트렌드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산업 전체로 번지기도 합니다. 두바이 쫀득쿠키와 같은 제품이 SNS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핵심 재료인 피스타치오 크림이나 카다이프 같은 특정 식재료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었고, 일부 재료의 가격과 공급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SNS에서 시작된 작은 디저트 유행이 식품 제조사와 편의점, 카페를 넘어 원재료 유통 시장까지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대형 식품회사가 신제품을 내놓고 광고를 하면 소비자가 따라가는 구조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순서가 뒤집히기도 합니다. 작은 카페나 해외 SNS에서 특정 음식이 먼저 유행하고, 소비자 검색량이 늘어나면 편의점과 프랜차이즈가 빠르게 유사 제품을 내놓습니다. 이제 식품 트렌드의 출발점이 기업의 연구개발실이 아니라 SNS 피드가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사는 것은 맛만이 아니라 경험이다

생각해보면 최근 인기 음식의 상당수는 굳이 맛만 놓고 보면 완전히 새로운 음식은 아닙니다. 초콜릿도 오래됐고 떡도 오래됐으며 쿠키와 아이스크림 역시 새로운 음식이 아닙니다. 그런데 익숙한 음식에 새로운 식감을 붙이는 순간 소비자는 전혀 다른 제품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식품회사의 경쟁은 단순히 더 맛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바삭한 소리를 어떻게 더 크게 만들 것인지, 쫀득한 느낌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지, 하나의 제품에서 서로 다른 식감을 어떤 순서로 느끼게 할 것인지까지 제품 개발의 중요한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숏폼과 SNS가 소비 트렌드를 움직이는 시대에는 이런 변화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맛은 먹어봐야 알 수 있지만 식감은 영상만으로도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고, 영상에서 재미있는 음식은 빠르게 공유되며 다시 오프라인 구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디저트를 보면 유독 쫀득한 제품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맛있는 음식의 시대에서 보고, 듣고, 씹는 재미까지 파는 음식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식품 신제품을 볼 때 어떤 맛인지뿐 아니라 왜 하필 이런 식감을 넣었는지를 함께 보면 소비 트렌드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조금 더 잘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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