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을 보다 보면 가끔 같은 회사인데 종목코드가 두 개라 헷갈리는 기업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입니다.


검색하면 BRK.A와 BRK.B가 함께 나오는데요.


둘의 가격 차이를 처음 보면 같은 회사 주식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9월 17일 종가 기준 BRK.A는 76만3,936달러, BRK.B는 509.20달러였습니다.


계산해보면,


76만3,936달러 ÷ 509.20달러 ≈ 1,500배


정말 A주 한 주 가격이 B주의 약 1,500배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주식은 서로 다른 회사가 아닙니다.


둘 다 보험, 철도, 에너지, 제조업 등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같은 사업과 자산에 투자하는 주식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회사인데 왜 가격이 1,500배나 차이 날까요?


그리고 A주와 B주는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A주·B주

같은 회사인데 경제적 권리가 다릅니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B주 한 주가 나타내는 경제적 권리가 A주보다 훨씬 작다는 점입니다.


버크셔 공식 자료에 따르면 B주 1주는 A주 1주의 1/1,500에 해당하는 경제적 권리를 가집니다.


즉 A주 한 주를 아주 잘게 1,500조각으로 나눠놓은 것이 B주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B주가 509.20달러라면,


509.20달러 × 1,500주 = 763,800달러


실제 A주 가격인 76만3,936달러와 거의 비슷합니다.


이 가격 관계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경제적 권리가 1대 1,500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결권은 1,500배가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경제적 권리는 A주 1주가 B주 1,500주와 같지만, 의결권은 그렇지 않습니다.


버크셔 공식 기준으로 A주 1주의 의결권을 1이라고 보면 B주 1주의 의결권은 1/10,000입니다.


즉 B주는 투자 가치 자체는 A주의 1/1,500이지만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그보다 더 작습니다.


조금 더 쉽게 계산해보겠습니다.


B주 1,500주의 경제적 권리는 A주 1주와 같습니다.


하지만 의결권은,


1,500 ÷ 10,000 = 0.15


즉 같은 경제적 가치를 가진 B주 1,500주의 의결권은 A주 1주의 약 15% 수준입니다.


가격만 놓고 보면 거의 같은 가치를 갖지만 주주로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에서는 A주가 훨씬 강한 구조입니다.





버크셔 A주는 왜 이렇게 비쌀까?


보통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르면 기업은 주식분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주식을 10대 1로 분할하면 주당 가격을 10만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지만 투자자가 접근하기는 훨씬 쉬워지죠.


그런데 버크셔 A주는 이런 주식분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기업가치가 오르는 동안 주가도 계속 올라 지금은 한 주에 70만달러가 넘는 초고가 주식이 됐습니다.


버크셔는 오랫동안 단기 매매보다는 장기간 함께하는 주주 기반을 중요하게 생각해왔고, A주의 높은 주가 역시 이런 주주 문화와 연결돼 있습니다.


결국 기업가치 상승과 함께 주가가 계속 올라갔지만 A주를 잘게 쪼개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독특한 가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B주는 왜 만들었을까?


문제는 A주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버크셔에 투자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1996년 버크셔는 Class B 주식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B주 1주의 경제적 권리는 A주의 1/30이었고 의결권은 A주의 1/200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1/1,500이 됐을까요?


2010년으로 가야 합니다.


버크셔는 철도회사 BNSF 인수 과정에서 B주를 50대 1로 주식분할했습니다. 버크셔 주주들은 2010년 1월 이 50대 1 분할을 승인했습니다.


계산하면,


기존 경제적 권리 1/30 ÷ 50 = 1/1,500


이렇게 현재의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즉 B주의 가격이 A주의 약 1/1,500 수준인 데는 정확한 역사적 이유가 있습니다.






BRK.A와 BRK.B 수익률도 다를까?


기본적으로 같은 기업가치를 따라갑니다


A주와 B주는 결국 같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업을 공유합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가격 흐름도 대체로 비슷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A주 가격이 1,500배 비싸다고 해서 A주의 투자수익률도 B주보다 1,500배 높은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버크셔의 기업가치가 10%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A주와 B주 모두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중요한 것은 ‘주당 가격’과 ‘투자수익률’을 혼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주가가 70만달러라고 해서 500달러짜리 B주보다 더 좋은 주식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런데 왜 두 주가 완전히 똑같이 움직이지 않을까?


매일의 등락률까지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A주와 B주가 각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별도로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각 종목의 거래량과 매수·매도 수급이 다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는 가격 비율이 조금씩 벌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구조적으로는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전환제도입니다.


버크셔 A주 1주는 투자자가 원하면 언제든 B주 1,500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B주를 모아서 A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B주의 가격이 A주를 1,500으로 나눈 값보다 지나치게 비싸진다면 A주를 산 뒤 B주 1,500주로 전환하는 차익거래가 가능해집니다.


이런 구조가 두 주식 사이의 가격 관계가 크게 벌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다를까?


투자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가장 큰 차이는 가격과 거래 편의성입니다.


BRK.A는 한 주 가격이 70만달러를 넘습니다.


반면 BRK.B는 약 500달러 수준입니다.


따라서 비교적 작은 금액으로 투자하거나 꾸준히 적립식으로 매수하려는 투자자라면 B주가 접근하기 훨씬 쉽습니다.


일부만 매도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는 것도 B주가 편합니다.


예를 들어 버크셔 투자금 1억원 가운데 10%만 줄이고 싶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B주는 필요한 수량만 매도하면 되지만 A주 한 주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면 한 주를 통째로 매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증권사가 소수점 거래를 지원하는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주식 자체의 구조만 놓고 보면 B주가 훨씬 작은 단위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주는 누가 보유할까?


A주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아주 큰 금액을 장기간 투자하면서 의결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주에게는 A주의 구조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앞서 계산했듯 같은 경제적 가치라 하더라도 B주 1,500주의 의결권은 A주 1주의 약 15%에 불과합니다.


즉 회사에 대한 경제적 권리는 같지만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A주 쪽이 훨씬 큽니다.


또 A주는 필요하면 B주 1,500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선택권도 가지고 있습니다.


B주에는 반대 방향의 전환권이 없습니다.




배당 차이는 있을까?


A주와 B주 가운데 어느 한쪽에 특별히 더 높은 배당을 주는 구조는 아닙니다.


B주의 배당 및 분배에 대한 경제적 권리는 A주의 1/1,500로 설계돼 있습니다.


다만 버크셔는 오랫동안 정기적인 현금배당보다는 회사 내부에 자금을 남겨 기업 인수와 주식 투자, 자사주 매입 등에 활용하는 방식을 택해왔습니다.


따라서 A주와 B주를 비교할 때는 배당 차이보다 매수 단위와 의결권, 거래 편의성, 포트폴리오 조정 여부를 살펴보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이제는 ‘버핏 이후’도 봐야 합니다


버크셔를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워런 버핏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2026년부터는 경영체제가 달라졌습니다.


그렉 아벨이 2026년 1월 1일부터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장 겸 CEO를 맡았고, 워런 버핏은 이사회 의장으로 남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버크셔 투자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A주와 B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느냐만은 아닙니다.


그렉 아벨 체제에서도 버크셔가 오랫동안 보여준 자본배분 방식을 얼마나 잘 이어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보험에서 확보하는 자금, 막대한 현금성 자산, 기업 인수와 주식투자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버크셔의 기업가치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해보면


버크셔 해서웨이 A주와 B주의 가격 차이가 약 1,500배라고 해서 서로 다른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종목 모두 같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업과 자산을 공유합니다.


차이는 주식 한 주가 나타내는 크기입니다.


B주 1주의 경제적 권리는 A주의 1/1,500이고, 의결권은 A주의 1/10,000입니다.


A주 1주는 B주 1,500주로 전환할 수 있지만 B주를 A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A주가 훨씬 비싸다고 해서 투자수익률까지 더 높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소액 매수나 적립식 투자, 분할 매도와 리밸런싱 편의성을 중요하게 보는 투자자에게는 B주가 구조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편이고, 큰 금액을 장기 보유하면서 의결권의 중요성까지 고려하는 투자자는 A주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주냐 B주냐’보다 버크셔라는 기업 자체입니다.


같은 회사를 어떤 크기의 조각으로 보유할 것인지의 차이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이제 버크셔를 볼 때는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


60년 넘게 회사를 이끌었던 워런 버핏 이후, 그렉 아벨 체제가 버크셔 특유의 자본배분 능력을 얼마나 잘 이어갈 수 있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