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암호화폐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3%에서 5% 넘게 떨어지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가장 타격이 컸던 곳은 바로 가상자산 연계 기업들인데요. 써클(Circle) 주가는 5.5% 이상 폭락했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Strategy), 코인베이스(Coinbase), 그리고 로빈후드(Robinhood) 같은 대표적인 기업들도 3%에서 4%가량 크게 빠졌습니다. 사실 바로 전날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원 공화당의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윤리 규정 최종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강하게 반등했었는데요, 단 하루 만에 그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말았습니다. 대장주인 비트코인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최근 24시간 동안 7만 9,300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기세를 올리더니, 순식간에 7만 7,000달러 선 밑으로 무너지면서 현재는 7만 6,887달러 안팎에서 겨우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번 급락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악재가 동시에 터졌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거시경제 측면에서의 압박인데요.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8달러를 돌파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를 넘어섰는데요.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다시 올라갈 위험이 커지고,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채권 매도세가 심화된 것이죠. 무엇보다 시장을 가장 긴장하게 만든 건 미국 중앙은행, 즉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입니다. 당장 이번 주에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JP모건과 골드만삭스 같은 초대형 투자은행들도 이번 주 연준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 원인은 가상자산 업계의 숙원이었던 '클래리티 법안'의 상원 투표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진통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미국 상원에서는 법안을 본격적인 투표에 붙이기 전에 논의를 종결짓는 '토의 종결(Cloture)' 투표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이 토의 종결을 통과하려면 상원 전체 100석 중 60석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공화당 의석은 53석에 불과해서 최소 7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의 표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죠. 문제는 민주당 측에서 공화당이 제시한 윤리 규정 안을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마크 워너 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같은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법안 내의 윤리 조항과 주 검찰총장의 권한 범위가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그 가족들의 가상자산 관련 사업적 이익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문제 삼았습니다.
만약 이번 토의 종결 투표에서 60표를 얻지 못해 법안이 좌절된다면,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 일정상 이번 의회 임기 내에 법안이 다시 추진되기는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물론 리플의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 등 업계와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번 상원의 결정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과연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연준의 금리 결정이 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투자자분들의 세심한 관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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