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투자하다 보면 주가만큼이나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원달러 환율입니다.


환율이 1,400원, 1,500원대로 올라갈 때는 “지금 달러로 바꿔도 괜찮을까?” 고민하게 되고, 막상 환율이 내려오면 이번에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최근 흐름이 딱 그렇습니다.


7월 1일 1,559.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9월 9일 1,336.1원까지 내려왔습니다.


두 달여 만에 220원 넘게 떨어진 겁니다.


이 정도로 빠르게 내려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제 1,200원대를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1,300원대가 바닥이 되고 다시 1,400원대로 올라갈까?”


저 역시 미국 주식 투자를 하면서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왜 이렇게 빠르게 떨어졌는지, 앞으로 1,200원대와 1,400원대 중 어느 쪽 가능성이 더 열려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원달러 환율 1,559원에서 1,336원,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


최근 환율 하락은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늘어난 상황에서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까지 겹치면서 원화 강세가 빠르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볼 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수출기업입니다.


이들 기업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에서 사용하기 위해 원화로 바꾸게 됩니다.


시장에 달러를 대규모로 팔고 원화를 사는 수요가 생기면 달러 공급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원달러 환율에는 하락 압력이 생깁니다.


특히 최근처럼 수출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 규모 자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환전 물량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도 달러 공급을 늘렸다


기업의 환전 이전에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 자체도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2,40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역대 최대치였던 1,231억달러와 비교하면 약 두 배 수준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크게 늘었다는 뜻입니다.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많아지고, 기업들이 그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시작하면 환율이 내려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환헤지까지 더해졌습니다.


환율이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자 수출기업들은 추가적인 원화 강세에 대비해 환헤지를 확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화오션의 수주잔액 대비 환헤지 비율은 6월 말 17% 수준에서 최근 70%대까지 높아졌습니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가 들어오고, 수출기업이 달러를 팔고, 환헤지까지 늘어나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진 셈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흐름이 계속된다면 정말 1,2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요?








원달러 환율 1,200원대, 다시 볼 수 있을까?


환율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쪽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달러 매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 과정에서 원화가 필요해지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가져와 원화로 바꾸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연간 원화 환전 수요가 2,1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내년까지 원화 강세 압력이 상대적으로 우세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원달러 환율 하단을 1달러당 1,250~1,300원 정도로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이미 기업들의 달러 매도 기대가 환율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6월 별도기준 현금·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을 보면 삼성전자는 44조8,000억원, SK하이닉스는 36조5,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미 활용 가능한 원화 유동성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7월 조달한 ADR 자금의 환전 역시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앞으로 기업들이 추가로 내놓을 달러 물량이 예상보다 많지 않다면 환율을 1,200원대로 끌어내릴 힘 역시 생각보다 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시 1,400원대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환율 하락만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반대편에는 달러 수요를 다시 늘릴 수 있는 변수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투자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집행될 경우 국내에서 달러를 사야 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220억달러, 미국 원전 8기 건설 1,200억달러 등 대형 프로젝트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정부는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 등을 활용해 외환시장 충격을 줄인다는 입장이지만, 대규모 해외투자 자체가 달러 수요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금리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되거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커지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달러가 전 세계적으로 강해지면 원화 역시 다시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환율 하락을 이끌었던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도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율이 1,500원대일 때는 기업 입장에서도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매력이 컸지만, 1,300원대로 내려오면 굳이 서둘러 환전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키움증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환전 효과가 점차 약해지면서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초반까지 반등할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결국 1,300원대가 새로운 기준점일까?


현재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초중반을 하나의 기준 구간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외환당국 역시 펀더멘털과 시장 수급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정도 구간을 어느 정도 균형 수준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중단한 것도 이런 흐름에서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현재 전망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보면 비교적 이해하기 쉽습니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환헤지가 계속된다면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1,250~1,30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수급이 균형을 이루면 1,30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대미 투자 확대와 미국의 높은 금리가 다시 부각되면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1,400원대로 올라갈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즉 지금 시장은 1,200원대와 1,400원대 전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어느 한 방향을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달러 환전해도 될까?


저 역시 환율이 1,500원대였을 때는 “더 올라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환전을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1,300원대로 내려오니 이번에는 1,200원대를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투자할 때 참 익숙한 상황이죠.


비쌀 때는 무서워서 못 사고, 싸지면 더 싸질 것 같아서 또 못 사는 겁니다.


저는 실제로 9월 1일 1,372원, 9월 4일 1,358원, 9월 11일 1,345원에 나눠서 달러를 환전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환율이 1,559원까지 오를 것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려웠고, 불과 두 달여 만에 다시 1,330원대로 내려올 것도 맞히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정 환율을 정확한 바닥이라고 판단하기보다는 필요한 달러를 여러 차례 나눠서 바꾸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필요한 달러가 1만달러라면 한 번에 전부 환전하는 대신 일정 금액씩 여러 번 나눠 환전하는 방식입니다.


환율이 더 내려가면 낮은 가격에 추가로 살 수 있고, 반대로 다시 올라가더라도 이미 일부는 확보해둔 상태이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듭니다.


결국 환율의 최저점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보다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을 때도 대응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을 볼 때는 세 가지 변수를 계속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첫 번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수출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달러를 추가로 환전하느냐입니다.
  • 두 번째는 대미 투자가 실제로 어느 정도 속도로 집행되느냐입니다.
  • 세 번째는 미국 기준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입니다.


현재 1,300원대 초중반이 새로운 기준점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세 가지 변수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1,200원대 진입과 1,400원대 반등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여기가 바닥이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필요한 금액을 여러 번 나눠 바꾸는 분할 환전 원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환율도 주식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점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보다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도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환율을 맞히는 예측보다,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을 때도 흔들리지 않을 대응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내용이며 특정 환율 수준이나 투자 행동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환전과 투자 여부는 본인의 자금 계획과 투자 목적에 맞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