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칙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클레리티 법안(CLARITY Act)이 다시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 상원에서는 2026년 9월 10일 새로운 수정본이 공개됐고, 불과 며칠 뒤인 9월 15일에는 법안을 본격적으로 심의할지 결정하는 절차표결이 예정돼 있습니다.


단순히 “가상자산을 규제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단계는 이미 넘어선 셈입니다.


이제 관심은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부터 디파이(DeFi), 거래소, 개발자, 스테이블코인까지 어떤 규칙을 적용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수정안에서는 겉으로만 탈중앙화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특정 주체가 통제하는 디파이 서비스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가 더욱 구체화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클레리티 법안은 가상자산 시장을 어떻게 바꿀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클레리티 법안, 도대체 무엇을 바꾸려는 걸까?


클레리티 법안의 가장 큰 목적은 말 그대로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칙을 명확하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가상자산 업계가 가장 불편해했던 부분 중 하나는 SEC와 CFTC 중 누가 어떤 자산을 감독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떤 가상자산은 증권으로 보고 SEC가 규제할 수 있는 반면,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되는 자산은 CFTC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클레리티 법안은 이런 구분을 법률로 보다 명확하게 정하고, 가상자산 거래소와 중개업체에도 일정한 등록·공시·소비자 보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026년 5월에는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이 법안을 15대 9로 통과시키면서 본회의로 넘겼습니다. 이후 추가 협상을 거쳐 7월과 9월 수정안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수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파이


이번 9월 수정안에서 특히 주목받는 부분이 디파이입니다.


디파이는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중앙기관 없이 블록체인의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해 거래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겉으로는 “우리는 탈중앙화 서비스”라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특정 회사나 운영자가 프로토콜을 사실상 통제한다면 정말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번 수정안은 이런 이른바 ‘이름만 탈중앙화된 서비스’를 구분하려는 방향을 담았습니다.


실제로 특정 운영 주체가 통제하는 비탈중앙화 프로토콜의 경우 일정 요건에 따라 CFTC 등록과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상의 의무를 적용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또 디파이 관련 조항이 현물 및 현금 기반 디지털 상품 거래를 중심으로 적용되도록 범위를 명확히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앞으로 미국에서는 단순히 서비스 이름에 ‘DeFi’를 붙였다고 해서 규제를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개발자를 모두 금융회사처럼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법안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개발자와 실제 금융서비스 운영자를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오픈소스 코드를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개발자를 은행이나 송금업자와 똑같이 취급한다면 개발 자체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클레리티 법안은 고객 자금을 직접 통제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인프라 제공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호 장치를 두는 방향을 취하고 있습니다.


자기 지갑에 가상자산을 직접 보관하는 셀프커스터디 권리도 보호 대상에 포함됩니다.


반대로 특정 회사가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실제 금융서비스를 운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결국 핵심은 ‘코드를 만들었느냐’보다 ‘실제로 고객의 돈과 서비스를 누가 통제하고 있느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디파이 업계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개발 자체의 자유는 어느 정도 보호하면서 실제 금융사업을 운영하는 주체에는 책임을 요구하겠다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이자 문제는 어떻게 됐을까?


원문에서 가장 주의해서 볼 부분이 바로 스테이블코인 보상 문제입니다.


현재 법안에 아무런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클레리티 법안의 관련 조항은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은행 예금과 비슷한 형태의 이자나 수익을 지급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성돼 있습니다.


반면 결제나 거래 등 실제 서비스 이용에 따른 정당한 보상까지 모두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스테이블코인을 가지고 있기만 하면 연 5%를 지급한다”


같은 예금형 수익 구조와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일정한 리워드를 준다”


같은 활동 기반 보상을 구분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국 은행권은 활동 기반 리워드도 결과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장기간 보유하도록 유도한다면 은행 예금과 경쟁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가상자산 업계는 모든 보상을 강하게 막으면 새로운 결제 서비스와 금융 혁신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결국 ‘이자를 금지할 것인가’보다 정확히 어디까지를 이자와 비슷한 보상으로 볼 것인가가 더 중요한 쟁점이 된 셈입니다.








또 하나의 변수, 공직자 가상자산 윤리 문제


클레리티 법안이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점은 공직자의 가상자산 이해충돌 문제입니다.


7월 수정안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비롯한 연방 공직자의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 문제를 다루는 윤리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측에서는 현재 조항만으로는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가 가상자산 사업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문제를 충분히 막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측은 7월 공개된 윤리 조항에 여전히 큰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윤리 조항이 아예 없다”고 보는 것도 맞지 않고, 반대로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현재는 윤리 규정이 법안에 들어가 있지만 그 수준이 충분한지를 두고 정치권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연내 통과 확률’이 아니라 9월 15일 표결


현재 상황에서 ‘클레리티 법안의 연내 통과 가능성이 15%까지 떨어졌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정치 베팅시장의 확률은 시시각각 바뀌는 참고자료일 뿐 법안의 공식 진행 상황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지금 가장 중요한 날짜는 2026년 9월 15일입니다.


미국 상원 일정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5분 클레리티 법안 H.R.3633에 대한 cloture, 즉 토론 종결을 위한 절차표결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 표결을 넘기려면 충분한 상원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화당만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민주당 표까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윤리 문제와 스테이블코인 보상, 소비자 보호, 불법자금 문제 등에 대한 막판 협상이 법안의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가상자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투자자 입장에서는 클레리티 법안을 단순한 ‘가상자산 호재’로 보는 것보다 시장의 규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법안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떤 규제기관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지, 어떤 등록 절차가 필요한지, 어떤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가 지금보다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디파이에서는 차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무도 통제하지 않는 탈중앙화 프로토콜과 특정 기업이나 운영자가 사실상 통제하는 서비스를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는 코드 개발 자체만으로 금융회사와 동일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도 실제 고객 자금과 서비스를 통제하는 사업자에는 규제를 적용하는 방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디파이 프로젝트를 볼 때도 단순히 “탈중앙화 프로젝트인가?”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누가 프로토콜을 통제하는지, 고객 자산을 누가 관리하는지, 수익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미국 규제기관에 등록해야 하는 사업인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클레리티 법안이 중요한 진짜 이유


미국 가상자산 시장은 지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한 뒤 규제기관이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반복됐습니다.


클레리티 법안은 이 구조를 바꾸고 처음부터 어느 기관이 어떤 영역을 담당하는지 법률로 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수정안에서는 디파이를 무조건 규제 밖에 두지도 않고, 반대로 모든 개발자를 금융회사처럼 취급하지도 않는 절충점을 찾으려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다만 법안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이릅니다.


공직자 윤리 문제와 스테이블코인 보상, 불법자금 방지와 소비자 보호 수준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클레리티 법안의 핵심은 가상자산을 규제하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어디까지 혁신의 영역으로 인정하고, 어디부터 금융서비스에 걸맞은 책임을 요구할 것인가.


바로 이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9월 15일 예정된 상원의 절차표결이 그 방향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디파이가 규제와 탈중앙화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어떤 모습으로 정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