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이 모두 숨을 죽이고 기다리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즉 CPI 발표 날이 드디어 다가왔습니다. 요즘 비트코인 시세를 보면 발표를 앞두고 7만 7천 달러 선 밑으로 살짝 밀려나면서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꽤 고조된 상태였는데요. 여기에 중동 지역의 긴장감으로 유가가 다시 들썩이다 보니 market 전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눈치보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발표되는 8월 CPI는 앞으로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릴지, 아니면 잠시 숨을 고를지를 결정짓는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죠.

월가 거물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대략적인 시장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데요. 제이피모건(JPMorgan)이나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바클레이스(Barclays),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웰스파고(Wells Fargo)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은 이번 연간 CPI 상승률을 3.4%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근원 CPI 상승률 역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살짝 낮아진 2.4%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죠. 골드만삭스의 매크로 트레이딩 전문가인 브라이언 빙엄(Brian Bingham)은 연준이 이번 물가 지표를 유독 공들여 살피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최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내부적으로는 금리 인상에 신중하려는 분위기가 읽히지만, 만약 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 자칫 시장에 오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경계감도 함께 작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확률을 거의 70% 가까이 쳐주고 있었거든요. 제이피모건 역시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기준금리가 최고 4.0%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이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졌던 건데요. 하지만 비트코인 분석 기관인 비아이에이티(BIT) 같은 곳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여기서 멈춰주기만 한다면 4분기에 아주 강력한 반등 장세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미국 국가 부채가 무려 40조 달러를 넘어서고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재인플레이션 초입 단계에 진입하면 결국 비트코인과 금으로 자금이 대거 쏠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이런 매크로 환경 변화에 맞춰 비트코인은 최근 22%가량 올랐고 금값도 9% 넘게 뛰며 민감하게 반응했는데요. CPI 발표 직전 비트코인이 7만 6,500달러 선에서 바닥을 찍고 다시 7만 7,200달러 선으로 소폭 반등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거래량이 전날보다 10% 이상 줄어든 것을 보면, 거대 관망세가 형성된 채 다들 지표가 공개되기만을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는 셈이죠. 과연 이번 물가 데이터가 막힌 암호화폐 시장의 혈을 뚫어주는 단비가 될지, 아니면 당분간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게 될지 눈여겨보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