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수출 호황이 대형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같은 대형사를 넘어 특정 제품에 강점을 가진 중소·중견 ODM 업체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잇달아 갱신하고 있다. 인디 브랜드들이 틱톡과 아마존을 발판 삼아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 수혜가 제조 밸류체인 아래쪽까지 퍼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이드로겔 마스크로 날아오른 제닉
제닉은 올해 2분기 매출 492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9.6%, 82.9%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누적 매출(786억원)은 이미 작년 한 해 매출(782억원)을 넘어섰다.
성장의 중심에는 하이드로겔 마스크가 있다. 수분을 머금은 젤 형태 소재라 일반 시트 마스크보다 제조 난도가 높은데, 제닉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던스 등 인디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며 해외 주문이 급증하자, 1분기 8개였던 생산라인을 2분기에는 11개로 늘렸다. 2분기 공장 가동률은 132.5%에 달했다.
클렌징밤 강자 엔에프씨도 최대 실적
조선미녀, 이퀄베리, 셀리맥스 등의 제품을 만드는 엔에프씨 역시 올 상반기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냈다. 매출 490억원(+74.7%), 영업이익 90억원(약 2배 증가)을 기록했다.
엔에프씨의 강점은 클렌징밤 같은 특수 제형과 세럼·토너 등 기초 화장품 제조다. 이퀄베리 세럼이 미국 아마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기존 고객사들의 해외 판매 지역이 넓어지면서 주문이 함께 늘었다.
한국화장품제조도 2분기 매출 712억원(+32.4%), 영업이익 140억원(+28.9%)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왜 지금 중소·중견 ODM인가
과거에는 소수의 대형 브랜드가 수출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조선미녀·바이오던스·이퀄베리 같은 인디 브랜드가 틱톡과 아마존을 통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대형 ODM 업체의 생산 일정이 이미 상당 부분 차 있다는 점이다. 그 초과 물량이 특정 제형에 특화된 기술을 가진 중소·중견 제조사로 흘러가면서 이들의 실적이 함께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화장품 브랜드는 제형, 생산 규모, 출시 일정에 따라 여러 ODM 업체에 개발·생산을 나눠 맡기는 방식을 쓴다. 하이드로겔 마스크는 제닉, 클렌징밤과 특수 제형은 엔에프씨에 맡기는 식이다. 자체 생산시설을 갖춘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형 뷰티업체조차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을 빠르게 내놓거나 생산 물량을 맞추기 위해 외부 ODM을 활용하고 있다.
정부도 힘 보태기
9월 7일 화장품의 날 기념식에서 한성숙 국무총리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이 자신만의 기술과 제품으로 해외 K뷰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며 "화장품 인허가 규제 때문에 수출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리
K뷰티 수출 호황은 이제 몇몇 대형 브랜드·대형 ODM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이드로겔 마스크, 클렌징밤처럼 특정 제형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 제조사들이 인디 브랜드의 해외 흥행과 맞물려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ODM의 생산 여력이 포화 상태인 만큼,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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