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전지의 자회사인 세방리튬배터리가 최근 굵직한 수주 소식을 알렸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하이브리드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팩,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의 신형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팩까지 두 건의 대형 계약을 따낸 것입니다.
두 계약 모두 수년에 걸친 장기 공급 계약으로, 업계에서는 규모를 3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세방리튬배터리의 지난해 매출이 3,301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수주 하나가 기존 매출의 9배가 넘는 셈입니다.

세방리튬배터리는 어떤 회사인가

세방리튬배터리는 배터리 셀을 직접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셀 제조사로부터 셀을 공급받아 모듈과 팩 형태로 완성해 자동차와 ESS 업체에 납품하는 '배터리 시스템 업체'입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세방리튬배터리를 선택한 배경에는 배터리팩 설계 기술력과 대규모 양산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모회사인 세방전지가 오랫동안 현대차·기아·BMW·폭스바겐 등에 시동용 납축전지를 공급하며 쌓아온 기술력과 신뢰 관계도 이번 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60년 넘은 물류 기업, 왜 배터리로 눈을 돌렸나

세방그룹의 뿌리는 1960년 설립된 선박대리점 업체 한국해운입니다. 이후 항만하역과 육상운송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1978년 진해전지를 인수하며 배터리 제조업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본격적인 2차전지 사업 진출은 2015년 세방리튬배터리 설립부터입니다. 이후 투자도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2021년: 광주에 1,15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 모듈·팩 공장 건설
2026년 6월: 세방리튬배터리에 1,068억원 추가 출자, 미국 오하이오 생산법인 투자 자금으로 활용

북미 지역 누적 설비 투자 규모는 총 1,500억원 수준

이번 수주 물량 중 현대차 하이브리드 배터리팩이 북미 수출 모델에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하이오 생산거점 확보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 결정이었던 셈입니다.

시장 상황도 순풍

최근 몇 년간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캐즘' 현상이 이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의 지난해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63만 4,990대로, 전년 대비 27.9% 늘었습니다.
ESS 시장도 성장세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이 맞물리며 배터리 수요를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세방그룹, 주력 사업이 바뀐다

세방리튬배터리의 매출은 2023년 1,780억원에서 2024년 3,334억원으로 1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늘었습니다. 다만 지난해는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매출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주 물량이 매출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질 전망입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를 두고 "세방그룹의 주력 사업이 물류와 납축전지에서 리튬이온배터리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60여 년간 물류와 납축전지를 근간으로 성장해온 세방그룹이, 이제는 2차전지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