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과는 다른 엔화 강세

최근 엔화 가치가 다시 급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상승은 한 달 전 나타났던 엔화 강세와는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한 달 전 엔화 강세의 배경에는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풀어 직접 시장에 개입했고, 미국은 시중은행에 외환 거래 상황을 확인하는 ‘레이트 체크’를 통해 시장에 경고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말하자면 위에서 억지로 눌러놓은 강세였던 셈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번엔 시장 참가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왜 시장은 스스로 엔화를 사들이고 있나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올릴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엔화 약세에 베팅해온 투기 세력이 서둘러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엔화를 팔고(쇼트) 금리가 높은 다른 통화 자산을 사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왔는데, BOJ의 금리 인상 기조가 뚜렷해지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앞다퉈 쇼트 포지션을 청산하기 시작한 겁니다.
문제는 이 청산 자체가 엔화를 사는 행위라는 점입니다. 포지션을 정리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엔화 강세를 더 부추기는 ‘쇼트 스퀴즈’ 현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다른 투기 세력의 추가 청산을 유발하는 악순환(혹은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되돌림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규모입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엔화 선물 쇼트 포지션은 14만3,570계약으로 1년 전보다 다섯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이는 2024년 8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기 직전 기록했던 9만8,058계약보다 46% 많은 수준입니다.
쌓여 있는 쇼트 포지션이 그때보다 더 크다는 건, 이게 풀릴 때의 충격도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지난 1년간 엔화는 미·일 금리 차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만큼 과도하게 약세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어, 그 괴리가 되돌려질 때의 낙폭 역시 상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2024년 8월의 악몽, 재연될까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 2024년 8월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쇼크’입니다.
당시 엔 캐리 포지션이 대거 풀리면서 위험자산 투매가 촉발됐고, 닛케이225지수는 하루 만에 12.4% 폭락, 코스피지수는 8.8% 급락했습니다. 미국 나스닥지수도 장중 크게 흔들리는 등 전 세계 증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출렁였죠.
다만 위안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시장이 이미 한 번 그 충격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때보다 리스크 관리나 대응 능력이 나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문가 전망: “달러당 140엔이 전환점”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저크스 수석 외환전략가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엔화를 팔아 금리 수익을 얻는 캐리 전략은 이제 위험해졌다. 외환시장은 달러당 140엔까지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전환점에 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즉, 그동안 ‘엔화 약세는 계속된다’는 전제로 짜여 있던 투자 전략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