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S&P500 사지 말고 그냥 버크셔해서웨이를 사라.”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워런 버핏이 수십 년 동안 S&P500을 압도했으니, 굳이 지수에 투자할 필요 없이 버핏이 만든 회사에 투자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입니다.
듣고 보면 꽤 그럴듯합니다.
실제로 버크셔해서웨이의 장기 수익률은 엄청났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해집니다.
과거 60년 동안 통했던 이 공식이 2026년 지금도 그대로 유효할까요?
이번에는 감이 아니라 실제 숫자를 놓고 버크셔해서웨이와 S&P500을 비교해보겠습니다.
60년 넘는 장기 성적은 정말 압도적입니다
먼저 버크셔의 장기 성과가 뛰어났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신 버크셔해서웨이 연차보고서를 보면 1965년부터 2025년까지 버크셔 주가의 연평균 상승률은 19.7%였습니다.
같은 기간 배당을 포함한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10.5%였습니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차이입니다.
누적 수익률로 보면 차이는 훨씬 극단적입니다.
1964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버크셔의 누적 상승률은 6,099,294%였습니다.
같은 기간 배당을 포함한 S&P500은 46,061% 상승했습니다.
단순히 “조금 더 잘했다”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복리에서는 연간 몇 퍼센트포인트 차이가 수십 년 쌓이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연 19.7%와 연 10.5%의 차이가 60년 넘게 누적된 결과가 바로 이 숫자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S&P500보다 버크셔를 사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맞아 보입니다.
문제는 이 압도적인 성과가 앞으로도 그대로 반복될 수 있느냐입니다.
최근 15년만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버크셔의 역사적인 수익률은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최근으로 기간을 좁히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2011년부터 2025년까지 15년간 버크셔의 연도별 수익률을 공식 자료로 계산하면 누적 상승률은 약 526.7%입니다.
연평균 복리수익률로 환산하면 약 13.0%입니다.
같은 기간 배당을 포함한 S&P500의 누적 수익률은 약 620.2%, 연평균 복리수익률은 약 14.1%입니다.
계산식은 각각의 연간 수익률을 복리로 연결한 결과입니다.
즉 최근 15년만 놓고 보면 오히려 S&P500이 앞섰습니다.
2025년만 봐도 버크셔는 10.9% 상승했지만 배당을 포함한 S&P500은 17.9% 올랐습니다.
2026년에도 현재까지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말 버크셔 B주의 종가는 502.65달러였고 2026년 9월 4일에는 506.03달러였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506.03 ÷ 502.65 - 1) × 100 ≒ 0.7%
정도입니다.
반면 같은 시점 S&P500은 연초 대비 약 12.8% 상승한 상태였습니다.
올해만 보면 격차가 꽤 큰 셈입니다.
물론 8개월 남짓한 성과로 장기 투자 결과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버크셔는 항상 S&P500을 이긴다”는 말은 현재 데이터와 맞지 않습니다.
장기 전체 기록에서는 버크셔가 압도적이지만 최근 10~15년에서는 지수와 비슷하거나 뒤처지는 구간도 길어졌습니다.
왜 예전처럼 지수를 압도하기 어려워졌을까?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회사가 너무 커졌다는 점입니다.
젊은 시절의 버핏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시가총액이 작은 저평가 기업을 찾아 큰 비중으로 투자해도 버크셔 전체 수익률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버크셔는 세계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수십억달러짜리 좋은 투자처를 찾아도 회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정말 의미 있는 수익을 내려면 수백억달러 단위의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워런 버핏도 이 문제를 이미 인정했습니다.
2023년 주주서한에서 버크셔는 앞으로 미국의 평균적인 기업보다 조금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영구적인 자본 손실 위험은 더 낮출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회사를 만든 사람이 직접 과거와 같은 초과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눈높이를 낮춘 셈입니다.
3,647억달러 현금은 방패일까, 발목을 잡는 짐일까?
현재 버크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엄청난 현금입니다.
2026년 6월 말 기준 버크셔의 현금 및 단기국채 규모는 약 3,647억달러였습니다.
3월 말 3,802억달러에서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그렉 아벨이 CEO를 맡은 뒤에는 이 현금 일부를 실제 투자에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버크셔는 2026년 2분기에 주식을 235억달러어치 매수하고 37억달러어치를 매도했습니다.
14개 분기 연속 이어졌던 순매도 흐름도 끝났습니다.
특히 알파벳 지분을 크게 늘려 6월 말 기준 약 1억600만주, 378억달러어치를 보유하면서 애플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주식 투자처가 됐습니다.
자사주 매입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버크셔는 2분기에 약 45억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즉 버크셔가 현금을 그냥 쌓아두기만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도 3,647억달러라는 현금 규모 자체는 여전히 큽니다.
상승장에서는 현금이 답답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계속 올라가는 구간에서는 버크셔의 현금이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나 다른 AI 관련 대형주들이 크게 오르는 동안 버크셔의 수천억달러 현금은 단기국채 이자 정도의 수익을 냅니다.
AI 주식이 30%, 40%씩 오르는 시장에서는 당연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최근 S&P500이 버크셔보다 강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대형 기술주와 AI 관련주의 높은 비중입니다.
버크셔는 기술주 중심 지수가 아닙니다.
보험, 철도, 에너지, 제조업, 소비재 등 실제 사업을 광범위하게 보유한 복합기업입니다.
그래서 기술주 중심 상승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폭락장이 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버크셔의 현금을 무조건 나쁘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장이 무너질 때 이 현금이 엄청난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대표적입니다.
다른 투자자들이 현금이 없어 주식을 팔아야 할 때 버크셔는 오히려 좋은 기업에 돈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버핏 역시 시장이 갑자기 얼어붙을 때 버크셔가 거대한 자금과 확실한 실행 능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회사의 강점으로 설명해왔습니다.
실제로 하락장에서 버크셔가 S&P500보다 강했던 사례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2000년 S&P500은 -9.1%였지만 버크셔는 26.6% 올랐습니다.
2001년에도 S&P500이 -11.9% 하락할 때 버크셔는 6.5% 상승했습니다.
2022년 역시 S&P500이 -18.1% 하락했지만 버크셔는 4.0% 상승했습니다.
다만 항상 방어에 성공했던 것은 아닙니다.
2008년에는 버크셔도 31.8% 하락했습니다.
S&P500의 -37.0%보다는 나았지만 손실 자체는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버크셔는 하락장에서 절대 안 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정확하게는 시장 하락기에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온 경우가 많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버크셔와 S&P500은 사실 성격부터 조금 다릅니다
두 투자처를 단순히 수익률만 놓고 비교하면 놓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S&P500 ETF는 미국 대형기업 약 500개를 한꺼번에 보유하는 지수상품입니다.
특정 경영진이나 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크게 의존하지 않습니다.
반면 버크셔해서웨이는 하나의 회사입니다.
다만 일반 기업과는 조금 다릅니다.
보험부터 철도, 전력, 제조업, 유통업까지 수많은 회사를 직접 소유하고 있고, 여기에 애플·아메리칸익스프레스·알파벳 같은 상장주식 포트폴리오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투자회사와 대형 복합기업이 결합된 형태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차이가 있습니다.
버크셔는 현재 주주에게 현금배당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내부에 남겨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거나 주식을 사고, 필요하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재투자합니다.
반면 S&P500 ETF는 구성 기업들에서 받은 배당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거나 상품 구조에 따라 재투자합니다.
따라서 둘은 같은 미국 주식이라고 해도 돈이 굴러가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그렇다면 S&P500 대신 버크셔를 사는 게 맞을까?
여기서는 투자 목적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버크셔가 과거처럼 앞으로도 S&P500을 압도할 것이다.”
이 생각 하나로 투자한다면 최근 데이터는 그렇게 강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최근 15년 동안은 오히려 S&P500의 수익률이 더 높았습니다.
회사 규모가 너무 커진 만큼 과거와 같은 초과수익을 반복하기도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반면,
“미국 우량자산에 투자하면서 S&P500보다 조금 덜 흔들리는 포트폴리오를 원한다.”
이런 목적이라면 버크셔의 성격은 꽤 흥미롭습니다.
막대한 현금과 보험사업, 철도, 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주 비중이 높은 S&P500과 움직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현금을 이용해 좋은 자산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버크셔만의 강점입니다.
둘 중 하나만 고를 필요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S&P500과 버크셔를 반드시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S&P500을 포트폴리오의 중심으로 두고 버크셔를 일정 부분 추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S&P500을 통해 미국 경제 전체의 성장과 대형 기술주 상승을 가져가면서, 버크셔를 통해 보험·에너지·철도 같은 다른 산업과 막대한 현금 보유 효과를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버크셔 자체도 S&P500 구성 종목입니다.
따라서 S&P500 ETF와 버크셔를 함께 보유하면 버크셔 비중을 추가로 늘리는 효과가 생깁니다.
완전히 새로운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결론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위대한 투자회사라는 것은 숫자로 이미 증명됐습니다.
1965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수익률 19.7%.
같은 기간 S&P500은 배당을 포함해 10.5%였습니다.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버크셔가 앞섭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과거 수익률을 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것은 앞으로의 버크셔입니다.
최근 15년간 수익률은 S&P500이 버크셔를 앞섰고, 회사 규모가 커진 만큼 앞으로 과거 수준의 초과수익을 재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버크셔의 매력이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3,600억달러가 넘는 유동성과 강력한 보험사업, 철도와 에너지 같은 우량 자산, 그리고 시장이 급락했을 때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재무 여력은 여전히 상당한 장점입니다.
그래서 “S&P500 대신 버크셔를 사면 무조건 더 번다”는 주장은 현재 기준으로는 너무 단순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보는 편이 더 정확해 보입니다.
시장 전체의 장기 성장을 최대한 단순하게 가져가고 싶다면 S&P500.
조금 다른 사업구조와 현금 방어력, 적극적인 자본배분까지 함께 가져가고 싶다면 버크셔해서웨이.
결국 중요한 것은 과거 60년 수익률만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어떤 성격의 자산을 보유하고 싶은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버핏을 살 수는 없습니다.
지금 투자하는 것은 그렉 아벨이 CEO를 맡고,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남아 있는 2026년의 버크셔해서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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