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주식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된 비트코인 투자법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현재의 Strategy(MSTR)가 보여준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입니다.


회사가 남는 현금만 조금씩 비트코인으로 바꾼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주식과 전환사채, 우선주 등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계속 사들였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Strategy 주가까지 비트코인 보유가치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받으면서 한동안 놀라운 선순환이 만들어졌습니다.


주가가 비싸게 평가되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고,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고,비트코인이 오르면 회사 가치가 다시 커지는 구조였습니다.


말 그대로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자본시장을 이용하는 회사’가 등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성공을 본 수많은 기업이 따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26년 들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를 선언하는 것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가 지나고, 시장은 이제 묻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비트코인을 어떤 돈으로 샀느냐”


입니다.





Strategy를 따라 하면 모두 성공할 줄 알았는데


Strategy의 전략이 성공하면서 전 세계에서 비슷한 기업들이 쏟아졌습니다.


기존 사업보다 비트코인 보유량을 전면에 내세우고, 주식이나 부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하는 이른바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입니다.


상승장에서는 이 구조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1,000억원을 빌려 비트코인을 샀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50% 오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보유자산 가치는 1,500억원이 됩니다.


자기자본만으로 투자했을 때보다 자산가치 증가폭이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면 레버리지도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특히 회사 자체에서 충분한 현금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자와 만기상환, 우선주 배당 같은 비용은 비트코인 가격과 관계없이 계속 발생합니다.


비트코인이 횡보한다고 해서 채권 이자가 멈춰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시장에서 문제가 된 부분도 바로 이것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중반 약 1,500억달러에 달했던 주요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들의 시장가치는 2026년 8월 약 670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상위 50개 비트코인 보유기업 가운데 43곳은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도입하기 전보다 주가가 낮아졌고, 35곳은 주가가 절반 이상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즉 비트코인을 회사 자산으로 편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이상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프리미엄’이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을 이해하려면 mNAV라는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순자산가치와 비교해 주식시장에서 회사가 얼마나 비싸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가 1조원인데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를 2조원으로 인정받고 있다면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셈입니다.


이때는 회사 입장에서 매우 유리합니다.


비싸게 평가받는 주식을 새로 발행해 현금을 확보한 뒤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더 사면 기존 주주 1주당 비트코인 보유량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구조가 Strategy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주가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시장가치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그 아래로 내려가는데 계속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에게 희석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6월 Strategy의 기업가치 기준 mNAV가 한때 1배 아래로 내려갔고, 당시 Metaplanet과 Nakamoto 등 일부 후발 트레저리 기업 역시 1배 아래에서 거래됐습니다.


결국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의 핵심은


“비트코인을 산다”


가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보다 주식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


가 매우 중요했던 것입니다.


이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새로운 비트코인을 사기 위한 자금조달 공식도 훨씬 어려워집니다.






 Strategy조차 예전처럼 무조건 사기만 하는 회사는 아니다


Strategy 역시 시장 환경 변화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않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2026년에는 일부 비트코인을 실제로 매도했습니다.


6월 말과 7월 초에는 비트코인을 매도해 우선주 배당 등을 위한 달러 준비금을 보충했고, 8월에도 일부 매각이 이뤄졌습니다.


그렇다고 Strategy가 비트코인 전략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8월 말에는 다시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했습니다.


SEC 공시에 따르면 Strategy는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4,603 BTC를 약 3억6,970만달러에 사들였고, 8월 30일 기준 총 보유량은 84만5,050 BTC였습니다.


총 취득금액은 약 637억3천만달러, 평균 취득단가는 BTC당 약 7만5,412달러였습니다.


또 당시 Strategy는 우선주 배당과 부채 이자 지급 등을 지원하기 위한 달러 준비금 51억달러와 별도의 현금성 유동성 16억1천만달러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후발 기업과 Strategy를 단순하게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Strategy 역시 위험은 크지만 자금조달 수단과 현금 준비금, 여러 종류의 주식·우선주를 이용하는 복잡한 자본구조를 이미 구축해놓았습니다.


따라서


“Strategy가 했으니 우리 회사도 대출받아 비트코인을 사면 된다”


는 식으로 복제하기에는 구조가 훨씬 복잡합니다.






홍콩에서도 ‘비트코인을 살까’보다 ‘어떻게 살까’가 화두였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Bitcoin Asia 2026에서도 기업의 비트코인 보유전략은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행사는 8월 27~28일 홍콩에서 개최됐으며 기업 트레저리와 기관용 비트코인 상품, 새로운 신용구조 등을 다루는 세션들이 별도로 마련됐습니다.


다만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을 전부 외면하기 시작했다”


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현재 시장에서는 기업마다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 비트코인 보유량만 많은 기업과,
  • 안정적인 본업에서 현금이 발생하는 기업,
  • 낮은 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


부채 만기가 짧고 현금흐름이 부족한 기업을 시장이 다르게 평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가 이미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블랙록의 IBIT만 해도 8월 말 기준 순자산이 약 614억달러에 달했습니다.


과거에는 주식계좌에서 비트코인 가격에 노출되기 위해 MSTR 같은 종목을 대리 투자수단으로 활용하는 수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자가 원한다면 현물 비트코인 ETF를 통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로 비트코인 가격에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트레저리 기업은


“비트코인을 들고 있다”


는 사실만으로 ETF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후발주자들이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가장 위험한 상황은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할 때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장기간 횡보하는 시장도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높은 이자를 부담하면서 돈을 빌려 비트코인을 샀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비트코인이 1년 동안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면 자산가치는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이자비용은 계속 발생합니다.


우선주를 발행했다면 배당비용도 발생할 수 있고, 만기가 있는 부채라면 언젠가는 상환해야 합니다.


회사 본업에서 충분한 현금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선택지는 줄어듭니다.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거나,


추가로 돈을 빌리거나,


보유한 비트코인을 일부 팔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주가까지 하락한 상태에서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희석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트레저리 기업을 볼 때는 단순히


“몇 개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가?”


보다


부채가 얼마나 있는지,


언제 갚아야 하는지,


연간 이자와 우선주 배당은 얼마인지,


현금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본업에서 돈을 벌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트레저리 기업이 흔들리면 비트코인도 끝난 걸까?


여기서는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이라는 사업모델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의 장기적인 투자논리가 무너지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트레저리 기업은 비트코인 가격 외에도 부채와 신주발행, 우선주 배당, 경영진의 자본배분 같은 변수가 붙습니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의 가격은 보다 직접적으로 글로벌 수요와 공급, 유동성, 금리와 달러, 규제, 위험자산 선호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MSTR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비트코인의 가치가 사라졌다”


라고 보는 것도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반대로 트레저리 기업이 어려워졌으니 비트코인 현물은 반드시 오른다고 생각하는 것도 근거가 없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은 8월 말부터 강하게 반등해 8만달러를 다시 넘어섰지만 2026년 고점이었던 약 9만7,900달러는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즉 현재도 상당한 변동성 속에 있습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비트코인은 반드시 오른다’도 조심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는 대표적인 논리 가운데 하나는 통화가치 희석입니다.


정부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통화량이 장기적으로 확대된다면 공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채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과 비트코인을 이른바 ‘통화가치 희석에 대한 거래’, 즉 debasement trade로 보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8월 비트코인이 8만달러를 돌파하는 과정에서도 달러 약세와 미국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가 상승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부 부채가 늘어나니까 비트코인은 무조건 오른다”


라고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금리가 높아지고 달러가 강해지면 오히려 비트코인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습니다.


규제나 경기침체, 시장 유동성 감소 역시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공급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다는 사실과 그 자산에 얼마의 가격을 지불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희소하다고 해서 가격이 항상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지금 사도 될까?


많은 분들이 결국 가장 궁금한 것은 이것일 겁니다.


“그래서 지금 비트코인을 사도 되는 걸까?”


이 질문에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 방식에 따른 위험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현금 1,000만원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면 가격이 50% 떨어질 경우 평가금액은 500만원이 됩니다.


손실은 매우 크지만 강제 청산 가격은 없습니다.


반대로 선물에서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10배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이론적으로는 기초자산이 반대 방향으로 약 10%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자기자본 대부분을 잃을 수 있습니다.


실제 청산 가격은 증거금과 수수료, 거래소 유지증거금에 따라 달라지지만 핵심은 같습니다.


가격이 언젠가 다시 회복하더라도 이미 청산됐다면 그 상승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트레저리 기업들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 역시 구조는 다르지만 비슷한 교훈을 줍니다.


레버리지가 강할수록 가격이 틀렸을 때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현물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현물만 사면 안전하다”


는 의미도 아닙니다.


비트코인은 과거 여러 차례 50~70% 이상 급락한 경험이 있는 고변동성 자산입니다.


현물은 강제 청산이 없다는 장점이 있을 뿐 가격손실 자체를 막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장기간 보유하려는 투자자라면


생활비나 가까운 시기에 사용할 돈까지 넣지 않는지,


한 자산에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몰려 있지 않은지,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계획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한 번에 모든 자금을 넣는 방식과 여러 차례 나눠서 매수하는 방식 역시 서로 다른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할매수는 가격이 하락할 때 평균매입가격을 낮출 기회를 줄 수 있지만 비트코인 자체가 계속 떨어진다면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진짜 교훈은 ‘비트코인을 사라’가 아닐 수도 있다


Strategy의 성공을 보고 많은 기업이 한 가지 장면만 따라 했습니다.


“돈을 조달해서 비트코인을 산다.”


하지만 Strategy의 전략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 주가 프리미엄,
  • 주식 발행 능력,
  • 전환사채와 여러 종류의 우선주,
  • 현금 준비금,
  • 부채 만기 관리,


시장 상황에 따른 비트코인 매수와 일부 매도까지 복잡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단순히 대출을 받아 비트코인을 사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2026년 시장은 그 차이를 상당히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프리미엄을 받던 회사들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고, 일부 기업은 비트코인을 매각하거나 부채를 줄이고 기존 사업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비트코인 트레저리 열풍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비트코인을 사야 한다”


가 아니라


“어떤 자산이든 빚을 이용해 살 때는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먼저다”


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트레저리 주식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성공을 따라 수많은 기업이 비트코인 트레저리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상승장에서는 모두 비슷해 보였습니다.


비트코인이 오르면 보유자산 가치가 커지고 주가도 함께 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리자 기업마다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낮은 비용으로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회사,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는 회사,


본업에서도 돈을 버는 회사와,


높은 비용의 부채에 의존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만 기다리는 회사는 같은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이라도 전혀 다른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MSTR이나 다른 트레저리 종목에 투자한다면 비트코인 가격 전망만 보면 부족합니다.


  • mNAV와 부채,
  • 우선주 배당,
  • 신주발행 가능성,

현금흐름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비트코인 자체에 투자하려는 사람이라면 기업의 복잡한 자본구조와 비트코인 가격 위험을 굳이 동시에 떠안을 필요가 있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는 대규모 현물 ETF 시장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트코인 지금 사도 될까?”


라는 질문보다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여도 나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


비트코인의 방향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하지만 빚 때문에 강제로 팔아야 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 것,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투자하는 것,


그리고 비트코인 현물과 트레저리 기업 주식의 위험을 구분하는 것은 투자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Strategy를 따라간 후발 기업들이 흔들리는 지금, 시장이 보여주는 교훈도 결국 그 부분에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