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국 수출이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웠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8.7% 늘어난 982억 5000만 달러. 6월(1020억 달러), 7월(990억 달러)에 이어 석 달 연속 900억 달러를 훌쩍 넘겼고, 무역수지는 347억 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 화려한 성적표의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466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09% 급증하며 두 달 만에 다시 월간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D램(16GB) 고정가격은 1년 전 5.3달러에서 46.5달러로 9배 가까이 뛰었다. 반도체 하나가 이 정도의 가격 상승을 만들어낸다는 건, 그만큼 시장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절반을 향해 가는 반도체 비중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7.5%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고치다. 산업부는 8월에 자동차와 선박 수출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숫자만 보면 한국 수출의 절반가량이 반도체 하나에 걸려 있는 셈이다.
이게 왜 불안 요인일까. 지금은 AI 열풍 덕분에 메모리 수요와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이례적인 국면이다. 하지만 이 사이클이 꺾이면 어떻게 될까. AI 투자 속도가 둔화하거나 메모리 가격이 하락 전환하면, 반도체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한국 전체 수출도 함께 고꾸라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메모리 가격 오름폭이 조금씩 둔화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말고는 없었나

물론 반도체만 잘한 건 아니다. 컴퓨터(SSD 등) 수출은 AI 서버용 저장장치 수요에 힘입어 전년 대비 419.5% 급증하며 역대 8월 최대 실적을 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도 각각 65.3%, 12.2% 늘었는데, 이는 물량이 늘어서라기보다 호르무즈해협 불안으로 단가가 오른 영향이 크다. K뷰티·K푸드 열풍을 타고 화장품과 농수산식품도 역대 8월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체 그림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반도체에 비해 작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가격이 연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은 반도체가 한국 수출을 계속 떠받칠 거란 얘기다.

정리하면

지금 한국 수출은 역대급 호황이 맞다. 다만 그 호황의 절반이 반도체, 그것도 AI발 메모리 수요라는 단일 엔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표면적인 숫자가 좋을수록, 그 이면의 쏠림 현상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게 이번 8월 수출 지표가 남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