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주가만큼 자주 확인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딱히 살 이유가 없어 보이는 종목인데 외국인이 며칠 동안 꾸준히 사들이고 있으면 괜히 한 번 더 찾아보게 되는데요.


물론 외국인이 산다고 주가가 무조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 기간도 알 수 없고, 선물이나 다른 종목과 함께 포지션을 구성했을 수도 있습니다.


대량매매 같은 특수한 거래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고요.


그래도 수급을 보다 보면 내가 놓치고 있던 재료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가운데 개인적으로 눈에 들어왔던 한미반도체, SK스퀘어, 대한항공을 살펴보겠습니다.






한미반도체, 결국 다시 HBM입니다


지난주 외국인은 한미반도체를 1천억원 안팎 순매수했습니다.


그리고 9월 7일 주가도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외국인이 오늘 오를 것을 미리 알고 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외국인이 한미반도체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을지는 생각해볼 만합니다.


결국 다시 HBM으로 연결됩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입니다.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 HBM 생산량이 많아지면 메모리 칩만 더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 개의 칩을 정확하게 쌓고 접합하기 위한 장비도 더 많이 필요합니다.


한미반도체의 대표 제품인 TC본더가 바로 이 과정에서 사용됩니다.


그리고 기대감만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6월 8일 SK하이닉스와 442억원 규모의 HBM4용 TC본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공급되는 장비는 HBM4 제조용 TC 본더 4.5 그리핀입니다.


HBM4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실제 장비 발주에 나선 것입니다.


즉 “HBM4가 성장하면 장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실제 주문으로 조금씩 확인되기 시작한 셈입니다.


한미반도체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HBM 시장이 커지면 생산 과정에 필요한 핵심 장비 수요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미반도체는 그동안 HBM 성장 기대를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해왔던 종목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HBM이 좋으니까 한미반도체도 무조건 오른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앞으로 추가 수주가 실제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한미반도체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기대감보다 다음 수주입니다.








SK스퀘어, 어느새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두 번째로 눈에 들어온 종목은 SK스퀘어입니다.


지난주 외국인 자금이 강하게 들어온 종목 가운데 하나인데요.


흥미로운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시각이 엇갈렸다는 점입니다.


같은 종목을 두고 한쪽은 사고 다른 한쪽은 파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단기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외국인 매수가 들어온 이후 주가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9월 7일 장중 SK스퀘어는 110만원 안팎까지 올라오며 6% 가까운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SK스퀘어를 이해하려면 결국 SK하이닉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로 지분 약 2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SK스퀘어가 가지고 있는 지분 가치도 함께 커집니다.


최근처럼 AI와 HBM을 중심으로 메모리 업황에 대한 기대가 다시 강해지는 구간에서는 SK스퀘어도 함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주주환원입니다.


지주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보다 주식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이른바 지주사 할인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K스퀘어 역시 순자산가치와 실제 시가총액 사이의 할인율을 줄이는 것을 주요 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회사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결국 SK스퀘어 투자 포인트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가치가 얼마나 더 올라가느냐와 SK스퀘어 자체의 지주사 할인이 얼마나 줄어드느냐입니다.


최근에는 두 조건 모두 시장의 관심을 받을 만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주가가 짧은 기간 크게 올라온 만큼 현재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SK하이닉스 주가와 순자산가치 할인율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대한항공, 유가가 오르는데 왜 외국인은 샀을까?


세 종목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의외였던 것은 대한항공입니다.


외국인은 지난주 대한항공을 약 8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습니다.


주가도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처음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중동 불안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는데 항공주를 산다고?”


항공사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유가 상승은 분명 악재입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은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항공사 실적은 유가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최근 대한항공에는 반대로 상당히 강한 호재도 생겼습니다.


바로 원·달러 환율 하락입니다.


항공사는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항공기 구매대금 등 달러로 지불하는 비용이 많습니다.







외화부채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원화가 강해지고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비용 부담과 외화부채 평가 부담이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대한항공의 2026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보면 6월 말 순외화부채는 약 56억달러 수준입니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려갈 때 장부상 외화 관련 평가손익이 약 560억원 개선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연간 달러 부족액을 기준으로 한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환율 10원 하락당 약 16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추산됩니다.


두 효과를 단순히 살펴보면 환율 10원 움직임이 대한항공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1,550원 안팎에서 9월 초 1,300원대로 크게 내려왔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변화입니다.


다만 여기서 계산을 조심해야 합니다.


평가손익 약 560억원과 현금흐름 약 160억원을 단순히 더한 뒤 환율 하락폭만큼 곱해 “대한항공 순이익이 그대로 몇조원 늘어난다”고 보면 안 됩니다.


외화부채와 자산 규모는 계속 변하고 환헤지도 존재합니다.


평가손익과 실제 현금흐름 효과 역시 성격이 다릅니다.


결국 실제 실적은 분기 말 환율과 유가, 여객 수요, 화물 운임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도 최근 원화 강세가 대한항공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 것은 분명합니다.







화물도 대한항공에 중요한 변수입니다


대한항공을 볼 때 또 하나 확인해야 할 것이 화물입니다.


최근 AI 투자 확대와 함께 반도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화물 수요가 항공화물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항공사는 배로 보내기 어렵거나 빠른 배송이 필요한 반도체와 전자제품 같은 고부가 제품을 운송하면서 높은 운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객에서도 노선별 수요가 중요합니다.


결국 대한항공은 유가라는 악재만 가지고 판단하기 어려운 종목입니다.


고유가는 비용을 늘리지만 원화 강세는 비용과 외화부채 부담을 낮춰줍니다.


여기에 여객과 화물 수요가 실적을 결정합니다.


외국인이 대한항공을 매수한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최근 수급을 보고 나서 사업 환경을 하나씩 뜯어보면 “유가가 오르니까 항공주는 무조건 나쁘다”라는 단순한 그림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샀다고 따라 사면 될까?


결론은 아닙니다.


외국인이 샀다는 사실만으로 종목의 상승을 예상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외국인은 며칠 만에 포지션을 바꾸기도 하고, 우리가 알 수 없는 다양한 전략으로 주식을 사고팝니다.


그래서 외국인 순매수 순위를 그대로 종목 추천표처럼 보면 위험합니다.


하지만 수급에는 한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다시 찾아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한미반도체를 보면 다시 HBM4 장비 수주를 확인하게 됩니다.


SK스퀘어를 보면 SK하이닉스 지분가치와 주주환원을 살펴보게 됩니다.


대한항공을 보면 고유가만 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원화 강세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도 확인하게 됩니다.






외국인이 오늘 주가가 오를 것을 미리 알고 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살 것인지 역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악재만 보고 있을 때 외국인이 반대편에서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해볼 만합니다.


“내가 놓치고 있는 숫자가 있는 건 아닐까?”


수급이 정답은 아닙니다.


그래도 투자 아이디어를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힌트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