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이 올랐는데도 내 계좌는 마이너스일 수 있습니다.


요즘 미국 ETF를 들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상황을 직접 체감하고 있을 텐데요.


저 역시 SCHD와 비슷한 성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미국에서는 SCHD가 올랐는데 왜 내 계좌는 계속 답답하지?”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주가가 오르는 속도보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입니다.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에게는 주가만큼 환율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구간입니다.








원·달러 환율, 두 달 사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550원대를 오갔습니다.


7월 1일에는 장중 한때 1,559.2원까지 올라 1,560원선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습니다.


당시 주간 거래 종가는 1,554.9원이었습니다.


그런데 9월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9월 4일 원·달러 환율은 1,350.4원으로 마감했고, 9월 7일 오전에는 1,330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9월 7일 오전 10시 기준으로는 약 1,335.9원까지 내려가면서 약 1년 11개월 만에 1,330원대를 기록했습니다.


7월 1일 장중 고점 1,559.2원과 9월 7일 오전 1,335.9원을 비교해보면,


(1,335.9 ÷ 1,559.2 - 1) × 100 ≒ -14.3%


입니다.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원·달러 환율이 약 14% 떨어진 셈입니다.


달러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달러 가격이 변하지 않았더라도 원화 기준 자산가치는 비슷한 폭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이 이렇게 빠르게 내려가면 꽤 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은 왜 이렇게 빠르게 내려왔을까?


이번 원화 강세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SK하이닉스 ADR 자금입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ADR 발행을 통해 약 265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고, 국내 공장과 설비 투자에 사용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국내로 들여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발생하면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수십조원어치 달러를 시장에 한꺼번에 팔았다”고 이해하면 조금 과합니다.


외환당국이 약 200억달러 규모의 SK하이닉스 환전 물량을 장외에서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시장 충격을 일부 흡수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도 계속됐습니다.


수출기업은 해외에서 받은 달러를 급여나 세금, 국내 투자비용 등에 사용하기 위해 원화로 환전합니다.


최근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고 무역흑자도 확대되면서 시장에 들어오는 달러 공급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원화 강세의 중요한 원인으로 계속 지목되고 있습니다.


9월 들어서는 엔화 강세도 영향을 줬습니다.


원화와 엔화는 아시아 통화라는 점에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기대와 외환시장 개입 경계감으로 엔화가 강해지자 원화도 함께 강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이번 환율 하락은 한 가지 이유라기보다 SK하이닉스 ADR 자금 유입,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대규모 무역흑자, 엔화 강세 등이 겹친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SCHD는 올랐는데 원화 투자자는 왜 손실일까?


환율 영향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SCHD입니다.


SCHD는 미국의 대표적인 배당 ETF 가운데 하나인데요.


7월 1일 SCHD 종가는 31.85달러였습니다.


9월 4일에는 34.8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달러 기준으로 계산하면,


(34.80 ÷ 31.85 - 1) × 100 ≒ 9.26%


입니다.


두 달 동안 약 9.3% 상승했습니다.


SCHD 특유의 비교적 낮은 변동성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그런데 한국 투자자의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화 기준 투자금액은 단순히 SCHD 주가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략적으로


미국 ETF 가격 × 원·달러 환율


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7월 1일 SCHD 종가 31.85달러와 당시 원·달러 환율 종가 1,554.9원을 적용하면 원화 환산 가격은 약


31.85달러 × 1,554.9원 ≒ 49,514원


입니다.


반면 9월 7일 오전 환율 약 1,335.9원과 SCHD의 최근 종가 34.80달러를 적용하면,


34.80달러 × 1,335.9원 ≒ 46,489원


수준입니다.


단순 수익률은


(46,489 ÷ 49,514 - 1) × 100 ≒ -6.1%


정도입니다.


SCHD 자체는 약 9.3% 올랐는데도 환율을 함께 적용하면 원화 기준으로는 약 6%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계산은 분배금과 세금, 환전수수료 등을 제외한 단순 비교입니다.


그래도 환율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 수익률은 ‘주가 + 환율’로 봐야 합니다


미국 주식을 투자할 때 흔히 주가만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SCHD가 10% 올랐다면 내 계좌도 10%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미국 자산의 원화 수익률은 다릅니다.


간단하게 보면


원화 수익률 ≒ 미국 자산 수익률 + 환율 변화


의 영향을 동시에 받습니다.


정확하게는 두 변화율이 곱해지기 때문에 단순 덧셈과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 사례가 좋은 예입니다.


SCHD는 약 9.3% 올랐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달러 가치가 원화 대비 10% 넘게 떨어졌습니다.


결국 미국 주가 상승 효과보다 환차손이 더 컸고, 원화 기준 계좌는 마이너스로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환율이 오를 때는 정반대 효과가 나타납니다.


미국 주식이 크게 오르지 않아도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 기준 평가금액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 기업뿐 아니라 달러에도 함께 투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가 더 답답해 보이는 이유


국내 상장 미국 ETF를 보유하고 있어도 기본 원리는 같습니다.


환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이라면 미국 자산 가격과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함께 받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에서 SCHD가 올랐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슷한 배당 ETF의 원화 기준 가격은 부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시장만 보고


“SCHD가 올랐는데 왜 한국 ETF는 안 오르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주식이 잘못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환율이 수익률을 깎아먹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처럼 환율이 짧은 기간에 200원 넘게 움직이면 그 영향은 상당히 커집니다.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까지 내려갈까?


최근 환율이 워낙 빠르게 내려오다 보니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1,300원 아래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1,200원대까지 내려가는 것 아니야?”


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1,200원대 진입을 확실하게 전망할 근거도 부족합니다.


환율은 주가보다도 변수가 많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 수출입, 외국인 자금 흐름, 국제유가, 지정학적 위험, 일본 엔화 움직임까지 모두 영향을 줍니다.


특히 최근 원화 강세를 이끈 SK하이닉스 ADR 관련 환전은 반복적으로 계속 발생하는 자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회성 성격이 상당히 강합니다.


반면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와 대규모 무역흑자는 조금 더 지속적으로 원화에 힘을 줄 수 있는 요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회성 자금이 빠진 뒤에도 원화 강세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 금리 전망은 환율 반등 요인입니다


환율이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보통 미국 금리 상승 기대가 커지면 달러에는 강세 요인이 됩니다.


실제로 9월 4일 강한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된 이후 미 국채금리와 달러는 상승했습니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이 9월 7일 1,330원대까지 내려왔다는 점은 현재 국내 달러 공급 압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더 강해지거나 수입업체의 달러 결제 수요가 증가하고, 저가 달러 매수까지 들어온다면 환율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환율이 내려간다고 해서 1,200원대까지 한 방향으로 계속 움직인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환율 하락, 장기 미국 투자자에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당장 계좌를 보면 환율 하락이 반갑지 않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국 자산의 원화 평가금액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주식을 계속 사 모을 계획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1달러를 사는 데 1,550원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1,300원대입니다.


같은 원화로 살 수 있는 달러가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환전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환율 1,550원에서는


100만원 ÷ 1,550원 ≒ 645달러


를 살 수 있습니다.


환율 1,340원이라면


100만원 ÷ 1,340원 ≒ 746달러


를 살 수 있습니다.


같은 100만원으로 약 100달러를 더 살 수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이미 미국 자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원화 강세는 단기적으로 평가손실 요인이지만, 앞으로 계속 적립식으로 미국 자산을 살 투자자에게는 매입 단가를 낮출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미국 주식 투자에서는 환율도 수익률의 일부입니다


이번 SCHD 사례를 보면 환율의 힘이 얼마나 큰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SCHD는 7월 초 이후 약 9% 올랐습니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이 같은 기간 10% 넘게 내려오면서 원화 기준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미국 주식은 올랐는데 내 계좌가 왜 손실인지 이해가 안 됐다면 답은 환율에 있었던 셈입니다.


그렇다고 환율을 정확하게 맞혀서 투자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환율 방향을 지속적으로 예측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장기 투자자라면 환율이 높을 때는 조금 덜 사고, 낮아질 때는 같은 원화로 더 많은 달러자산을 살 수 있다는 정도로 활용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환율이 1,200원까지 갈까?”를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미국 자산의 수익률이 주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미국 주식 투자에서는 기업의 주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도 내 계좌 수익률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가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