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발표 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주 가장 관심을 끈 기업은 역시 브로드컴이었습니다.
브로드컴의 2026회계연도 3분기 매출은 295억9,100만 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86% 증가했습니다.
특히 AI 반도체 매출은 167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1% 급증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말 그대로 역대급 실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유는 다음 분기 전망이었습니다.
브로드컴은 4분기 매출을 약 348억 달러로 예상했는데, 당시 시장 예상치였던 약 350억3천만 달러를 조금 밑돌았습니다.
AI 반도체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도 시장은 이미 그보다 더 높은 숫자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죠.
결국 요즘 AI 관련주는
“실적이 좋았느냐?”
보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얼마나 더 좋았느냐?”
가 주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주에도 비슷한 시험대에 오르는 기업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라클과 어도비를 비롯해 츄이, 서비스타이탄, 브레이즈, 에어로바이런먼트, 크로거 등이 실적을 발표합니다.
특히 목요일 장 마감 후에는 오라클과 어도비가 동시에 등장합니다.
이번 주 미국 실적발표 일정을 날짜별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2026년 9월 2주차 미국 실적발표 일정
9월 7일 월요일
미국 증시는 노동절(Labor Day)을 맞아 휴장합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모두 거래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미국 기업 실적도 사실상 하루 쉬어가는 일정입니다.
본격적인 실적 시즌은 화요일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9월 8일 화요일
화요일에는 개장 전 ABM인더스트리즈(ABM), 유나이티드내추럴푸드(UNFI), 카난(CAN) 등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유나이티드내추럴푸드는 미국 현지시간 9월 8일 오전에 2026회계연도 4분기와 연간 실적을 공개합니다.
장 마감 후에는 케이시스제너럴스토어(CASY), 브레이즈(BRZE), 서비스타이탄(TTAN), 미션프로듀스(AVO), 이노베이지(INNV) 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브레이즈와 서비스타이탄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두 회사 모두 소프트웨어 기업이기 때문에 최근 시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생성형 AI가 기존 SaaS 기업의 성장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
라는 우려가 실제 실적에 얼마나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AI 기능을 추가하면서 고객당 매출이나 신규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면 최근 크게 흔들린 소프트웨어 업종에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장비 업체 카난도 나오는 만큼 비트코인 가격과 채굴업체의 수익성 흐름에 관심이 있다면 함께 체크해볼 만합니다.
9월 9일 수요일
수요일 개장 전에는 이번 주 관심 종목 가운데 하나인 츄이(CHWY)가 등장합니다.
츄이는 미국 현지시간 9월 9일 장 시작 전에 2026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캘러리스(CAL), 세일포인트(SAIL), 나녹스(NNOX), 아카데미스포츠앤아웃도어스(ASO), 시그넷주얼러스(SIG), 콘페리(KFY) 등이 실적을 공개합니다.
츄이는 단순한 반려동물 쇼핑몰이라고 보기에는 꽤 재미있는 기업입니다.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은 경기 상황이 나빠졌다고 소비자가 바로 끊기 어려운 품목입니다.
그래서 츄이의 실적을 보면 미국 소비자들이 필수성 지출에는 여전히 돈을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고객 수와 반복 구매율, Autoship 매출이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지가 중요하겠습니다.
콘페리 역시 관심 있게 볼 만합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채용과 인력 컨설팅 사업을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실제로 사람을 얼마나 뽑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회사입니다.
최근 AI 확산 이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어 미국 고용지표와 콘페리 실적을 함께 보면 기업들의 실제 채용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장 마감 후에는 드론·방산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AVAV), 의류업체 아메리칸이글(AEO), 여행·경비관리 플랫폼 나반(NAVN), 자산관리 플랫폼 웰스프론트(WLTH), 쿠퍼컴퍼니스(COO)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에어로바이런먼트는 최근 미국 방산과 드론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수주잔고와 향후 가이던스를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메리칸이글은 조금 다른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의류는 식료품과 달리 소비자가 구매를 미룰 수 있는 대표적인 선택적 소비재이기 때문에 미국 소비심리가 실제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9월 10일 목요일
이번 주 실적발표 일정의 본게임입니다.
낮에는 메이시스(M)가 나오고, 밤에는 오라클과 어도비가 동시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장 전에는 메이시스(M), 디자이너브랜즈(DBI), 마스터크래프트(MCFT)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메이시스는 미국 현지시간 오전 8시에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미국 백화점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소비자들이 의류와 화장품 같은 선택적 소비를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 마감 후에는 이번 주 최대 관심 종목인 오라클(ORCL)과 어도비(ADBE)가 등장합니다.
여기에 RH(RH), 코파트(CPRT), 데카르트시스템즈(DSGX) 등도 실적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오라클 실적, 이번에는 매출보다 돈 쓰는 속도를 봐야 한다
오라클은 미국 현지시간 9월 10일 장 마감 후 2027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한국시간으로는 9월 11일 새벽입니다.
이번 오라클 실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RPO입니다.
RPO(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는 이미 계약했지만 아직 매출로 인식하지 않은 계약잔액을 의미합니다.
오라클의 지난 분기 RPO는 무려 6,380억 달러였습니다.
전년보다 363% 증가했고 전분기보다도 850억 달러 늘었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앞으로 들어올 매출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RPO 증가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이제 계약 규모만 보고 환호하지 않습니다.
“그 계약을 실제 매출로 만들려면 돈을 얼마나 써야 하지?”
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라클은 2027회계연도 자본지출이 최대 95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가운데 약 200억~250억 달러는 고객 선지급금 등으로 충당될 수 있어 실제 현금 기준 자본지출 부담은 약 7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7회계연도에 약 400억 달러를 부채와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ATM 방식 주식 발행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습니다.
즉 지금 오라클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것은 성장 자체가 아닙니다.
AI 클라우드 수요가 강하다는 사실에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본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이번 1분기 회사 가이던스는 매출 증가율 27~29%,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 58~64%, 조정 EPS 1.72~1.76달러입니다.
그래서 이번 실적에서는 단순히
“RPO가 또 늘었나?”
만 볼 것이 아니라
RPO가 실제 클라우드 매출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지,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막대한 자본지출 때문에 현금흐름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
그리고 추가적인 자금조달 부담은 없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오라클의 실적이 좋은데도 주가가 흔들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도비 실적, AI가 위협인지 새로운 성장동력인지 확인할 시간
같은 날 어도비도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어도비는 9월 10일 미국 증시 마감 후 결과를 공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최근 어도비를 둘러싼 시장의 시선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기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같은 강력한 소프트웨어 사업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앞으로 굳이 비싼 어도비 프로그램을 써야 할까?”
라는 의문이 계속 따라붙고 있습니다.
캔바와 여러 생성형 AI 서비스가 디자인과 이미지 제작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어도비 주가는 올해 들어 약세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회사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Firefly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기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고, 포토샵과 프리미어, 일러스트레이터 등 주요 프로그램에도 AI 에이전트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경영진 변화까지 겹쳤습니다.
어도비는 9월 3일 아닐 차크라바티를 차기 CEO로 선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차크라바티는 12월 1일부터 CEO를 맡고, ***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샨타누 나라옌은 이사회 집행의장으로 이동합니다.
CFO도 이미 지난 6월 교체됐습니다.
기존 CFO 댄 던이 회사를 떠났고 현재 스티브 데이가 임시 CFO를 맡고 있습니다.
CEO와 CFO 변화가 연이어 나타난 만큼 이번 실적발표에서는 숫자뿐 아니라 새로운 경영진 체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도비가 앞서 제시한 3분기 가이던스는 매출 66억7천만~67억2천만 달러, 조정 EPS 6.05~6.10달러입니다.
이번에 특히 확인하고 싶은 것은 ARR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독매출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Firefly와 각종 AI 기능이 실제 유료 고객과 ARR 증가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AI 사용자 수가 늘었다는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결국 투자자가 알고 싶은 것은
“AI 때문에 어도비가 무너지는가?”
가 아니라
“어도비가 AI로 실제 돈을 더 벌기 시작했는가?”
입니다.
이번 실적에서 그 답을 조금 더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월 11일 금요일
마지막 날에는 미국 대형 식료품 유통업체 크로거(KR)가 실적을 발표합니다.
크로거는 미국 현지시간 9월 11일 오전 8시에 2026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크로거는 미국 소비를 볼 때 꽤 중요한 기업입니다.
월마트가 미국 소비 전반을 보여준다면 크로거는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소비를 조금 더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같은 날 발표됩니다.
따라서 크로거가 이야기하는 식품 가격과 소비자 구매 패턴을 CPI와 함께 살펴보면 미국의 장바구니 물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도 기존 소비를 유지하고 있는지,
저렴한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프로모션과 할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보면 좋겠습니다.
결국 이번 주 핵심은 목요일 밤입니다
이번 주 실적발표 일정은 월요일 미국 증시가 휴장하면서 비교적 천천히 시작합니다.
- 화요일에는 브레이즈와 서비스타이탄,
- 수요일에는 츄이와 에어로바이런먼트,
- 목요일에는 오라클과 어도비,
- 금요일에는 크로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날을 하나 고르라면 역시 목요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라클은 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6,380억 달러라는 엄청난 RPO가 이미 쌓여 있기 때문에 이제 시장은 수주 자체보다 ‘돈을 얼마나 벌면서 성장하느냐’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도비는 완전히 다른 시험을 받습니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을 무너뜨리는 경쟁자인지, 아니면 Firefly를 통해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주는 성장동력인지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기업 실적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9월 11일에는 미국 8월 CPI도 발표됩니다.
따라서 오라클과 어도비가 아무리 좋은 실적을 발표해도 CPI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다면 기술주 전체 분위기는 실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가가 예상보다 안정되고 오라클과 어도비의 실적까지 시장 기대치를 넘어선다면 AI·소프트웨어주에는 상당히 좋은 조합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시장의 기대치가 높은 시기에는
‘실적이 좋았다’
는 사실만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습니다.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좋았는지,
다음 분기 전망이 높아졌는지,
그리고 그 성장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지난주 브로드컴이 그 사실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이번 주에는 오라클과 어도비가 같은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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