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청와대에서 짧은 브리핑 하나가 나왔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전날인 8월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9월 1일 사표를 수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발표는 여기까지였습니다.


왜 사퇴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청와대 공식 브리핑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나 부동산 문제 등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점이 묘했습니다.


김 전 실장의 사퇴 전후로 정치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책임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국회입법조사처까지 2026년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답해야 할 ‘56개의 결정적 질문’ 가운데 하나로 이런 질문을 꺼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정부는 시장 과열을 예측하지 못했는가?”


결국 한 금융상품의 도입 과정이 단순한 투자상품 논란을 넘어 정책 책임과 국정감사 쟁점으로까지 번진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김용범 전 실장이 레버리지 ETF 때문에 사퇴했다고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사퇴 사실과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책임론은 확인되지만, 두 사건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까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투자자들이 살펴봐야 할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정부는 왜 이 상품을 허용했고, 출시 당시 어떤 위험을 예상했으며, 불과 두 달 만에 왜 투자 조건을 크게 강화했을까요?







5월 27일 등장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상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쉽게 말하면 한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확대해서 따라가는 상품입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약 2배로 추종하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가 하루 3% 오른다면 목표상 약 6%의 움직임을 추구하고, 반대로 3% 떨어지면 약 6%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와 해외 상장 상품 사이의 규제 차이를 줄이겠다는 이유로 2026년 4월 28일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을 개정했고, 5월 27일부터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상장됐습니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도 나름 분명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런 상품을 만들기 어려웠지만 미국이나 홍콩 등에서는 이미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까지 해외에 등장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국내 시장에서도 허용하고, 국내 규율체계 안에서 투자자 보호장치를 적용하자는 논리였습니다.


문제는 ‘2배’라는 숫자입니다.


2배 상품이라고 해서 삼성전자가 1년 동안 20% 오르면 반드시 40%의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 상품이 추종하는 것은 장기 수익률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이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계속 오르내리면 매일 레버리지 비율을 다시 맞추는 과정에서 복리효과가 발생합니다.


특히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횡보장에서는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 때문에 기초주식이 제자리로 돌아왔는데도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상품 출시 전부터 이런 위험을 공식적으로 경고했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코스피200 ETF처럼 여러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상품도 아닙니다.


삼성전자면 삼성전자 하나, SK하이닉스면 SK하이닉스 하나에 사실상 집중된다는 점에서 기업 하나의 악재가 투자자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처음부터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아무 조건 없이 상품을 열어준 것은 아닙니다.


출시 당시 개인 일반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신규 투자하려면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보유해야 했습니다.


일반 레버리지 상품 교육 1시간에 단일종목 상품 심화교육 1시간을 더해 총 2시간의 사전교육도 받아야 했습니다.


신용융자와 미수거래도 제한됐습니다.


또 일반 ETF와 투자자가 혼동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실제 상품명에는 ‘ETF’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즉 논쟁의 핵심은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처음 마련한 안전장치가 상품의 실제 위험에 비해 충분했느냐”


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이 중요해진 이유는 상품 출시 이후 시장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커졌기 때문입니다.








4조4천억원이 11조9천억원으로 불어났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성장 속도는 상당히 빨랐습니다.


금융위가 집계한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상장 첫날인 5월 27일 4조4천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7월 15일에는 11조9천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약 한 달 반 만에 2.7배 수준으로 커진 것입니다.


계산하면,


11.9조원 ÷ 4.4조원

= 약 2.70배


입니다.


거래대금 역시 같은 기간 10조4천억원에서 13조원으로 늘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월 26일 49%에서 7월 15일 52%까지 높아졌습니다.


이쯤 되면서 논쟁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이 고위험 상품을 선택할 자유가 있느냐?”


라는 문제였다면,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진 뒤에는


“이 상품 자체가 기초주식의 변동성을 더 키울 가능성은 없느냐?”


라는 질문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기초자산 가격 움직임에 맞춰 포지션을 조정하는 리밸런싱 거래가 발생합니다.


시장 규모가 작다면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자금이 특정 종목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이런 거래가 가격 움직임을 추가로 증폭시킬 가능성을 살펴봐야 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장점과 함께 높은 손실 위험, 리밸런싱에 따른 기초종목 가격 변동 증폭 가능성을 동시에 지적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도 선을 그을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모든 급등락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때문이라고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 업황과 미국 기술주, 환율, 외국인 수급 등 수많은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 폭락을 만들었다”


라고 단정하는 것도 근거를 넘어선 해석입니다.


국감에서 따져야 할 부분은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출시 두 달 만에 규제가 크게 강화됐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결국 제도를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7월 16일 정부는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단일종목 관련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상장된 상품에 대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광고, 이벤트성 마케팅도 중단했습니다.


투자자의 진입 조건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기본예탁금은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세 배 올라갔습니다.


기존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대용증권도 일정 비율 인정됐지만 강화 이후에는 현금 3,000만원을 보유해야 합니다.


사전교육도 총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8월 19일부터는 신규 투자자가 모의거래까지 이수해야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의거래는 최소 5거래일에 걸쳐 진행해야 하고, 거래일마다 1시간 이상, 합계 5시간 이상 경험해야 합니다.


ETF·ETN 괴리율 관리 기준도 국내 상품의 경우 기존 3%에서 2%로 강화됐습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 기본예탁금 1,000만원 → 현금 3,000만원,
  • 사전교육 2시간 → 3시간,
  • 모의거래 없음 → 최소 5거래일·총 5시간,
  • 신규 상품 상장 가능 → 잠정 중단


으로 투자 문턱이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바로 이 변화가 이번 정책 논쟁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규제를 강화했다는 것 자체가 최초 정책이 잘못됐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다면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대응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출시 두 달 만에 보호장치를 이 정도로 강화했다면


“최초에는 왜 1,000만원과 2시간 교육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는가?”


라는 질문에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규제를 올리자 실제 거래도 크게 줄었다


강화된 조건은 실제 투자 수요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본예탁금 강화 직전인 7월 30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대금은 12조4천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8월 11일에는 7천억원으로 줄었습니다.


12조4천억원에서 7천억원이면 기존의 약 5.6% 수준입니다.


계산하면,


0.7조원 ÷ 12.4조원 × 100

= 약 5.65%


입니다.


즉 거래 규모가 약 94% 감소한 셈입니다.


8월 4일부터 10일까지는 1조4천억원의 환매도 발생했습니다.


이 결과만으로 모든 거래 감소가 예탁금 규제 때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시장 변동성이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 역시 영향을 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진입 조건을 크게 높인 직후 거래가 급감했다는 점을 보면 기본예탁금과 교육 같은 제도가 투자 수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법하게 도입했다’와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다른 문제


상품 도입 절차를 놓고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규제심사나 관련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등 법령 개정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시행령 개정안을 예고하기 전에 국무조정실에 규제심사 대상 여부를 확인했고, 투자한도를 완화하는 내용은 규제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완화하는 사안이므로 규제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않고 상품을 허용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현재 확인되는 금융위 설명과는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과 정책의 위험평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법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밟았다는 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도를 만들었는가’를 설명합니다.


반면 위험평가는


“그 과정에서 실제 어떤 상황까지 예상했는가?”


를 묻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출시 전에 특정 종목으로 자금이 얼마나 몰릴지,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 거래가 시장 변동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개인투자자들이 2배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거래할지,


1,000만원 예탁금과 2시간 교육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등을 실제 자료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법한 절차와 충분한 정책 검증은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정감사가 진짜 물어야 할 한 가지


국회입법조사처가 2026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던진 질문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정부는 시장 과열을 예측하지 못했는가?”


2026년 국정감사는 10월 6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국감에서 단순히


“개인투자자가 얼마를 잃었느냐”


만 따지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애초부터 고위험 상품이었고 금융당국 역시 투자 손실 위험을 사전에 고지했습니다.


투자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투자했다면 그 결과 역시 기본적으로 투자자가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자기책임과 정책당국의 책임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자신이 매수한 상품에 책임을 져야 하고,


정부는 고위험 상품을 제도권에 도입하면서 어떤 위험을 검토했고 왜 그 수준의 안전장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는지를 설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국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투자손실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아닙니다.


상품 출시 전 작성된 위험분석 자료와 시장 시나리오,


초기 기본예탁금 1,000만원의 산정 근거,


사전교육 기준을 그렇게 정한 이유,


해외로 빠져나가던 투자수요가 실제 국내로 얼마나 돌아왔는지,


리밸런싱 거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국 사퇴보다 중요한 것은 ‘도입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나’입니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사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퇴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레버리지 ETF 때문에 사퇴했다”


라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 없습니다.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 이후 빠르게 커졌고, 금융당국이 불과 두 달 만에 신규상장 중단과 예탁금 상향, 교육 강화, 모의거래 의무화 같은 보완책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공식자료로 확인됩니다.






그래서 이번 논란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은 개인 한 명의 사퇴 여부가 아닐 수 있습니다.


  • 정부가 상품을 허용하기 전에 어디까지 검토했는가,
  • 실제로 예상했던 규모와 위험은 어느 정도였는가,


그리고 예상과 실제가 달랐다면 왜 달랐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반대로


“투자는 자기책임이다”


라는 말 하나로 정책 설계에 대한 검증까지 끝낼 수도 없습니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사퇴로 인사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논쟁은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국회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10월 국정감사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정치적인 공방보다 숫자와 문서입니다.


  • 정부가 상품 도입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고,
  • 어떤 위험을 예상했고,
  • 왜 당시의 보호장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는지.


결국 이번 국감이 물어야 할 핵심은 바로 그 한 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