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이나 부동산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투자하는 ‘조각투자’는 이제 꽤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범위가 훨씬 넓어질 전망입니다.


주식과 채권, 펀드 같은 우리가 익숙하게 투자하던 금융상품도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형태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토큰증권(STO)’ 이야기입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9월 4일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기존 조각투자를 넘어 주식·채권·펀드 등 전통적인 증권까지 단계적으로 토큰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이나 일반 공모펀드가 당장 코인처럼 쪼개져 24시간 거래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7년 2월 제도 시행을 시작으로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상품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토큰증권이 무엇이고, 앞으로 투자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하나씩 쉽게 살펴보겠습니다.









토큰증권이란 무엇일까?


먼저 가장 많이 하는 오해부터 풀어보겠습니다.


토큰증권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과는 다릅니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증권’을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에 기록하는 새로운 발행 형태입니다.


주식이나 채권, 수익증권처럼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 증권이라는 점은 그대로인데 이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금융위원회 역시 토큰증권을 증권의 새로운 ‘종류’라기보다 증권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형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주식은 전자증권 형태로 관리돼 왔습니다.


앞으로 일부 증권은 분산원장에 소유권과 거래 정보를 기록하는 토큰증권 형태로도 발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을 사용한다고 해서 규제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기존 자본시장 규제 안에서 블록체인의 장점을 활용하는 방향에 가깝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코인이 증권이 되는 것’


이라기보다


‘증권의 관리 방식에 블록체인이 들어오는 것’


이라고 이해하면 훨씬 정확합니다.









지금까지는 왜 조각투자 위주였을까?


국내에서 토큰증권 이야기가 처음 본격적으로 등장했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된 분야는 미술품과 부동산 같은 조각투자였습니다.


고가의 자산을 여러 사람이 나눠서 투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받았죠.


하지만 시장 전체 규모로 보면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미술품이나 한우, 특정 부동산 같은 자산은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거래 규모가 작고 거래 빈도도 낮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금융당국이 조각투자뿐 아니라 기존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과 채권, 펀드까지 토큰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단계적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모든 상품을 한꺼번에 토큰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로드맵을 보면 2027년 2월부터 시작되는 1단계에서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MMF와 사모사채를 먼저 토큰화할 계획입니다.


주식은 비상장주식을 신탁하는 방식부터 추진합니다.


조각투자의 경우 공모 형태의 조각투자증권도 1단계부터 토큰화할 예정입니다.


즉 처음에는 비교적 관리가 쉬운 상품부터 시작하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확인한 뒤 점차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같은 상장주식도 토큰화될까?


장기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 일반 투자자가 상장주식을 토큰 형태로 바로 사고팔 수 있도록 확정된 단계는 아닙니다.


현재 금융위원회 계획에서는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관련 파일럿 사례를 참고해 상장주식 토큰화 모델을 검증하고 시범사업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1단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된 이후에는 공모증권까지 토큰화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이 2단계 계획입니다.


따라서


“2027년부터 모든 상장주식을 토큰으로 거래한다”


라고 이해하면 잘못입니다.


정확하게는


“2027년부터 토큰증권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향후 상장주식과 공모증권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글로벌 금융사들도 왜 토큰화에 뛰어들까?


이런 흐름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해외 대형 금융회사들도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도이체방크 등을 포함한 21개 금융기관이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기 위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목표 시점은 2027년 초입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이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랙록의 BUIDL입니다.


현금과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는 펀드 지분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제공하는 상품인데요.


블랙록은 2026년 투자자 서한에서 BUIDL이 세계 최대 규모의 토큰화 펀드로 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관심을 갖는 핵심은 단순히 ‘코인 사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증권과 자금의 이동을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것입니다.







토큰증권이 생기면 개인 투자자는 무엇이 달라질까?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접근성입니다.


토큰화가 발전하면 기존에는 거래하기 어려웠던 자산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눠 거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가 쉬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비상장주식이나 채권, 조각투자 상품처럼 기존에는 거래가 불편했던 자산의 유통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모든 주식을 1원 단위로 쪼개서 살 수 있다”


거나


“2027년부터 24시간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고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이런 거래 방식은 각 상품의 권리 구조와 시장 운영 규칙, 투자자 보호 제도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T+0 즉시 결제도 바로 시작될까?


토큰증권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즉시 결제’입니다.


블록체인에서는 자산 이전과 결제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기존 금융시장보다 결제 시간을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토큰증권이 시작되는 순간 바로 T+0 결제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위원회 로드맵을 보면 온체인 결제는 마지막 3단계에 해당합니다.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수단으로 연결해 실제 블록체인 위에서 자산과 돈을 동시에 주고받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시행 시점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1단계의 안정성과 효율성, 기술 발전 속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즉시 결제가 시작된다”


보다


“장기적으로 온체인 결제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기존 증권사는 사라지는 걸까?


이 부분도 오해하기 쉽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다고 해서 증권사가 사라지고 개인끼리 직접 거래하는 시장으로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 제도는 기존 금융회사와 시장 인프라 안에서 토큰증권을 활용하는 방향입니다.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만을 위한 별도의 금융투자업 인가체계를 새로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필요한 금융투자업 인가를 가지고 있는 증권사나 장외거래소라면 해당 인가 범위에서 토큰증권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예탁결제원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증권사 등이 만든 분산원장과 예탁결제원의 토큰증권 시스템을 연결해 증권의 발행과 권리를 관리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결국 기존 금융시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 인프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토큰증권 관련주라면 무조건 수혜일까?


새로운 제도가 등장하면 주식시장에서는 항상 관련주가 먼저 움직입니다.


토큰증권 역시 증권사와 핀테크, 블록체인 기술기업 등이 관련 테마로 묶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한 가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큰증권 관련 사업을 준비한다’는 것과 실제로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실제 거래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어떤 금융회사가 시장을 선점할지,


수수료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회사 이름에 ‘블록체인’이나 ‘STO’가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실제 금융투자업 인가와 플랫폼 구축 여부, 사업모델, 거래 가능한 자산 확보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무엇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걸까?


토큰증권의 가장 큰 의미는 주식이 갑자기 코인처럼 바뀐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중앙집중형 시스템에서 관리하던 증권의 일부를 분산원장에서도 관리할 수 있도록 금융 인프라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다는 데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각투자와 기관 전용 MMF, 사모사채, 비상장주식처럼 제한된 영역에서 시작합니다.


이후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공모증권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이용한 온체인 결제까지 연결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계획입니다.


결국 토큰증권은 단순한 또 하나의 투자상품이라기보다 증권을 발행하고 거래하고 결제하는 방식을 바꾸는 금융 인프라 변화에 가깝습니다.


당장 내 주식계좌가 블록체인 지갑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 펀드 같은 전통 금융자산까지 토큰화 대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 이전과 다른 변화입니다.


특히 2027년 2월 토큰증권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어떤 상품이 실제로 발행되는지, 거래 규모가 얼마나 커지는지, 그리고 상장주식 토큰화 시범사업이 어디까지 발전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주식이 코인처럼 거래된다”


는 기대보다는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이 실제 제도권 안에서 연결되기 시작했다”


는 변화를 보는 것입니다.


토큰증권 시장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