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월마트 2분기 실적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숫자만 보면 크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매출은 1,879억4천만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866억2천만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조정 주당순이익도 0.81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0.74달러를 크게 넘어섰습니다.
보통 이 정도면 주가가 오를 만한 실적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실적 발표 이후 월마트 주가는 9% 넘게 급락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반응이 나온 걸까요?
이유는 단순히 매출과 이익 숫자보다 미국 소비가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를 시장이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는 미국 최대 유통업체이자 서민들의 소비 흐름을 가장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월마트 실적은 한 기업의 성적표를 넘어 미국 소비경기를 읽는 지표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월마트 미국 동일점포 매출이 크게 둔화됐습니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띈 숫자는 미국 동일점포 매출입니다.
월마트 미국 매장의 동일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치였던 3.8%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직전 1분기 증가율이 4.1%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성장 속도가 확실히 둔화된 모습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월마트의 미국 동일점포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돈 것은 최소 5년 만이며, 이번 증가율은 2020년 1월 이후 약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결국 시장이 불안하게 본 것은 단순한 매출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월마트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
는 부분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정말 지갑을 닫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이번 숫자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이야기가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약국 부문을 제외한 순수 소매 성장률은 3.4%였습니다.
대략 3~4% 수준의 성장 흐름은 유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체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을 2.6%까지 끌어내린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약국 부문의 부진이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가격 규제와 브랜드 의약품에서 제네릭 의약품으로의 전환 등이 영향을 주면서 약국 부문에서 가격 하락 압력이 나타났습니다.
월마트 CEO도 이런 약국 부문의 부담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2.6%라는 숫자만 보고
“미국 소비가 완전히 무너졌다”
라고 해석하는 것은 다소 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걱정하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약국 부문을 제외하더라도 전체적인 성장 속도가 이전 분기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고물가와 높은 유가가 이어지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규모를 줄이거나 소비를 미루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월마트 주가를 단순한 유통주로만 보면 안 됩니다
월마트 주가를 단순히 한 유통기업의 주가로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월마트의 실적은 미국 소비시장 전체를 살펴보는 데 상당히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자 지출은 전체 경제 활동의 약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그만큼 미국 경제는 소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월마트는 식료품과 생활용품부터 의약품까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따라서 월마트의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면 시장은 단순한 월마트 한 기업의 문제로 끝내지 않습니다.
“미국 소비 자체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 이후 월마트 주가가 9% 넘게 급락한 것도 이런 불안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적 자체보다 앞으로의 소비 둔화 가능성을 시장이 더 민감하게 본 것입니다.
그런데 월마트는 오히려 가이던스를 높였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소비 둔화 우려가 커졌지만 월마트는 실적 발표에서 연간 전망을 오히려 상향했습니다.
조정 주당순이익 전망치는 2.80~2.87달러로 높였습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매출도 23% 증가했습니다.
전자상거래 비중은 전체 순매출의 24%까지 커졌습니다.
순이익 역시 63억6,600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즉 회사 전체 실적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온라인 사업은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이익 전망도 상향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실적을 두고
“미국 소비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라고 바로 결론 내리기는 아직 이릅니다.
좋은 숫자와 걱정스러운 숫자가 함께 나온 실적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시장은 왜 좋은 숫자보다 나쁜 숫자에 더 반응했을까요?
주식시장은 현재 실적보다 앞으로의 변화를 더 빠르게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월마트 실적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출과 이익은 시장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지나간 분기의 성적보다 다음 분기 소비가 어떻게 변할지를 더 걱정했습니다.
특히 동일점포 매출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 시장의 불안을 키웠습니다.
월마트는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과 매우 가까운 기업입니다.
그런 회사에서 소비 둔화 신호가 나오면 시장은 앞으로 다른 유통업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이번 급락은
“월마트가 실적을 망쳤다”
라기보다
“앞으로 미국 소비가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
는 걱정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아직 미국 소비 침체라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이번 실적 하나만으로 미국 소비가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약국 부문의 특수한 요인이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고, 전자상거래와 순이익은 여전히 좋은 흐름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도 연간 실적 전망을 낮추지 않고 오히려 높였습니다.
따라서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다음 분기에도 동일점포 매출 성장률이 계속 둔화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월마트뿐 아니라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의 실적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9월 이후 발표되는 미국 유통기업들의 실적에서 비슷한 소비 둔화가 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두 기업이 아니라 여러 기업에서 동시에 소비 감소가 확인된다면 미국 소비경기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마트 주가 9% 급락, 과한 반응이었을까요?
저 역시 숫자만 놓고 보면 9% 넘는 하락폭이 상당히 크게 느껴집니다.
매출과 EPS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회사가 연간 전망까지 높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이번에 본 것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소비였습니다.
요즘 시장은 좋은 뉴스에는 상대적으로 둔하게 반응하고,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 번의 실적 발표만 보고 공격적으로 방향을 결정하기보다 다음 실적까지 확인하면서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월마트의 동일점포 매출이 다시 회복되는지, 다른 유통업체에서도 소비 둔화 신호가 나오는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위축이 더 뚜렷해지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이번 월마트 주가 급락이 단기적인 시장 과민반응이었는지, 아니면 미국 소비 둔화의 시작을 미리 반영한 움직임이었는지는 앞으로 나올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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