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나온 리포트 두 개가 정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LS증권이 8월 3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동시에 손봤는데, 삼성전자는 40만원에서 45만원으로 12.5% 올린 반면 SK하이닉스는 33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27.3% 낮췄다. 두 회사 모두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을 하는데 왜 방향이 갈렸을까.

삼성전자, HBM4에서 존재감을 키우다

핵심은 6세대 제품인 HBM4의 양산 속도다. LS증권이 산업 자료를 근거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 HBM 출하량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약 5%에서 2분기 약 35%까지 뛰었다. 불과 한 분기 만에 일곱 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안정성’이다. 이전 세대인 HBM3E를 처음 양산했을 때와 비교하면 이번 HBM4에서는 생산 수율과 안정성이 한층 나아졌다는 게 LS증권의 평가다. 여기에 복합 수율까지 추가로 개선된다면, HBM 판매 확대가 삼성전자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시점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이 판단을 바탕으로 LS증권은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과 수익성 전망을 함께 상향했고, 목표주가도 5만원 올려 45만원을 제시했다. 다만 밸류에이션을 바라보는 눈은 오히려 신중해졌다. 실적이 늘어난다고 무작정 주가 배수를 계속 높이기보다, 2028년 전망 지배주주지분 기준 PBR 1.0~1.3배 구간을 기본 시나리오로 잡았다.

SK하이닉스, 목표가는 낮췄지만 “성장이 끝난 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는 크게 낮아졌다. 27.3% 하향은 결코 작은 폭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LS증권이 강조한 건 “HBM 시장의 성장세가 끝났다는 신호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목표가 조정의 진짜 이유는 내년 수익성 눈높이 조정이다. LS증권은 애초 SK하이닉스의 HBM 영업이익률이 내년 약 80%까지 오를 것으로 봤지만, 최근 산업 상황을 재점검한 뒤 올해와 비슷한 약 6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수정했다.
왜 60%가 적정선일까. 만약 영업이익률이 80%까지 오르면,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약 75% 수준의 매출총이익률을 지키기 위해 제품 가격을 추가로 올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안 그래도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빅테크의 서버 투자 예산, 그리고 범용 D램 시장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LS증권은 고객사와 메모리 업체, AI 투자 지속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을 약 60%로 보고 이를 ‘골디락스(Goldilocks)’ 구간이라고 표현했다. 향후 생산 수율이 더 개선돼 원가가 낮아지면 이익률이 다시 오를 여지는 남아 있다.

진짜 관전 포인트는 ‘경쟁 구도’

이번 리포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앞으로의 관건이 HBM ‘수요’ 자체보다 ‘경쟁 구도’에 있다고 짚은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HBM4 출하가 늘고 양산성이 개선될수록, 주요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급처를 여러 업체로 나눌 여지가 커진다. 그동안 특정 업체에 공급이 쏠리면서 형성됐던 프리미엄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우성 LS증권 연구원은 이를 시장 둔화가 아니라 “공급자 간 경쟁 구도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SK하이닉스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는 HBM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지느냐가 아니라, 차세대 HBM에서 기술 우위를 지키고 주요 고객사 내 높은 점유율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