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다시 한번 대형 기술수출 소식이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알테오젠입니다.
2026년 9월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스위스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ALT-B4’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 및 옵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최대 32억2,300만달러, 한화로 약 4조4,165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번 계약은 단순히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을 넘기는 기술수출과는 조금 다릅니다.
노바티스가 보유한 여러 의약품에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방식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계약입니다.
쉽게 말하면 병원에서 오랜 시간 주사를 맞아야 했던 치료제를 훨씬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런 SC 제형 전환 기술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투약 시간이 줄어들면서 치료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고,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존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새로운 제형을 추가해 제품 경쟁력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환자의 편의성과 제약사의 제품 수명주기 전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기술인 셈입니다.
ALT-B4는 도대체 어떤 기술일까?
알테오젠의 핵심 자산인 ALT-B4는 회사가 개발한 ‘하이브로자임(Hybrozyme)’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입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원리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우리 피부 아래 조직에는 히알루론산이라는 성분이 존재합니다.
ALT-B4는 이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약물이 피하 조직 안으로 더 넓게 퍼지고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원래 정맥으로 천천히 투여해야 했던 대용량 의약품을 피하주사 형태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오랫동안 정맥주사를 맞는 대신 보다 짧은 시간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투약 편의성을 높여 기존 의약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알테오젠 ALT-B4가 주목받는 이유
피하주사 제형을 가능하게 하는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시장은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분야입니다.
알테오젠은 이 시장에서 ALT-B4를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강조하는 첫 번째 경쟁력은 안정성입니다.
효소 단백질은 제조와 보관 과정에서 안정성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ALT-B4는 단백질 구조를 개선해 열과 보관 환경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됐습니다.
상업화 단계에서는 약효뿐 아니라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품질을 얼마나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술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생산성입니다.
신약을 개발할 때 임상 단계에서는 비교적 적은 양의 원료만 필요하지만, 상업화가 시작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 세계 환자에게 공급하려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하고 생산비도 관리해야 합니다.
ALT-B4가 높은 생산성을 확보한다면 향후 파트너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 원가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특허입니다.
SC 제형 전환 시장에는 이미 선두 기술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독자적인 기술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테오젠은 ALT-B4에 자체적인 단백질 변형 기술을 적용해 독립적인 특허 체계를 구축해왔습니다.
결국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주사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기술’ 하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안정적인 생산과 특허, 상업화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실제 글로벌 제품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대 4조4,165억원, 하지만 전부 한 번에 들어오는 돈은 아닙니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역시 최대 32억2,300만달러입니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4조4,165억원 규모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기술수출 계약에서 발표되는 ‘최대 계약금액’이 곧바로 회사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아닙니다.
계약금과 옵션 행사금, 임상 및 허가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판매 성과에 따른 마일스톤 등이 단계별로 나눠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 유입되는 금액은 해당 파이프라인이 개발 과정에서 어느 단계까지 성공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약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상업화 이후 발생하는 경상 기술료, 즉 로열티입니다.
계약된 의약품이 실제 시장에 출시되고 판매된다면 알테오젠은 제품 순매출에 연동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기술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일회성 계약금이나 개발 마일스톤은 한 번 받고 끝나는 수익이지만, 판매 로열티는 제품이 시장에서 계속 팔리는 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파트너사의 의약품이 얼마나 큰 시장에서 판매되는지에 따라 장기적으로 들어오는 현금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알테오젠이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
이번 노바티스 계약의 의미는 계약 금액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알테오젠이 가진 ALT-B4가 특정 의약품 하나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 여러 의약품에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일반적인 바이오 기술수출은 특정 신약 후보물질 하나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해당 신약 개발이 실패하면 계약의 가치도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면 플랫폼 기술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하나의 기술을 여러 제약사의 여러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파트너와 파이프라인이 늘어날수록 수익원이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알테오젠이 글로벌 제약사들과 계속 계약을 확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번의 ‘대박 신약’에 의존하는 구조보다 여러 제품에서 계약금과 마일스톤, 로열티가 발생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MSD부터 GSK·노바티스까지, 파트너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
알테오젠의 ALT-B4 플랫폼은 이미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 연결되고 있습니다.
특히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비롯해 바이오젠과 GSK, 그리고 이번 노바티스까지 글로벌 제약사들이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바이오 업계에서 이런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기술의 ‘검증 효과’ 때문입니다.
대형 제약사들은 하나의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상당히 까다로운 검토 과정을 거칩니다.
기술의 효능만 보는 것이 아니라 특허 구조와 제조 가능성, 품질관리, 상업화 가능성까지 확인합니다.
따라서 대형 제약사와 실제 계약이 반복적으로 체결된다는 것은 다른 회사들이 해당 플랫폼을 평가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맥주사 제품을 피하주사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면 SC 제형 기술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제약사들이 SC 제형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
SC 제형 전환은 단순히 환자가 주사를 편하게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훨씬 전략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바이오시밀러나 제네릭 경쟁이 시작되면서 시장 점유율과 가격이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기존 의약품을 새로운 제형으로 바꾸면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SC 제형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알테오젠 입장에서는 바로 이 시장을 ALT-B4로 공략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계약금보다 ‘몇 개 제품이 실제 출시되느냐’입니다
이번 노바티스 계약은 알테오젠 입장에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계약입니다.
최대 계약 규모가 4조원이 넘는다는 점도 눈에 띄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ALT-B4를 여러 파이프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입니다.
다만 투자자라면 최대 계약금액 하나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은 훨씬 구체적입니다.
- 노바티스가 옵션을 얼마나 행사하는지,
- 어떤 파이프라인에 ALT-B4가 적용되는지,
- 임상 단계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실제 허가와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제품이 몇 개인지,
그리고 판매 이후 알테오젠이 받는 로열티가 어느 정도 규모로 성장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플랫폼 기술의 진짜 가치는 계약서에 적힌 최대 금액이 아니라 실제 상업화 제품이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알테오젠의 다음 단계는 ‘기술수출 기업’에서 ‘로열티 기업’으로의 전환입니다
알테오젠은 ALT-B4를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노바티스 계약 역시 그 흐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단순히
“다음 기술수출은 어디일까?”
에서 한 단계 더 넘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미 계약된 파이프라인 가운데 실제 제품이 얼마나 많이 상업화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로열티가 발생하는지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기술수출 계약을 많이 따내는 바이오 기업과 실제 제품 판매에서 반복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평가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알테오젠의 장기적인 관전 포인트는 명확합니다.
ALT-B4가 글로벌 제약사들이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SC 제형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체결한 계약들이 실제 제품 출시와 로열티 매출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노바티스 계약은 그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중요한 계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계약 발표가 아니라 그 이후입니다.
4조원이 넘는 최대 계약 규모가 실제 마일스톤과 로열티로 얼마나 현실화되는지, 그리고 ALT-B4가 몇 개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적용되는지가 앞으로 알테오젠의 기업가치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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