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화 거래소가 파산하거나 갑자기 출금을 막는 사건을 겪으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거래량이 많고 사용하기 편한 거래소가 좋은 거래소로 평가받았다면, 이제는
“내 자산을 누가 보관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도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바로 Perp DEX입니다.
Perp DEX는 쉽게 말해 중앙화된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위에서 무기한 선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탈중앙화 거래소입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지갑을 직접 연결해 거래하고, 거래 과정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처리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일반 DEX와는 무엇이 다르고,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Perp DEX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Perp DEX란 무엇일까?
Perp DEX의 Perp는 Perpetual Futures, 즉 무기한 선물을 뜻합니다.
일반적인 선물 상품에는 만기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기한 선물에는 정해진 만기가 없습니다.
따라서 포지션이 청산되지 않는 한 투자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롱이나 숏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Perp DEX는 이런 무기한 선물 거래를 중앙화 거래소가 아닌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전통적인 선물처럼 계약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계약으로 갈아타는 롤오버 과정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무기한으로 계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현물 가격과 선물 가격의 차이를 조절해주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펀딩비입니다.
Perp DEX는 어떻게 가격을 맞출까?
Perp DEX를 이해하려면 세 가지 구조를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① 펀딩비가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를 조절한다
무기한 선물에는 만기가 없습니다.
문제는 만기가 없다 보니 선물 가격이 실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현물 가격과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펀딩비입니다.
일반적으로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일정 주기마다 서로 펀딩비를 주고받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롱 포지션이 지나치게 많아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아지면 롱 보유자가 숏 보유자에게 펀딩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반대 상황에서는 지급 방향이 바뀔 수 있습니다.
결국 펀딩비는 무기한 선물 가격이 현물 시장 가격에서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도록 조절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② 거래소에 모든 자산을 맡기는 구조와 다르다
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하면 기본적으로 거래소 계정에 자산을 예치한 뒤 거래합니다.
거래소가 이용자의 자산을 보관하는 수탁 구조입니다.
반면 많은 Perp DEX에서는 개인 Web3 지갑을 연결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담보를 관리하고 거래합니다.
이 때문에 중앙화 거래소 한 곳이 고객 자산 전체를 보관하는 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횡령이나 출금 중단 등의 수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탈중앙화라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앙화 거래소의 수탁 위험 대신 스마트 컨트랙트 오류나 해킹, 브리지 위험 등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는 점은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③ 오라클이 외부 시장 가격을 전달한다
블록체인 안에서는 외부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을 자동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오라클입니다.
체인링크나 파이스와 같은 오라클 네트워크는 외부 시장의 가격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Perp DEX는 이런 가격 데이터를 이용해 담보 가치와 손익을 계산하고, 청산 가격이나 펀딩비 등을 산정합니다.
때문에 오라클의 정확성과 안정성은 Perp DEX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Perp DEX 거래 방식은 크게 두 가지
Perp DEX라고 모두 같은 방식으로 거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문을 체결하는 구조에 따라 크게 오더북 방식과 피어투풀 방식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오더북 방식은 중앙화 거래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가창 구조와 비슷합니다.
매수 주문과 매도 주문이 각각 호가창에 쌓이고, 서로 원하는 가격이 맞으면 거래가 체결됩니다.
시장가와 지정가 주문을 활용할 수 있어 기존 선물 거래소를 사용해본 투자자라면 비교적 익숙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많은 주문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블록체인이나 L2와 같은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특히 전문 트레이더들이 사용하는 중앙화 거래소와 비슷한 거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반면 피어투풀 방식은 투자자끼리 직접 주문을 맞추는 대신 유동성 풀을 거래 상대방으로 활용합니다.
트레이더가 롱이나 숏 포지션을 잡으면 유동성 공급자들이 자산을 예치한 풀이나 볼트가 반대편 거래 구조를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거래 가격은 프로토콜에 따라 오라클 가격이나 자체적인 가격 결정 구조를 이용해 정해집니다.
덕분에 별도의 상대 주문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거래가 체결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일부 구조에서는 대규모 주문이 들어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격 충격이나 슬리피지를 줄이는 데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방식에서는 유동성 공급자가 트레이더의 반대편 위험을 일부 부담할 수 있기 때문에 LP의 손익 구조와 리스크 관리 방식도 중요합니다.
결국 오더북 방식과 피어투풀 방식 가운데 어느 한쪽이 무조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더북 방식은 기존 거래소에 익숙한 투자자에게 편리하고, 피어투풀 방식은 블록체인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유동성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Perp DEX를 이용할 때는 단순히 거래 방식만 볼 것이 아니라 체결 속도와 유동성, 수수료, 슬리피지, 청산 구조 등을 함께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erp DEX가 주목받는 이유
그렇다면 왜 최근 무기한 선물 DEX가 DeFi 시장에서 중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을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 중앙화 거래소 리스크가 부각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파산하거나 고객 자산의 출금이 제한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 자산은 정말 내 것인가?”
라는 문제가 투자자들에게 중요해졌습니다.
Perp DEX는 이런 중앙화된 수탁 구조에 대한 대안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자기 수탁, 즉 Self-Custod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탈중앙화 거래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② 블록체인이 빨라졌다
과거 DEX의 가장 큰 약점은 속도와 수수료였습니다.
특히 파생상품은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몇 초의 체결 지연도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모든 거래를 처리하던 시기에는 높은 가스비와 느린 처리 속도가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하지만 L2와 고성능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더 많은 거래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DEX에서도 중앙화 거래소와 비슷한 거래 경험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③ 거래 수수료가 하나의 수익원이 됐다
초기 DeFi 프로젝트들은 자체 토큰을 대량으로 지급하면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제는 토큰 지급이 줄어들면 이용자와 자금도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근에는 플랫폼에서 실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를 활용하는 구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프로토콜에 따라 거래 수수료의 일부를 유동성 공급자나 스테이커 등에게 배분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Real Yield로 불리는 구조입니다.
단순히 새 토큰을 계속 찍어 보상하는 방식보다 실제 서비스 이용에서 발생한 수익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Perp DEX가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탈중앙화라는 단어 때문에 Perp DEX가 중앙화 거래소보다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위험의 종류가 달라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첫째, 스마트 컨트랙트 위험
Perp DEX의 핵심 기능은 코드로 만들어진 스마트 컨트랙트가 담당합니다.
만약 코드에 치명적인 취약점이 발견되면 해킹이나 자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감사가 진행된 프로토콜이라도 스마트 컨트랙트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둘째, 오라클 가격 오류 위험
Perp DEX에서는 가격 데이터가 매우 중요합니다.
오라클 가격이 실제 시장과 다르게 반영되거나 업데이트가 늦어지면 청산 가격이나 담보 가치 계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시장 변동 상황에서는 이런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셋째, 급격한 변동성에서 발생하는 악성 부채
가상자산 가격이 순식간에 급락하면 청산 시스템이 포지션을 정리하기 전에 손실이 담보 규모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악성 부채, 즉 Bad Debt입니다.
프로토콜마다 보험기금이나 자동 디레버리징 같은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극단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시스템 안정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
넷째, 유동성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Perp DEX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모든 플랫폼의 유동성이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거래량이 적거나 오더북이 얕은 시장에서는 큰 주문을 넣었을 때 체결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시가총액이 작은 알트코인이나 신규 상장 자산은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거래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만 보고 플랫폼을 선택하기보다 거래량과 유동성, 청산 구조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Perp DEX는 어디까지 성장할까?
Perp DEX의 핵심은 단순히 선물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옮겨놓았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중앙화 거래소가 맡아왔던 주문 체결과 담보 관리, 청산, 가격 산정 등의 기능을 스마트 컨트랙트와 블록체인 인프라로 구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블록체인의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거래 비용이 낮아질수록 중앙화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 사이의 사용자 경험 차이도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자기 자산을 직접 관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책임도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지갑의 개인키 관리부터 스마트 컨트랙트 위험, 레버리지 청산 위험까지 스스로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Perp DEX는
“탈중앙화라서 무조건 안전한 거래소”
라기보다는
“중앙화된 수탁 구조를 줄이고 블록체인을 통해 파생상품 거래를 구현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
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앞으로 Perp DEX 시장을 볼 때도 단순히 거래량이나 토큰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유동성, 거래 수수료, 스마트 컨트랙트 안정성, 오라클 구조, 청산 시스템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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