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873% 급증,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중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창신메모리(CXMT)가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 내놓은 실적표에서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전날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실적에서 매출액 1503억1000만위안(약 31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73.6% 급증한 수치다.
더 눈에 띄는 건 수익성이다. 지배주주 순이익은 776억1000만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3000만위안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상장 전 회사가 제시했던 매출 1100억~1200억위안, 순이익 500억~570억위안이라는 전망치조차 크게 웃도는 결과다.

실적을 끌어올린 두 축: 판가 상승과 판매량 증가

이번 서프라이즈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D램 판가 상승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으로 생산능력을 옮기면서 범용 D램 공급이 빠듯해졌다. CXMT는 이 공급 공백을 파고들며 글로벌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렸다.
둘째, 판매량 증가다. 생산능력 확대와 높은 가동률을 바탕으로 D램 출하량이 늘면서, 가격 상승 효과가 매출 증가로 그대로 이어졌다. 여기에 가격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제품 비중이 확대된 점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특히 PC와 서버 등에 쓰이는 DDR 계열 매출이 상반기 694억7000만위안으로, 주력 사업 매출의 46.3%를 차지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는 호재일까, 악재일까

CXMT의 실적은 그간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를 흔들어온 변수였다. 중국 업체의 증설과 공급 확대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출렁였기 때문이다. 이번 실적 역시 오는 31일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해석은 엇갈릴 수 있다.
•호재로 볼 여지: CXMT의 실적 개선이 ‘중국발 공급 과잉’보다는 ‘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인한 업황 전반의 초강세’를 보여주는 근거로 읽힐 수 있다. 가격 상승이 실적 서프라이즈의 핵심 동력이었다는 점은, 범용 D램을 취급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악재로 볼 여지: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생산능력 확장 속도와 글로벌 점유율 상승이 부담이다. 특히 레거시·범용 D램 영역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 잠식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실적을 ‘공급 부족 심화의 방증’으로 볼지, ‘중국 캐치업 가속의 신호’로 볼지에 따라 시장 반응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격차는 여전히 크다: 밸류에이션이 말해주는 것

CXMT는 여전히 높은 성장성 기대를 반영해 이익 대비 높은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 CXMT의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PER)은 24.1배로, SK하이닉스의 4배를 크게 웃돈다.
이는 시장이 CXMT를 ‘고성장 기대주’로, SK하이닉스를 ‘경기민감 실적주’로 각각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DDR 계열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CXMT는 아직 범용 D램 중심 사업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HBM을 비롯한 첨단 D램 기술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의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히느냐가 앞으로의 성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