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전 세계 증시의 시선이 한 종목에 쏠린 날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상장한 날이었는데요.
상장 전부터 ‘역대 최대 IPO’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기관과 개인 자금이 동시에 몰리면서 시장의 관심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상장 후 약 두 달 반이 지난 지금, 스페이스X 주가는 어떻게 됐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크게 한 바퀴 돌았습니다.
공모가에서 출발해 22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08달러까지 떨어졌고, 다시 반등하면서 현재는 공모가 근처로 돌아온 상황입니다.
역대급 IPO였던 만큼 주가도 계속 올라갔을 것 같지만 실제 흐름은 전혀 달랐습니다.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쓴 스페이스X IPO
스페이스X는 2026년 6월 12일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였습니다.
약 6억3,889만주를 매각하면서 순조달 금액은 857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기존 기록과 비교하면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 IPO 당시 조달액은 약 290억 달러였습니다.
단순 비교하면
857억 달러 ÷ 290억 달러
= 약 2.96배
입니다.
거의 세 배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청약 열기도 엄청났습니다.
총 주문금액은 약 3,500억 달러에 달했고, 사우디 국부펀드와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 주문이 약 2,500억 달러, 개인투자자 주문도 약 1,0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상장 첫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공모가 135달러였던 주식은 150달러에서 거래를 시작했고, 첫날 종가는 공모가보다 19.34% 상승했습니다.
시가총액은 단숨에 약 2조1,200억 달러까지 올라갔습니다.
상장 첫날만 보면 정말 ‘역대급 IPO’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225달러까지 올랐는데 한 달 만에 공모가도 무너졌습니다
스페이스X의 상승세는 상장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6월 15일에는 주가가 장중 225.64달러까지 올라갔습니다.
공모가와 비교하면
225.64달러 ÷ 135달러 - 1
= 약 67.1%
상승한 수준입니다.
시가총액도 한때 약 3조 달러까지 올라갔습니다.
상장 직후 스페이스X를 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계속 올라갈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주가는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고, 7월 말에는 108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공모가 135달러마저 깨진 것입니다.
고점 225.64달러와 비교하면
108달러 ÷ 225.64달러 - 1
= 약 -52.1%
입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빠진 셈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주가를 흔든 첫 번째 변수는 250억 달러 회사채였습니다
첫 번째 부담은 상장 직후 등장했습니다.
스페이스X가 상장 약 2주 만에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입니다.
IPO를 통해 이미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채권 발행까지 추진하자 시장에서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것일까?”
라는 걱정입니다.
성장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투자 규모가 너무 빠르게 커지면 향후 현금흐름과 수익성에 대한 부담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아직 안정적인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시장은 이런 자금 조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3조 달러 기업가치가 너무 비싸다’는 논란도 커졌습니다
두 번째는 밸류에이션입니다.
스페이스X는 세계 최대 민간 우주기업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링크라는 강력한 성장 사업도 있고, 발사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큽니다.
하지만 주가가 225달러를 넘어가면서 기업가치가 약 3조 달러까지 올라가자 다른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3조 달러는 너무 비싼 것 아닌가?”
라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이 항상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사업이 잘되고 있는 기업이라도 주가가 미래 성장까지 너무 많이 반영하고 있다면 투자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 역시 상장 초기 엄청난 기대감이 단기간에 주가에 반영되면서 고평가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주가를 가장 크게 압박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보호예수, 즉 록업 해제입니다.
실제로 가장 부담이 컸던 것은 록업 해제였습니다
스페이스X는 상장 당시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이 전체의 약 5%에 불과했습니다.
초기 유통물량이 적으면 작은 매수세만 들어와도 주가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호예수가 풀리면서 유통주식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상황은 정반대가 됩니다.
매도할 수 있는 주식 자체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는 8월 6일 약 9억1,100만주가 보호예수에서 해제됐고, 8월 20일에도 약 3억1,900만주가 추가로 풀렸습니다.
그리고 9월 10일에도 추가 물량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상장 초기에는 유통주식이 적어 가격이 빠르게 올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잠겨 있던 물량이 하나씩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IPO 종목을 볼 때 보호예수 일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보다 오히려 첫 번째 대규모 록업 해제 이후의 주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실적은 예상보다 좋았는데 주가는 왜 못 올랐을까?
흥미로운 점은 회사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8월 4일 스페이스X는 상장 이후 첫 실적인 2분기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매출은 78억 달러였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주당 손실도 0.09달러로 예상보다 양호했고, 스타링크 가입자는 한 분기에만 약 170만 명 증가했습니다.
AI 부문 매출 역시 전년보다 247% 증가한 26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좋은 실적입니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도 약 6%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주가는 다시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시장이 매출 성장보다 더 걱정한 숫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본지출입니다.
스페이스X의 자본지출은 184억 달러였고, 이 가운데 AI 관련 투자에만 158억 달러가 투입됐습니다.
아무리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더라도 돈이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시기 주가는 실적 자체보다 대규모 투자와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수급 영향을 더 크게 받은 셈입니다.
서학개미는 상장 직후 약 3조원을 넣었습니다
스페이스X 상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투자자 가운데 한국 개인투자자도 있었습니다.
상장 후 첫 4거래일 동안 서학개미가 순매수한 금액은 약 19억4,960만 달러였습니다.
원화로는 약 2조9,887억원입니다.
거의 3조원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당시 6월 순매수 1위와 2위 종목보다 여섯 배 이상 많은 자금이 몰렸습니다.
스페이스X 주가의 두 배 움직임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도 약 2억3,437만 달러가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 대부분이 공모가 135달러에 주식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충분한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일부 투자자는 청약 증거금을 돌려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상당수 국내 투자자는 상장 이후 시장에서 스페이스X를 매수해야 했습니다.
그 시기의 주가는 대략 150~200달러 구간이었습니다.
즉 역대 최대 IPO에 올라탄 투자자라고 해도 실제 매수 가격에 따라 현재 수익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스페이스X 주가는 얼마일까?
8월 31일 기준 스페이스X 주가는 141.50달러입니다.
공모가는 135달러였습니다.
따라서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41.50달러 ÷ 135달러 - 1
= 약 4.8%
입니다.
약 5% 높은 수준입니다.
공모주를 받아 지금까지 보유한 투자자라면 아직 플러스 구간입니다.
하지만 고점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6월 고점은 225.64달러였습니다.
현재 가격과 비교하면
141.50달러 ÷ 225.64달러 - 1
= 약 -37.3%
입니다.
고점에서 매수했다면 여전히 37% 이상 손실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9,200억 달러 수준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219.22달러지만 전망 범위는 상당히 넓습니다.
최고 목표가는 450달러, 최저 목표가는 117달러입니다.
같은 기업을 두고 평가가 이렇게 크게 갈린다는 것은 아직 시장에서도 스페이스X의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역대 최대 IPO가 투자자에게도 최고의 IPO는 아닙니다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을 보면서 가장 기억해둘 부분은 이것입니다.
‘역대 최대 IPO’라는 말은 회사가 얼마나 많은 자금을 조달했는지를 의미합니다.
그 주식을 산 투자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페이스X는 IPO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기존 주주들에게는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는 시장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상장 이후 높은 가격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큰 변동성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IPO 시장에서 자주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물론 스페이스X의 사업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발사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고, 스타링크 가입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주잔고 역시 상당한 규모이고 현금성 자산도 충분합니다.
다만 지금 시장이 바라보는 스페이스X는 단순한 우주기업만은 아닙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까지 포함한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습니다.
문제는 그 막대한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돌아올 수 있느냐입니다.
아직 그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다른 대형 기술기업들의 IPO가 이어진다면 스페이스X 사례는 다시 한번 살펴볼 만합니다.
화제성이 큰 IPO일수록 상장 첫날 주가만 보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좋은 회사와 좋은 가격의 주식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
특히 초기 유통물량이 적은 대형 IPO라면 상장 첫날보다 첫 번째 대규모 보호예수 해제 이후의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지난 두 달 반 동안 보여준 주가 흐름은 그 이유를 꽤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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