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원화 회사채 발행 검토 착수

메타가 한국 채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AI 투자에 들어갈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조달처를 전 세계로 넓히는 과정에서 원화 회사채 발행을 후보로 올린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에 비공시 사전 신용평가를 타진했다. 실제 발행에 앞서 예상 신용등급과 조달 금리를 가늠해보는 절차로, 외부에는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다. 동시에 국내외 증권사를 통해 한국의 회사채 발행 규제, 공시 의무, 투자자 수요까지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면 분기·반기·사업보고서 등 정기 공시 의무가 뒤따른다. 한 번 자금을 빌리기 위해 들어왔다가 이후 계속 공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라 발행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작지 않다. 원·달러 환율과 원화 조달금을 달러로 바꾸는 과정의 스와프 비용, 그리고 1조원 이상의 대규모 물량을 국내 시장이 경쟁력 있는 금리로 소화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빅테크, 전 세계에서 돈을 끌어모으는 이유

메타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아마존, 알파벳,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알파벳은 영국·스위스·일본에 이어 이달 초 호주에서도 55억호주달러(약 5조5000억원) 규모의 ‘캥거루본드’를 찍었다. 알파벳과 아마존이 올해 영국·유럽·스위스·캐나다·일본 등에서 발행한 현지 통화 채권만 약 90조원 규모에 달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아마존·알파벳·메타·오라클 4곳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총 1940억달러(약 275조원).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골드만삭스는 이 기업들의 신규 발행 물량이 올해 2500억달러, 2027년에는 4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배경에는 끝없이 불어나는 AI 인프라 투자가 있다. 메타는 올해 초 2026년 설비투자(CAPEX) 규모를 1150억~1350억달러로 제시했지만, 1분기 실적 발표에서 1250억~1450억달러로, 2분기에는 다시 1300억~1450억달러로 상향했다. 알파벳 역시 연초 1750억~1850억달러였던 계획을 2분기 기준 1950억~2050억달러까지 끌어올렸다. 메타는 데이터센터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블루아울캐피털, 블랙록 등과 합작법인(SPV)을 세워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는 구조화금융도 병행하고 있다.
여러 통화로 자금을 분산 조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 달러채에만 의존하면 발행 물량이 늘어날수록 조달 금리가 함께 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시장을 찾아 눈을 돌리는 것이다.

채권시장의 피로감, 그리고 국채금리로 번지는 파장

문제는 미국 채권시장에서 이미 ‘피로감’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월 5대 1에 육박하던 AI 기업 회사채 청약 경쟁률은 7월 2대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마존이 3월 발행한 달러채는 모집액의 3.4배에 달하는 주문을 받았지만, 7월 발행한 250억달러 규모 채권은 1.6배에 그쳤다.
대규모 발행은 장기 국채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연 5.27%까지 치솟았다가 연 5.162%로 마감했다. 국가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AI 기업까지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장기금리의 우상향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자국에서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지면 해외 투자자에게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과거에도 있었다며, 2006년경 미국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 상품을 줄이면서 이를 한국 등 해외에 팔기 시작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자국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상품이 해외로 향할 때는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