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니 한국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원유입니다.
특히 세계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제대로 정상화되지 못하면 국제 유가가 다시 크게 출렁일 수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주유소 기름값만 비싸지는 것이 아닙니다.
운송비와 원재료 가격이 함께 오르고 기업의 생산비 부담도 커집니다.
결국 소비자물가와 금리, 경제성장률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스크루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일쇼크발 스크루플레이션과 미·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살펴보겠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중요한 이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것은 국제 유가입니다.
그리고 국제 유가의 방향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미·이란 전쟁의 진행 상황에 따라 국제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단기간에 협상이 이뤄지는 낙관적인 상황에서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 아래에서 안정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반면 교전이 이어지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안팎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전쟁이 더 길어지는 경우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개월 이어지면 연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올라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이나 연합군의 지상군까지 투입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배럴당 150달러 이상의 오일쇼크 가능성도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100달러와 150달러는 현재 유가가 반드시 그 수준까지 오른다는 예측이 아닙니다.
전쟁과 공급 차질이 악화됐을 때 한국 경제가 얼마나 충격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스트레스 시나리**니다.
실제 8월 말 국제 유가는 외교 협상 기대와 공급 우려가 엇갈리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핵심은 전쟁 자체보다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여부와 실제 원유 공급량입니다.
한국 경제는 왜 유가에 더 취약할까
우리나라가 국제 유가에 민감한 이유는 경제 구조 자체가 원유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 수준이지만 원유 소비량은 세계 7위 수준입니다.
더 눈에 띄는 숫자가 있습니다.
GDP 1만달러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하는 원유량을 의미하는 경제 원유의존도입니다.
한국은 2024년 기준 GDP 1만달러당 5.63배럴을 소비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입니다.
똑같이 국제 유가가 20% 올라도 원유를 많이 사용하는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정유와 석유화학뿐 아니라 철강, 운송, 제조업처럼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산업도 많습니다.
따라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영향이 한곳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원유 가격 상승
→ 운송비 상승
→ 원재료 가격 상승
→ 기업 생산비 증가
→ 제품 가격 상승
이런 식으로 충격이 경제 전체로 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동에서 발생한 원유 공급 문제가 결국 우리 장바구니 물가까지 연결되는 것입니다.
유가가 100달러가 된다면?
그렇다면 실제로 연평균 국제 유가가 100달러 수준까지 오른다면 우리 경제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요?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충격이 꽤 큽니다.
연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경상수지도 약 260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150달러까지 올라가면 부담은 더 커집니다.
경제성장률은 최소 0.8%포인트 하락,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9%포인트 상승할 수 있습니다.
경상수지 감소 규모도 약 767억달러까지 커지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장률과 물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경제는 둔화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기존에 원재료와 운송비로 100원을 쓰던 기업이 유가 상승 때문에 120원을 써야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비용 증가율 = (120원 - 100원) ÷ 100원 × 100 = 20%
기업이 이 비용을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면 결국 일부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게 됩니다.
그래서 국제 유가 상승이 식품과 택배, 항공료, 각종 생활용품 가격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스크루플레이션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등장하는 단어가 스크루플레이션(*****flation)입니다.
말은 조금 어렵지만 의미는 단순합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가계의 소득과 구매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활이 점점 팍팍해지는 상황입니다.
월급은 비슷한데 기름값과 식비, 교통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같은 100만원을 가지고도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경기 둔화까지 겹치는 경우입니다.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물가는 계속 오른다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상당히 난감해집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금리를 내려 경제를 살리고 싶지만 물가가 계속 오른다면 쉽게 금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유가가 길어질수록 가계와 기업뿐 아니라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오일쇼크가 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국제 유가가 곧바로 150달러까지 치솟는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제시한 100달러와 150달러는 어디까지나 상황이 악화됐을 때를 가정한 시나리**니다.
미국을 비롯한 비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과거 오일쇼크 당시보다 많아졌고 대체 수송 경로와 전략비축유 같은 대응 수단도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위한 외교 협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도 어렵습니다.
2026년 8월 말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평상시보다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정치·군사적 긴장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국제 유가, 원·달러 환율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국제 유가와 환율까지 동시에 오른다면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원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중동의 전쟁을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로 보기 어렵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비용이 커지고, 그 부담은 제품 가격을 거쳐 결국 소비자의 생활비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경기 둔화까지 겹친다면 스크루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기름값이 얼마나 올랐나”만 볼 것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여부와 국제 유가, 환율, 물가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이란 전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완전히 정상화될지가 앞으로 한국 경제를 판단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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