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과 대체투자 업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STO, 토큰증권입니다.
겉으로 보면 시장은 빠르게 준비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장내 유통시장 구축이 추진되고 있고, 주요 증권사들도 장외 거래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장에 실제로 공급할 상품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핵심은 유통 인프라는 먼저 만들어졌는데, 발행을 뒷받침할 법과 제도는 아직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분산원장의 법적 효력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발행을 둘러싼 제도 정비가 늦어지면서, 시장에서는 거래할 준비를 해놓고도 우량 자산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 STO 시장은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먼저 유통 플랫폼은 빠르게 준비되고 있지만 발행 제도가 늦어지면서 공급과 유통의 속도가 맞지 않고 있습니다.
또 현재 많은 상품이 규제 샌드박스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적인 시장 확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이나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려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가치평가와 공시 기준이 필요한데, 이 부분 역시 아직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거래할 시장은 만들었는데 정작 상품이 부족합니다
토큰증권은 자본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수 있는 대표적인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이나 미술품, 음원 저작권처럼 기존에는 투자 단위가 크거나 거래하기 어려웠던 자산을 잘게 나눠 증권 형태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습니다.
문제는 현재 시장이 ‘유통은 앞서가고 발행은 뒤처지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거래소와 주요 증권사들은 신종증권의 장내시장과 장외 거래 플랫폼을 준비하며 사실상 거래를 위한 도로를 깔아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도로 위를 달릴 상품은 많지 않습니다.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분산원장을 활용한 권리 기록과 비금전신탁 방식의 수익증권 발행이 아직 충분히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거래소는 준비됐는데 발행 공장이 아직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가 길어질수록 STO 시장은 인프라만 크고 실제 거래할 상품은 부족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만으로는 시장을 키우기 어렵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부동산이나 미술품, 음원 IP 등을 활용한 조각투자형 상품은 상당 부분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샌드박스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시험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장을 만들기에는 한계도 뚜렷합니다.
가장 먼저 샌드박스는 기본적으로 한시적인 특례입니다.
일정 기간 규제를 풀어 새로운 사업모델을 시험해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자산을 발행하는 구조로 이어지기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또 프로젝트마다 별도의 절차와 승인을 거쳐야 한다면 행정 비용도 커집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부동산 PF나 리츠처럼 반복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자산 평가 기준 역시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을 토큰증권으로 만든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건물의 실제 가치가 얼마인지, 임대수익은 얼마나 발생하는지, 담보나 부채는 얼마나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산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까지 투자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준이 상품마다 제각각이라면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쉽게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결국 규제 샌드박스는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험대 역할은 할 수 있지만, STO를 하나의 정상적인 자본시장으로 키우려면 결국 정식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해외는 이미 조각투자를 넘어 RWA로 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토큰화의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국채와 MMF, 상업용 부동산 같은 기존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하는 RWA,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토큰증권이 더 이상 미술품 한 점을 여러 명이 나눠 갖는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국채와 대형 부동산, 금융상품 같은 전통적인 자산까지 디지털 형태로 바꾸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시장은 아직 소규모 조각투자 성격의 상품이 중심입니다.
이 차이가 계속 벌어진다면 국내 STO 시장은 기술은 갖췄지만 실제로 담을 수 있는 자산은 제한적인 시장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이 제대로 커지려면 단순한 조각투자를 넘어 대형 상업용 부동산,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인프라 같은 기관급 자산까지 토큰증권으로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토큰을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어떤 우량 자산을 얼마나 투명하게 디지털 증권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시장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부동산 금융에서는 STO가 왜 주목받을까
토큰증권이 특히 기대를 받는 분야가 부동산 금융입니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투자 단위가 큽니다.
수백억 원짜리 건물이나 수천억 원 규모의 개발사업에 개인 투자자가 직접 참여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를 작은 증권 단위로 나눌 수 있다면 투자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습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는 기존 금융기관 대출이나 브리지론 외에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이 필요합니다.
STO가 제대로 제도화된다면 이런 부분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STO가 부동산 PF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수단은 아닙니다.
사업성이 낮은 부동산을 토큰으로 쪼갠다고 해서 좋은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자산가치와 위험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제도가 더 중요해집니다.
STO 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발행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신탁수익증권과 전자증권 관련 법체계를 정비하고, 블록체인 분산원장에 기록된 권리가 실제 법적 권리로 어떻게 인정되는지 명확해져야 합니다.
누가 발행하고, 누가 투자자 명부를 관리하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도 분명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가치평가와 공시 기준의 표준화입니다.
부동산이나 실물자산의 가치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임대수익과 부채, 담보 설정, 감정평가 결과, 운영비용 같은 핵심 정보도 투자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가 생긴 자산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까지 미리 정해져 있어야 시장 신뢰가 생깁니다.
세 번째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규제가 지나치게 강해 기관투자자나 전문투자자까지 시장에 들어오기 어렵다면 거래량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거래가 거의 없는 시장에서는 토큰으로 만들었다는 장점도 크게 줄어듭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 보호 장치를 유지하면서도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함께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큰증권의 핵심은 블록체인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STO 이야기가 나오면 블록체인 기술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토큰 뒤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좋은 부동산인지,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인지, 권리관계는 명확한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아무리 편리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도 기초자산의 가치가 불분명하다면 좋은 투자상품이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우량한 실물자산을 투명한 방식으로 증권화하고 거래까지 쉽게 만들 수 있다면 STO는 기존 대체투자 시장을 크게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STO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상품 공급입니다
현재 국내 STO 시장은 거래 인프라부터 빠르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실제로 움직일 우량 기초자산 공급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간극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거래 플랫폼이 만들어져도 실제 거래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봐야 할 것은 플랫폼이 몇 개 더 생기는지가 아닙니다.
분산원장과 신탁수익증권 관련 제도가 얼마나 빠르게 정비되고, 실제 우량 부동산과 실물자산이 시장에 들어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법적 틀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토큰증권은 단순한 조각투자를 넘어 부동산과 인프라, 대체투자 시장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제도 정비 없이 샌드박스에만 의존한다면 시장의 확장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남습니다.
결국 STO 시장의 진짜 경쟁력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좋은 자산을 얼마나 투명하고 안전하게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느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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