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섰습니다.
8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연간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안을 의결했고,
3분기 현금배당에만 약 30조원을 배정했습니다.
규모만 보면 역대급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최근 주주환원 정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사주 소각보다
왜 현금배당에 더 무게가 실렸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시장에서는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금산법 10% 룰을 꼽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자사주를 많이 소각할수록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율이 자동으로 올라가면서 추가 매각 부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산법 10% 룰이 뭐길래?
금산법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의 줄임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금융회사가 같은 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핵심은 제24조입니다.
같은 계열 금융회사들이 특정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합쳐
10%를 초과해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 승인이 필요합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흔히 ‘금산법 10% 룰’이라고 부릅니다.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 삼성화재는 1.4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둘을 더하면 정확히 10.00%입니다.
이미 한도에 거의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왜 문제가 생길까?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 주식을 없애는 것입니다.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수가 그대로인데
삼성전자 전체 발행주식 수만 줄어든다면 두 회사의 지분율은 자동으로 높아집니다.
그 결과 금산법의 10% 기준을 넘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즉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많이 소각할수록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초과하는 지분을 다시 시장에 팔아야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자사주 소각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계열사의 지분 조정이라는 문제가 따라붙는 것입니다.
지난 3월에도 실제로 주식을 팔았다
이 문제는 이미 실제 사례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약 8,700만주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놨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6조원 규모였습니다.
보통주 7,335만9,314주와 우선주 1,360만3,461주가 대상이었습니다.
이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733만5,931주,
약 1조5천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습니다.
두 회사는 금산법상 지분율 초과 가능성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례를 보면 구조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금융계열사는 삼성전자 주식을 일부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자사주 소각에 따른 긍정적인 수급 효과와 금융계열사의 매도 물량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금배당이 더 편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현금배당은 구조가 다릅니다.
자사주 소각처럼 발행주식 수를 줄이지 않기 때문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도 변하지 않습니다.
금산법 10%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대규모 주주환원을 하면서도 금융계열사의 추가 매각 부담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주환원안에서 현금배당 비중이 크게 확대된 배경 중 하나로 금산법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재무적으로 배당을 확대할 여력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잉여현금흐름과 순현금 규모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즉 주주환원을 늘리고 싶지만 자사주 소각에는
제도적인 부담이 따라붙는 상황에서 현금배당이 상대적으로
활용하기 쉬운 카드가 되는 셈입니다.
자사주를 모두 없애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
금산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 가운데 일부는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8월 21일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별도로 결정했습니다.
성과 인센티브를 주식으로 받는 임직원이 늘어나면 일정 물량은
소각하지 않고 보상용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해서 모두 소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업법 개정안도 변수
또 하나의 변수는 보험업법 개정안입니다.
현재 논의되는 핵심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가치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고, 이를 총자산의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만약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줄여야 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율이 높아지는 문제와 별개로
또 다른 매각 압력이 발생할 수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삼성전자 주주라면 자사주 소각 정책만 볼 것이 아니라
금산법과 보험업법 변화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잘 보인다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구조가 더 쉽게 이해됩니다.
SK하이닉스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주회사 규정상 SK하이닉스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소각해 SK스퀘어의
지분율이 올라가더라도 삼성생명·삼성화재처럼 지분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올라가 금산법 한도를 건드릴 수 있습니다.
같은 자사주 소각이라도 그룹 지배구조와 적용되는
법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결국 삼성전자 주주환원은 지배구**지 봐야 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소각할수록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이 올라가고,
그만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주식을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현금배당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주주환원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 주주환원을 볼 때는
“얼마를 배당하고 얼마나 소각하느냐”
만 볼 것이 아니라
금산법 10% 룰, 금융계열사 지분, 보험업법 변화,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
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같은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느냐에 따라 실제 주가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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